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폭등' 피부로 느낀다…화장품업계, 팜유 대란에 '초민감'

중앙일보

입력 2022.04.28 05:00

지면보기

경제 03면

우크라이나발 곡물·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까지…. 식품 및 생활용품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팜유는 라면·과자 등 가공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기초 원료로 다양하게 쓰여 관련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수입 팜유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의 원자잿값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팜유는 화장품에도 광범위하게 쓰이는 원료다. [사진 언스플래시]

수입 팜유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의 원자잿값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팜유는 화장품에도 광범위하게 쓰이는 원료다. [사진 언스플래시]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팜유 가격이 처음으로 t당 1400달러(약 177만원)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과 비교하면 95.1% 오른 수준이다. 수입 팜유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밀·옥수수·대두유 등 국제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팜유 주요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생산도 부진하다. 여기에 28일부터 시작되는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결정으로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화장품·세제에도 팜유 원료

기름야자의 과육을 가공해 생산한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뿐 아니라 화장품에 전방위적으로 사용되는 원료다. 립스틱과 로션 등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는 글리세린, 라우린산 등 지방산, MCT 오일 등이 팜유에서 유래된 원료다. 팜유 유래 지방산에서도 세틸알코올 등 지방알코올류를 추출해 화장품에 사용한다.

유니레버는 한해 기준 팜유 약 100만t(톤)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유니레버 홈페이지]

유니레버는 한해 기준 팜유 약 100만t(톤)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유니레버 홈페이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의 경우 팜유를 많이 사용하는 업체로 이번 사태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니레버는 2016년 기준 한 해 동안 팜유 약 100만t과 그 파생물질인 팜유 커널 오일 약 50만t을 사용했다. 프록터앤드갬블(P&G)도 2020-2021 회계연도에 팜유 및 팜 커널 오일을 60만5000t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글리세린 단가 300% 인상, 화장품 업계 긴장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팜유 가격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콜마의 경우 팜유 파생 원료인 글리세린과 지방산을 연간 400~500t가량 수입하고 있다. 지방산과 글리세린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가격 상승이 시작됐고, 현재 지난해 대비 300% 이상 단가 상승이 이루어졌다.

27일 LG생활건강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주요 원재료 등의 가격 변동 현황에도 팜유 가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중 매입 금액 상위 품목에 오른 팜 스테아린 오일(1t) 가격은 1291달러(163만원)로 2020년 684달러(86만원)에 비해 89% 올랐다. 팜 커널 오일 역시 2020년 1t당 855달러(108만원)였던 가격이 지난해 2024달러(256만원)로 크게 올랐다. 화장품에 주로 쓰이는 팜유 유래 성분인 세틸알코올의 경우 1년 새 1kg당 1232원이 뛰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가격 올려

아모레퍼시픽은 25일 헤라, 설화수, 프리메라 등 9개 브랜드 8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25일 헤라, 설화수, 프리메라 등 9개 브랜드 8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수입 팜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도 있다. 25일 아모레퍼시픽은 9개 브랜드의 8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가량 인상했다. 헤라 블랙 쿠션·설화수 윤조 에센스·프리메라 알파인 베리 워터리 크림 등 주요 인기 제품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화장품 기초 원료인 팜오일·글리세린 등의 국제 가격이 급등해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졌다”며 “여기에 포장재와 물류비·인건비 등도 상승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이니스프리·미샤 등의 중저가 화장품이 20~30% 가격을 인상했고, 2월에는 샤넬·디올 등이 화장품과 향수의 가격을 올린 바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이번 수출 금지 팜유가 주로 식품용이라 당분간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가공용 팜유도 덩달아 오르는 데다 다른 원자잿값도 오르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콜마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규제는 주로 식품이나 바이오디젤에 사용되는 팜유로 한정되어 있는 데다 팜유 소비 1위 국가인 중국이 봉쇄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어 당분간은 팜유 시세가 급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중국 봉쇄 해제 이후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의 추가 상승 및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