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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실종 직전 유심칩 샀던 알비나…이웃은 "밝고 잘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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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째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카자흐스탄 출신 여성 알비나 캅둘디나(35)가 실종 전 유심칩을 구입한 걸로 드러났다. 이는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의 신고로 알비나의 행적을 추적하던 서울 용산경찰서에 포착됐다. 유심칩의 배송 주소지가 경남 진주인 사실을 확인한 용산서는 진주경찰서와 공조 수사에 나섰다.

최초 조사에서 유심칩 배송 기록 나와

지난 6월 13일을 끝으로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카자흐스탄 출신 알비나 캅둘디나(35) [사진 캅둘디나 가족 제공]

지난 6월 13일을 끝으로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카자흐스탄 출신 알비나 캅둘디나(35) [사진 캅둘디나 가족 제공]

알비나는 지난 2019년 1월 한국에 입국해 난민 비자를 취득했다. 2020년 8월 불법체류자가 되었지만 매일 1~2회 카자흐스탄에 있는 어머니·딸과 영상 통화로 연락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13일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고 이에 알비나의 가족이 지난해 6월 26일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에 신고했다.(중앙일보 4월 24일 보도 참조)

지난해 6월 27일 새벽, 경찰은 유심칩이 배송된 진주시의 주소에 찾아갔으나 알비나는 없었다고 한다. 주소지에서 만난 알비나의 고용주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고 한다. 알비나를 본 적이 있다는 조사 내용이 용산서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당일 오전 4시부터 실종이 해제되는 실수가 발생했다. 12일 뒤인 7월 8일 주한카자흐스탄 대사관으로부터 ‘알비나와 아직 연락이 안 닿고 있다’는 내용이 다시 전달되면서 실종 사건은 재접수됐다.

 알비나 캅둘디나(35)와 딸 자넬의 과거 사진. [사진 캅둘디나 가족 제공]

알비나 캅둘디나(35)와 딸 자넬의 과거 사진. [사진 캅둘디나 가족 제공]

“전화번호 바꾸려 한 듯”

유심(USIM)칩은 전화번호 등 가입자 정보를 탑재한 카드이며 전화 통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알비나는 스스로 연락을 끊을 생각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셈이다. 경찰은 지난 7월 알비나에게 유심칩을 보낸 판매자를 조사했으나 알비나의 행적에 대한 구체적 단서는 얻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밖에도 여러 전화번호를 확인했으나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유심칩을 샀다는 건 연락처를 바꿀 의사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다만 불법체류자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추방하지 않는다는 걸 본인들도 알고 있는 데다 체류 시기도 상당히 오래됐기 때문에 불법체류가 전화번호를 바꾼 이유가 되긴 힘들다. 금전 관계나 스토킹 등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소지 이웃 “사진 속 운동화 기억해.못본 지 오래”

지난 6월 실종된 알비나 캅둘디나(35)의 등록 주소지인 경기도 평택시의 한 다세대주택. 26일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지만, 알비나는 떠난 지 오래였다는 이웃의 말을 들었다. 최서인 기자

지난 6월 실종된 알비나 캅둘디나(35)의 등록 주소지인 경기도 평택시의 한 다세대주택. 26일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지만, 알비나는 떠난 지 오래였다는 이웃의 말을 들었다. 최서인 기자

알비나의 등록 주소지는 경기도 평택시의 한 다세대주택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곳은 2019년 알비나가 난민 신청을 하면서 출입국사무소에 체류지로 기재해 제출한 주소다. 지난 26일 오후 기자가 주소지에 찾아갔으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해당 주소지에는 현재 다른 한국인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그 직전 세입자도 한국인 남성이었다고 했다.

지난 6월 실종된 카자흐스탄 출신 알비나 캅둘디나(35). 인근 편의점 주인 A씨에 따르면 알비나는 사진처럼 트레이닝복 등 편한 복장에 사진 속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고 한다. [사진 캅둘디나 가족 제공]

지난 6월 실종된 카자흐스탄 출신 알비나 캅둘디나(35). 인근 편의점 주인 A씨에 따르면 알비나는 사진처럼 트레이닝복 등 편한 복장에 사진 속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고 한다. [사진 캅둘디나 가족 제공]

인근 편의점 점주 A씨는 알비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사진 속 모습처럼 스포티한 옷을 입고 있었다. 오전 피크 타임이 끝난 뒤에 와서 주스나 생수 등을 사 갔다”며 “무엇보다 이 운동화가 기억이 난다. 머리 모양도 꼭 이렇게 하고 있어서 ‘저게 유행인가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알비나에 대해 “한국어가 서툴렀고 목소리 톤이 높았다. 밝고 잘 웃는 편이었는데 못 본 지가 꽤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알비나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모습을 기억했으며, 마지막으로 보았을 즈음의 옷차림은 사진 속 패딩이 아니라 얇은 트레이닝복 종류들이었다고 말했다.

출입국 기록·유치장 입감 기록 등 없어

경찰은 알비나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진주시에서 주변 탐문 등 수사를 벌였다. 다만 실종인이 불법체류자 신분인 만큼 휴대전화 사용기록이나 신용카드 등 생활반응 파악에 애로가 있었다. 출입국 기록이나 유치장 입감 등의 기록도 없었다. 용산서 관계자는 “다각도로 밀도 있게 수사해서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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