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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하자마자 '심화편'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0∼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순방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중국의 공세적 행동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만큼 중국 견제와 대북 공조는 아시아의 핵심 동맹 두 나라와 논의할 주요 의제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백악관 "5월 20~24일 한·일 방문" 발표 #21일 한·미 정상회담 후 24일 쿼드 회의

백악관은 젠 사키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의 첫 한국ㆍ일본 방문 일정을 공개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각국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면서 “새로 선출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각각 만나게 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쿄에서는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해 4국 정상들과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일 한국을 방문한 뒤 22~24일 일본에 머물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다음 달 23일 미ㆍ일 정상회담을 열고 24일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형식상으로는 ‘답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워싱턴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첫 한ㆍ미 정상회담을 한 뒤 처음 이뤄지는 방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상회담 합의 가시화 전망  

쿼드 정상회의 등 일정과 연계해 이뤄지는 방한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답방이 이처럼 ‘윤석열 시대’에 이뤄진다는 점을 외교가는 주목한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훼손한 동맹을 복원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며 한ㆍ미 동맹 강화를 중시해 왔지만, 미ㆍ중 간 경쟁 구도에서 좀처럼 중립적 입장을 바꾸지 않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명확히 인식해왔다”며 “문 정부를 향해 쉽사리 쿼드 가입 등을 제안하지 않은 것도 이런 한계를 고려해 알아서 선을 그은 측면이 있는데, 윤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쪽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사실 지난해 5월 한ㆍ미 정상회담은 동맹의 협력 영역 자체를 기존의 군사 동맹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크게 확장했다. 문 정부는 대신 북핵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를 얻어낸 것으로 만족했다.

다만 당시 약속한 신기술이나 공급망 분야 등에서의 협력은 아직 가시화하지는 않고 있다. 미ㆍ중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美 공급망·신기술 협력 주력할 듯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를 실제 행동으로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둘 전망이다. 윤 당선인 측 역시 한ㆍ미 정책협의단 파견 등을 통해 한ㆍ미 간 ‘기술 동맹’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는 등 이에 호응할 준비가 돼 있다.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만, 남중국해, 신장 위구르족 인권 문제 등도 거론될 수 있다. 지난해 5월 정상회담이 ‘기본편’이었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심화편’이 되는 셈이다.

韓 확장억제 한국 역할 요구할 듯 

미ㆍ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제거하고 미국 쪽으로 외교적 무게추를 한층 옮겨가는 대신 윤석열 정부는 북핵 대응에서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안보 제공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대남 선제타격을 공공연히 위협하는 가운데 확장억제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국이 이런 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다 영향력을 키우는 방안 등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치 외교’를 큰 원칙으로 삼아온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실상 금기시해왔던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경제안보가 핵심 의제 가능성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안보 분야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도 윤석열 정부는 한ㆍ미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하면서 한국 기업의 이해 관계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끌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측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처도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방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 한ㆍ일과 미국의 조약 동맹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확고한 약속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들은 필수 안보 관계를 심화하고,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을 확대할 기회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은 이 지역에서 중국의 공세를 저지하고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함축한 표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세 차례 해외 순방에 나섰는데, 모두 유럽을 찾았다. 지난해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과 벨기에를 방문했다. 스위스 제네바로 가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해 10~11월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이탈리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과 바티칸시티를 방문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벨기에와 폴란드를 방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외교ㆍ군사 정책의 중심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을 추구했지만,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대혼란에 이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유럽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6개월이 지나 처음으로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역대 미국 대통령보다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순방이 원활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다음 달 12~13일 워싱턴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특별 정상회의를 연다고 밝혀 바이든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아시아 전략에 좀 더 집중하려는 모양새다. 중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 제도에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자 최근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급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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