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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사시미냐" 상하이 학생들 '기생충 도시락' 충격 폭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이 직접 찍어 웨이보에 올린 배급 도시락 속 기생충의 흔적 및 덜 익은 돼지고기 사진. [중국 웨이보 캡처]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이 직접 찍어 웨이보에 올린 배급 도시락 속 기생충의 흔적 및 덜 익은 돼지고기 사진.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상하이 봉쇄가 한 달 째 되던 날, 분노에 찬 중국 대학생들의 글이 웨이보를 뒤덮었다. 격리 중인 상하이 퉁지(同濟)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측 배급 도시락의 경악할 만한 위생 상태를 폭로한 것이다. 계속된 항의를 학교 측이 묵살하자, 참다 못한 학생들은 SNS를 통해 열악한 격리 상황을 외부에 알렸다. 여론이 들끓자 관련 당국이 문제의 납품업체 처분에 나섰지만, 상황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퉁지대는 전국적으로 맛있는 학식(학교식당)으로 명성이 자자했기에 학생들의 실망과 분노는 더 컸다.

한달 넘게 봉쇄 중인 상하이 퉁지대 #26일 충격의 학식 사진 웨이보 도배 #학생 도시락에 기생충᛫벌레᛫이물질 #열악한 격리 환경 폭로 등 집단 항의

지난 27일 오후 6시 경, 웨이보 상 '상하이 퉁지대학 돼지 사시미'란 해시태그의 조회수는 이미 2959만회를 넘어섰다. [중국 웨이보 캡처]

지난 27일 오후 6시 경, 웨이보 상 '상하이 퉁지대학 돼지 사시미'란 해시태그의 조회수는 이미 2959만회를 넘어섰다. [중국 웨이보 캡처]

지난 26일 '상하이 퉁지대학 돼지 사시미(上海同濟大學豬肉刺身)'란 해시태그와 함께 보기만 해도 메스꺼운 사진들로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가 도배됐다. 한 달 전 상하이 봉쇄령이 내려지며 학교 숙소에 꼼짝없이 갇힌 퉁지대 학생들이 26일 당일 점심 때 배급 받은 도시락의 형편없는 위생 상태를 단체로 폭로한 것이다.

지난 26일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은 '상하이 퉁지대학 돼지 사시미'란 해시태그와 함께 위생 상태가 심각한 도시락 사진을 모아 웨이보를 도배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지난 26일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은 '상하이 퉁지대학 돼지 사시미'란 해시태그와 함께 위생 상태가 심각한 도시락 사진을 모아 웨이보를 도배했다. [중국 웨이보 캡처]

퉁지대는 3월 9일부터 학교를 봉쇄했고 4월 초부터는 기숙사 건물과 숙소 전체에 봉쇄령을 내렸다. 초반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교내에서 몇몇 발견됐지만, 강력한 폐쇄 정책 때문에 한동안은 잠잠했다. 하지만 며칠 전 방역 규칙을 성실히 지켜온 학생 기숙사동에서 확진자가 또 발생했다. 학교 측이 확진 학생들에게 감염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26일 점심때 학생들에게 지급된 도시락이 도화선이 됐다.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이 올린 도시락 속 돼지고기의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살코기가 실종된 비곗덩어리에는 굵은 털이 수북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이 올린 도시락 속 돼지고기의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살코기가 실종된 비곗덩어리에는 굵은 털이 수북했다. [중국 웨이보 캡처]

특히 도시락 속 돼지고기의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살코기가 실종된 비곗덩어리에는 굵은 털이 수북했다. 식용으로 잘 쓰지 않는 암퇘지의 유두 부위가 나온 것도 께름칙한데, 여기저기 남아있는 기생충의 흔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나마 멀쩡한 고기에서도 누린내가 심해 손도 댈 수 없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이 올린 도시락 속 돼지고기 사진. 식용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암퇘지의 유두 부위가 번번히 도시락에 나오자 학생들은 께름칙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중국 웨이보 캡처]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이 올린 도시락 속 돼지고기 사진. 식용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암퇘지의 유두 부위가 번번히 도시락에 나오자 학생들은 께름칙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중국 웨이보 캡처]

문제는 돼지고기에 그치지 않았다. 배급받은 빵 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곤충이 '박제'돼 있었고, 야채 볶음에서는 손톱만한 벌레나 달팽이가 나온 경우도 있었다. 한 학생은 "며칠째 돼지 유두와 비곗덩어리를 먹는 것까진 참았지만, 이젠 기생충투성이인 돼지 사시미를 먹으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학생은 "부실한 것은 차지하더라도 심각한 위생 상태가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이 배급 받은 빵 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곤충이 '박제'돼 있었고, 야채 볶음에서는 손톱만한 벌레나 달팽이가 나온 경우도 있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이 배급 받은 빵 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곤충이 '박제'돼 있었고, 야채 볶음에서는 손톱만한 벌레나 달팽이가 나온 경우도 있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이날 도시락에 대한 불만과 함께 캠퍼스 내 격리 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폭로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본인의 게시물이 차단되거나 삭제되자 학생들은 팔로워가 많은 웨이보나 트위터 계정에 제보를 통해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한 제보에 따르면 학생들의 격리 환경과 생필품 보급 상황은 상당히 열악했다. 여학생 800여 명에게 보급된 생리대는 고작 50개였다. 한 건물에 10개 남짓한 화장실은 200여 명의 학생이 번호표를 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비위생적인 도시락을 먹고 배탈이 나도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은 게시글이 차단되거나 삭제되면 사진을 취합해 영향력 있는 웨이보와 트위터 계정에 상황을 제보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퉁지대의 열악한 격리 환경이 외부에 널리 알려졌다. [중국 웨이보, 트위터 캡처]

상하이 퉁지대 학생들은 게시글이 차단되거나 삭제되면 사진을 취합해 영향력 있는 웨이보와 트위터 계정에 상황을 제보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퉁지대의 열악한 격리 환경이 외부에 널리 알려졌다. [중국 웨이보, 트위터 캡처]

계속된 학생들의 불만 제기에도 퉁지대가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한 것이 사태를 더욱 키웠다. 학교 측은 캠퍼스 내 방역 상황 보고를 위한 브리핑에서 매번 준비된 원고만 읊어댔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 웨이보와 위챗 모멘트(微信朋友圈, 중국판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불만을 표출한 학생들은 교수들의 위협을 받기 일쑤였다. 학생들의 집단행동은 불온한 외부세력의 선동으로 치부됐다.

상하이 퉁지대 측이 개최한 온라인 방역 브리핑에서 강제로 마이크가 차단된 한 학생의 돌발행동은 학생들에게 저항의 상징이 됐다. 이 학생은 방역 브리핑 도중 ″정해진 대본은 누가 못 읽나, 마이크 좀 켜라″며 심한 욕설이 적힌 PPT 화면을 전체 공유했다. 사진은 캡처된 당시 온라인 회의 화면. [중국 웨이보 캡처]

상하이 퉁지대 측이 개최한 온라인 방역 브리핑에서 강제로 마이크가 차단된 한 학생의 돌발행동은 학생들에게 저항의 상징이 됐다. 이 학생은 방역 브리핑 도중 ″정해진 대본은 누가 못 읽나, 마이크 좀 켜라″며 심한 욕설이 적힌 PPT 화면을 전체 공유했다. 사진은 캡처된 당시 온라인 회의 화면. [중국 웨이보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퉁지대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다. 학교 측 온라인 방역 브리핑에서 강제로 마이크가 차단된 학생의 돌발행동은 저항의 상징이 됐다. 지속해서 의견을 묵살당한 한 학생이 참다못해 방역 브리핑 도중 "정해진 대본은 누가 못 읽나, 마이크 좀 켜라"며 심한 욕설이 적힌 PPT 화면을 전체 공유해버린 것이다. 당시 온라인 회의 화면은 그대로 캡처돼 삽시간에 중국 인터넷으로 퍼졌다. 그리고 많은 이가 이 화면을 패러디해 '밈(meme)'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이 학생의 반항 정신을 널리 알리고 있다.

상하이 퉁지대 측이 개최한 온라인 방역 브리핑 현장의 돌발상황은 그대로 캡처되어 삽시간에 중국 인터넷으로 퍼졌다. 많은 이들이 이 화면을 패러디해 '밈(meme)'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이 학생의 반항 정신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상하이 퉁지대 측이 개최한 온라인 방역 브리핑 현장의 돌발상황은 그대로 캡처되어 삽시간에 중국 인터넷으로 퍼졌다. 많은 이들이 이 화면을 패러디해 '밈(meme)'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이 학생의 반항 정신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중국 웨이보 캡처]

상하이 퉁지대 측이 개최한 온라인 방역 브리핑 현장의 돌발상황은 그대로 캡처되어 삽시간에 중국 인터넷으로 퍼졌다. 많은 이들이 이 화면을 패러디해 '밈(meme)'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이 학생의 반항 정신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한때 자랑스러웠던 퉁지대 휘장은 우스꽝스러운 패러디 대상이 됐다. [중국 웨이보 캡처]

상하이 퉁지대 측이 개최한 온라인 방역 브리핑 현장의 돌발상황은 그대로 캡처되어 삽시간에 중국 인터넷으로 퍼졌다. 많은 이들이 이 화면을 패러디해 '밈(meme)'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이 학생의 반항 정신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한때 자랑스러웠던 퉁지대 휘장은 우스꽝스러운 패러디 대상이 됐다. [중국 웨이보 캡처]

여론이 들끓자 관련 당국이 해명하고 조치에 나섰지만, 진화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상하이 소재 대학들의 물류 공급을 전담하는 '상하이 대학 물자 조달 출고 관리 센터(上海高校後勤配貨管理中心)'가 지난 26일 퉁지대 돼지고기 파동에 대한 공고를 내놨다. 문제의 돼지고기 공급업체와 도시락 제조업체의 이름이 공개됐다. 센터 측은 이들과 공급 계약을 중지하고 관리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처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성난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하이 소재 대학들의 물류 공급을 전담하는 '상하이 대학 물자 조달 출고 관리 센터'가 지난 26일 퉁지 대학 돼지고기 파동에 대한 공고를 내놨다. [중국 웨이보 캡처]

상하이 소재 대학들의 물류 공급을 전담하는 '상하이 대학 물자 조달 출고 관리 센터'가 지난 26일 퉁지 대학 돼지고기 파동에 대한 공고를 내놨다. [중국 웨이보 캡처]

사실 이번 사태로 퉁지대의 명성도 큰 타격을 입었다. 예전부터 퉁지대는 전국적으로 학식이 유명한 학교였다. "밥은 퉁지대에서 먹고, 놀려면 푸단대에 가야 한다(吃在同濟,玩在復旦)"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일찍이 2006년 중국 방송사 후난(湖南)위성TV의 인기 예능 프로인 '천천향상(天天向上)'에 퉁지대 학식 메뉴가 소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2017년에는 중국 매체 봉황망(鳳凰網)이 선정한 '학식이 제일 맛있는 대학 순위'에서도 1위는 퉁지대였다. 2019년 중국 중앙 방송(CC-TV)의 초청 강연 프로그램 '개강랍(開講啦)'에서도 퉁지대는 학식이 가장 유명하다고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이러한 명성에 먹칠하게 됐다.

2019년 중국 중앙 방송(CC-TV)의 초청 강연 프로그램 '개강랍(開講啦)'에서도 퉁지대는 학식이 가장 유명하다 언급했다. 사진은 당시 상하이 퉁지대 천제(陳傑) 학장 출연 당시 화면 캡처. [중국 바이두 캡처]

2019년 중국 중앙 방송(CC-TV)의 초청 강연 프로그램 '개강랍(開講啦)'에서도 퉁지대는 학식이 가장 유명하다 언급했다. 사진은 당시 상하이 퉁지대 천제(陳傑) 학장 출연 당시 화면 캡처. [중국 바이두 캡처]

상하이 그리고 중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명문 대학에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2년 기준으로 퉁지대는 중국 대학 순위 20위이다. 중국의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985 대학'(1998년 장쩌민 시기 지정된 중국 일류 대학 연맹, 초창기 9개 대학에서 현재 39개로 늘어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일류 대학에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인권이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이를 친히 목도한 학생들의 실망과 분노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상하이 퉁지대는 2022년 기준 중국 대학 순위 20위로 상하이 그리고 중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명문 대학이다. [상하이 퉁지대 페이스북 캡처]

상하이 퉁지대는 2022년 기준 중국 대학 순위 20위로 상하이 그리고 중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명문 대학이다. [상하이 퉁지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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