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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덕흠 바짓가랑이 봉변' 괴산군수 당원명부 유출 의혹 수사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충북 괴산군수 이준경 예비후보의 부인이 지난 21일 충북도당에서 박덕흠 의원의 다리를 잡고 경선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괴산군수 경선 주자들은 3회 연속 낙선한 송인헌 예비후보 경선 참여에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충북 괴산군수 이준경 예비후보의 부인이 지난 21일 충북도당에서 박덕흠 의원의 다리를 잡고 경선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괴산군수 경선 주자들은 3회 연속 낙선한 송인헌 예비후보 경선 참여에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경선 확정 9일 전 책임당원에게 지지 문자” 고발

‘박덕흠 의원 바짓가랑이 사건’이 빚어진 충북 괴산군수 경선 과정에서 당원명부 유출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는 28일 “국민의힘 괴산군수 경선과정에서 특정 후보에게 책임당원 당원명부가 유출됐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괴산군수 예비후보였던 이준경(59)씨는 경선 상대였던 국민의힘 송인헌(66) 괴산군수 후보와 당협위원장인 박덕흠 국회의원(보은·옥천·영동·괴산), 박 의원 보좌관, 도당 사무처 직원 등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 등에 따르면 이씨는 “경선이 확정되기 9일 전인 지난 10일 송 후보가 당내 후보자에게 비공개로 관리되는 책임당원 명부를 이용해 휴대전화로 지지 문자를 보냈다”며 “박 의원 측에서 송 후보를 경선에 유리하게 하려고 명부를 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책임당원 명단은 경선 전까지 도당위원장과 지역 당협위원장 등 외에는 알 수 없음에도 누군가 괴산지역 책임당원 명부를 송 후보에게 유출했다는 게 고발 취지다.

국민의힘 송인헌 충북 괴산군수 후보가 경선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 10일 책임당원에게 보낸 문자. [사진 A씨]

국민의힘 송인헌 충북 괴산군수 후보가 경선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 10일 책임당원에게 보낸 문자. [사진 A씨]

책임당원 명부, 경선 전까지 ‘비공개’ 

이씨 측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책임당원 A씨(64) 등에게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괴산에 사는 A씨가 지난 10일 송인헌 후보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의 발신일은 지난 10일, 작성 문구의 맺음말은 ‘송인헌 올림’으로 돼 있다. ‘당원동지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송인헌이 되겠습니다’ 등의 문구도 담겼다.

A씨는 “지난해 11월께 가족과 회사 직원 등 120여 명의 명부를 도당에 제출했는데 송 후보가 나를 비롯한 아내, 자녀, 지인 등 다수의 책임당원에게 지지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낸 당원으로, 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할 자격 등을 갖는다.

송인헌 국민의힘 충북 괴산군수 후보가 28일 괴산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공천 경쟁 과정에서 나온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송인헌 국민의힘 충북 괴산군수 후보가 28일 괴산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공천 경쟁 과정에서 나온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공천 탈락 후보 “당협위원회서 명단 유출” 주장 

이에 대해 국민의힘 충북도당 관계자는 “(책임당원명부가 유출된 게 아니고) 송 후보가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확보한 명단으로 문자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내가 도당에 낸 당원 명단은 외지에서 지난해 괴산에 정착한 사람도 있고, 대부분 신규 가입 당원이라 명단을 빼돌리지 않고는 문자를 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22일 3자 경선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경선에 이의를 제기한 예비후보 2명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씨 등은 “괴산군수 선거에서 3번 낙선 경험이 있는 송 후보를 당규에 따라 ‘컷오프’ 시켜야 한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송 후보는 지난 25일 국민의힘 괴산군수 후보로 단수 추천됐다.

이준경(왼쪽)·정성엽 괴산군수 예비후보가 지난 25일 청주시 흥덕구 국민의힘 충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경(왼쪽)·정성엽 괴산군수 예비후보가 지난 25일 청주시 흥덕구 국민의힘 충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복 가능성”, 당원 “신규 입당이라 불가” 

이씨 등은 또 “송 후보가 박 의원의 도움으로 경선에 합류했으며, 명단 유출 경위도 밝혀달라”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아내가 지난 21일 박덕흠 의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박 의원 측은 성명을 통해 “사법당국에 조속히 수사를 의뢰해 당원명부를 유출한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고, 그 배후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송 후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지난 27일부터 수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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