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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로 만든 신세계…신기한데 좀 비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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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5월 5일 개장을 앞둔 춘천 레고랜드. 의암호 중도 위에 28만790㎡ 규모의 테마파크가 들어섰다. 레고랜드 너머의 벌판이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 조성이 예정된 땅이다. 레고랜드 전망대에 오르면 중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김경록 기자

5월 5일 개장을 앞둔 춘천 레고랜드. 의암호 중도 위에 28만790㎡ 규모의 테마파크가 들어섰다. 레고랜드 너머의 벌판이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 조성이 예정된 땅이다. 레고랜드 전망대에 오르면 중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김경록 기자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이하 레고랜드)가 5월 5일 개장한다. 강원도가 춘천 의암호 중도 섬에 레고랜드 조성 사업을 추진한 지 11년 만이다. 기대도 있고, 우려도 있다. 선사 유적 발굴과 보존의 문제 등 쌓인 이야기가 워낙 많다. 사전 오픈 기간 레고랜드를 미리 다녀왔다.

선사유적 보존 논란 … 시민단체 반발

드라이빙 스쿨. 시속 4㎞의 레고 전동 카를 타고 전용도로를 누빈다.

드라이빙 스쿨. 시속 4㎞의 레고 전동 카를 타고 전용도로를 누빈다.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춘천 의암호 한가운데 섬 중도에 레고랜드가 있다. 중도 내 28만790㎡(약 8만5000평) 면적에 테마파크를 올렸다. 춘천 레고랜드는 세계 10개 레고랜드 중에서 네 번째로 크다.

레고랜드는 2014년 공사 도중 막대한 양의 선사 유적이 출토되며 세간의 중심에 올랐다. 애초에는 테마파크 옆 문화재보존구역에 11만㎡(3만3000평) 규모의 유적공원과 박물관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여태 착공도 못했다. 움직일 수 없는 유구는 땅 밑에 그대로 잠들어 있고, 발굴된 고인돌은 중도 한편의 비닐하우스에 수년째 방치돼 있다. 지역 시민단체는 레고랜드 앞에 ‘우리 문화재 위에 레고 놀이터 짓냐’ ‘선조들의 묘소와 중도 유적을 짓밟았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며 격하게 반발한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레고랜드를 통해 연간 200만명 유치, 5900억원 경제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경기도 이천·화성 등에서 추진한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가 줄줄이 좌초한 터라, 레고랜드의 성패는 레저업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8만7891개 브릭 조립한 청와대 모형

레고를 체험하는 아이들.

레고를 체험하는 아이들.

레고랜드를 미리 둘러봤다. 레고랜드는 7개 클로스터로 구성됐다. 이를테면 ‘레고 시티’는 레고 스타일로 구현한 작은 도시다. 경찰서·소방서·극장·기차역·운전면허학원 등 놀이시설이 들어섰다. ‘레고 캐슬’에는 시속 60㎞로 질주하는 ‘드래곤코스터’가 있다. 아동용이라고 무시하기에는 고속 주행의 쾌감이 상당하다. ‘브릭토피아’에서는 레고 장난감을 원 없이 만들 수 있고, 43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레고랜드는 물론 중도와 의암호까지 한눈에 내다보인다.

레고로 제작한 광화문. ‘미니랜드’에 국내 랜드마크가 미니어처 형태로 재현돼 있다.

레고로 제작한 광화문. ‘미니랜드’에 국내 랜드마크가 미니어처 형태로 재현돼 있다.

파크 중앙의 ‘미니랜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해당 국가를 상징하는 도시와 관광지를 레고 브릭으로 재현하는 공간으로, 전 세계 레고랜드의 대표 시설로 통한다. 서울타워·국회의사당·경복궁·해운대·춘천중앙시장 등이 미니어처 형태로 정교하게 제작됐다. ‘레고 모델 빌더’로 불리는 전문 인력 100명이 답사에서 설계·제작까지 약 1년 반의 시간을 투자해 만든 시설이다. 무게 196㎏짜리 청와대 모형을 제작하는 데만 8만7891개의 레고 브릭이 사용됐단다. 정교하고도 아기자기한 생김새에 감탄이 절로 든다.

‘드라이빙 스쿨’은 사전 오픈 기간 가장 긴 줄이 늘어선 놀이기구다. 시속 4㎞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를 몰고 신호등·로터리·감시카메라까지 있는 도로 세트장을 누빈다. 주행 후 레고 운전면허증(2만5000원)을 발급받을 수 있다.

4000대 규모 주차장 일부만 무료

춘천 레고랜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춘천 레고랜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파크 곳곳에 레스토랑과 스낵 코너가 있다. 사과 튀김을 계피로 코팅한 ‘애플 프라이(6000원)’가 전 세계 레고랜드에서 공통으로 판매하는 시그니처 메뉴다. 햄버거·피자 등 패스트푸드 위주로 메뉴가 구성되다 보니, 먹거리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여느 테마파크와 달리 음식 반입도 금지한다.

비싼 가격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입장권 가격은 어른 기준 6만원. 할인 프로모션이 부족해 웬만하면 제값을 다 치러야 한다(롯데월드와 에버랜드 이용권도 가격이 비슷하지만, 할인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반값에도 입장할 수 있다). 7월 1일 개관하는 레고랜드 호텔도 마찬가지다. 하룻밤 방값(4인 조식 포함)이 평균 60~70만원 선이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주차장(4000대 규모)도 일부만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레고랜드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섬에 지은 첫 레고랜드, 연간 150만명 방문 기대”

필 로일 레고랜드 코리아 사장 

필 로일

필 로일

레고랜드 코리아 필 로일(39·사진) 사장을 국내 언론 최초로 만났다. 선사 유적 보존 문제와 레고랜드의 비전을 물었다.

선사 유적공원 조성은 왜 계속 미뤄지나.
“레고랜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 건립은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가 맡았다. 우리도 공원과 박물관이 조속히 조성되길 바란다.”
레고랜드에 좋지 않은 견해가 많다. 선사 유적 위에 테마파크를 세웠다는 것만으로도 부정적 인식이 있다.
“건설 사업에 따른 불만은 어느 지역에나 있다. 레고랜드가 지역사회의 좋은 이웃으로 인식되도록 노력하겠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강원도는 연간 200만명 유치 목표를 내걸었다.
“춘천의 관광 자원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했을 때 150만 명 유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세계 최초로 섬에 지어지는 레고랜드다. 전 세계 레고랜드 가운데 가장 자연 친화적이고 아름답다.”
다른 테마파크와 차별점은.
“주 타깃이 만 2~12세의 어린이라는 점에서 여느 테마파크와 다르다. 우리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만들지 않는다. 거꾸로 뒤집어지는 롤러코스터도 없고, 되도록 빨간색도 자제한다. 전 세계 아이들이 레고랜드에서 생애 첫 테마파크를 경험한다. 스릴보다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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