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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에 전세계 '무기 사재기'…2500조 퍼붓는 군비경쟁 [그래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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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이 처음으로 연간 2조 달러(약 2500조원)를 돌파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자 유럽 각국이 앞다퉈 무기를 사들이며, 군비 경쟁에 불을 댕겼다. 또 중국이 미국에 맞서 ‘군사 굴기(崛起)’에 나서자 일본·호주도 군비 경쟁에 뛰어들었다. 2조 달러는 전 세계 79억 인구의 73일 치 식비(1인 하루 평균 3.69달러, 아워월드인데이터)와 맞먹는다.

세계 정상들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AFP=연합뉴스

세계 정상들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AFP=연합뉴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세계 군사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가 지출한 군비는 2020년보다 0.7% 증가한 2조1130억 달러(약 2640조)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상 증가율은 6.1%다.

군사 강대국 미국은 지난해 8006억 달러(1001조원)를 써 전 세계 군비의 38%를 차지했다. 그 뒤를 유럽(20%), 중국(14%)이 이었다.

루시 베라우 수드로 SIPRI 군비 및 무기 생산 프로그램 책임자는 “세계 군비 지출이 2015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유럽 군사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유럽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안보 위협을 느껴 군비 지출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 30개국 중 11개국이 지난해 GDP의 2% 이상을 군비로 지출했다.

세계 군사비 꾸준히 오른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세계 군사비 꾸준히 오른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러, 우크라 침공 준비로 연간 82조 지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면서 지난해 군비 지출 659억 달러(약 82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4.1% 수준으로, 전년 대비 2.9% 늘어났다. 특히 무기 조달과 작전 비용이 늘었다. 당초 2020년 말에 책정된 액수보다 14% 많은 484억 달러(약 60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러시아 육군 운전병들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진행된 제77회 전승절 기념 퍼레이드 예행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전승절 퍼레이드는 내달 9일 펼쳐진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육군 운전병들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진행된 제77회 전승절 기념 퍼레이드 예행 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전승절 퍼레이드는 내달 9일 펼쳐진다. AP=연합뉴스

이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국방비도 늘었다. 지난해 국방비는 59억 달러(약 7조3000억원)로 GDP 대비 3.2%였다. 또 7년 전인 2014년보다 72% 증가한 수치다.

우크라 전쟁 도미노…유럽 군비 대폭 증가

2021년 세계 군사비 지출 비율 TOP10.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1년 세계 군사비 지출 비율 TOP10.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프랑스도 화들짝 놀랐다. 특히 독일의 국방예산 증액은 파격적이었다. 특별방위기금으로 1000억 유로(약 125조원)를 한 증액하고, 올해부터 해마다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202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2%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여러 유럽 국가가 군비 확장을 발표해 올해 세계 군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호주, 27년 연속 군비 늘린 중국 경계   

중국군 장교가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창건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군 장교가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창건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선 중국을 경계하고 있다. 27년 동안 군비를 꾸준히 늘린 세계 2위 중국은 지난해 2933억 달러(약 367조원)를 썼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2035년엔 군 현대화를 마무리하고, 2049년엔 미군과 같은 세계 일류급 군대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최근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와도 안보협정을 체결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호주가 군비 지출을 크게 늘렸다. 일본은 2020년보다 7.3% 증가한 541억 달러(약 67조6000억원)를 지난해 국방비로 썼다. 197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일본이 국방비로 GDP의 1% 이상을 쓴 건 태평양 전쟁 이후 처음이다. 호주도 2020년보다 4% 증가한 318억 달러(39조7000억원)를 썼으며, 이는 GDP의 2%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본에선 방위비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중국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처럼 군사적 균형이 크게 무너지면 예기치 못한 충돌이 일어나기 쉽다”며 방위비 본예산을 지금보다 11% 늘어난 6조 엔(약 60조원) 규모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집권 중인 자민당은 5년 안에 방위비를 2%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고 교도 통신이 지난 16일 보도했다.

군비 경쟁으로 드러난 ‘신냉전 구도’

군비 경쟁이 가열되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동맹국과 중국·러시아·북한 등 반서방 국가 간 대립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냉전 구도’의 강화‧고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SIPRI에 따르면 세계 군비 지출의 3대 국가는 미국‧중국‧러시아로 전체의 55%였다. 특히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이 52%로 미·중이 전 세계 군비의 절반을 차지했다. 또 나토와 아시아-오세아니아 동맹국(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대만) 등 미국과 동맹국을 합치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또 대표적인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7억6200만 달러·약 9548억원) 등의 군비 지출 증가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미 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SIPRI는 중·러와 가까운 북한의 군비는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에 군비로 16억 달러(약 2조원)를 기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 공군대학 총장인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의 결속력이 강해지고, 반대로 러시아는 경제 제재 등의 여파로 중국과 더 가까워지면서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졌다. 냉전 시대에도 군비 지출이 많았는데 비슷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냉전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며 “미·중 패권 경쟁에 러시아라는 변수까지 생기며 유럽의 군비 지출은 향후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외교적 노력이 의미 있는 진전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자주국방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무기 불티나게 팔린다 

록히드 마틴의 F-35C 합동 타격 전투기. 로이터=연합뉴스

록히드 마틴의 F-35C 합동 타격 전투기.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군비 경쟁 속에 미국은 미소를 짓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부분이 있다. 무기 산업이 그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미국 기업의 무기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달 미국 록히드 마틴에서 F-35 스텔스기 35대를 구매하기로 했으며, 프랑스군도 미국 무기를 사들일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르피가로는 “프랑스군이 도입하기로 한 (유럽 제조사) 에어버스의 군 수송기 A400M은 미국 맥도넬 더글라스가 개발한 C-17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산 첨단 무인기(드론)도 인기 품목이다.

프랑스 르몽드는 “무기 계약 전쟁이 유럽과 미국 기업 사이에서 진행 중”이라며 “유럽의 많은 국가가 ‘미국산’을 선호한다. 이는 ‘주권’을 얻고자 하는 열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SIPRI에 따르면 세계 10대 방산업체 중 5곳이 미국 기업이다.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 제너럴다이내믹스, 레이시온 테크놀로지 등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지난 6개월 동안 10~18%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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