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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주심’ 강일원 검수완박 비판 "다수당 일방추진…피의자만 유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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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인권위원회 위원장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입법 과정을 두고 "다수당의 일방적인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심을 맡았었다. 이날 검찰인권위원회는 회의 결과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한 절차와 방식, 속도로 제도의 변화가 이뤄질 경우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 전 재판관은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 "2기 위원회의 첫 안건이 구체적 인권 보호 방안이 아니라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논의가 되어 버린 작금의 현실에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강 전 재판관은 "헌법은 국가의 권한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하여 형사사법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직접 규율하고 있다"며 "형사사법제도에 관한 사항은 인권에 직결된 사항으로 헌법과 헌법정신에 맞게 구성되고 운영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헌정사를 통해 검찰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소수 권력의 편에 서서 권한을 남용한 어두운 역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이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수년 동안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제한하고 기소독점주의도 완화하는 입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런 제도 개선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형사사법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입법이 국민 의견 수렴을 배제한 채 국회 다수당의 일방적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의 형사법 개정안은 피의자 보호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피해자 보호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을 변경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국민 인권 침해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언급을 해왔는데 강 전 재판관 역시 같은 취지의 우려를 표한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처리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처리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고, 기소 검사와 수사 검사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단독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이 본회의 의결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벌이며 법안 처리를 막아섰지만, 자정에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종료됐다.

이날 검찰인권위원회는 검수완박 법안 추진 과정에 대해 회의한 끝에 "현재 급박하게 진행 중인 형사법 개정 상황과 관련해 검찰 업무 방식을 심의·자문해온 위원회는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사법제도에 관한 사항은 헌법과 헌법 정신에 맞게 구성·운영돼야 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입법절차 역시 헌법원리에 부합해야 한다"며 여당이 강행하고 있는 검수완박의 법안 내용과 입법 과정을 에둘러 비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수완박 강행안이 헌법에 보장된 검사의 영장청구 권한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고, 기본법을 완전히 바꾸는 과정에서 각종 의견 수렴 절차가 생략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적법절차 원리에도 위배된다는 법조계의 지적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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