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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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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사회에디터

장주영 사회에디터

정치인들은 ‘예능 정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선거 같은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는 버라이어티쇼나 인터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출연한다.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인지도를 넓히는 데 예능 프로그램만 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작위적 이미지 연출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친근하게 소통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출연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유퀴즈’ 측이 당선인의 출연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경우에는 과거 출연 의사를 타진했음에도 제작진에서 거부했다는 의혹이다. 의혹 제기자는 청와대와 경기도의 전·현직 비서관들이다. 이들은 정파성을 이유로 ‘유퀴즈’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시민단체도 거들고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번 사태가 검사 출신 CJ ENM 대표이사와 윤석열 당선자의 친분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의심은 검사 인맥을 매개로 한 권력과 언론미디어 유착이 새 정부에서 노골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로이 넘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인의 출연이 많지 않았던 ‘유퀴즈’에 윤석열 당선인이 출연하게 된 배경이 대표이사와 당선인의 인연 덕분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퀴즈’가 아니라도 정치인이 얼굴을 내민 예능 프로그램은 여럿이다. 특히 지난 대선 국면에선 각 방송사의 주말 예능프로그램이 경쟁하듯 각 정당의 후보를 번갈아가며 출연시켰다. 모든 후보가 아니라 유력 후보만 나왔다. 이때도 배제된 일부 후보는 “무슨 기준으로 출연자를 꼽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화제성이나 당선 가능성 등 제작진 나름의 기준이 있었겠으나, 누군가에겐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셈이다.

‘유퀴즈’가 당선인의 출연을 결정한 배경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사실 많은 국민은 그 내막이 궁금하지도 않다. 그러니 제작진의 의도를 따지겠다며, 정치권이 굳이 핏대를 세울 필요가 있을까 싶다. “누군 나오고 누군 못 나왔네” 따지면서 예능 정치에 열을 올릴 시간에, 더 건설적인 고민을 해주면 좋겠다. 어차피 편파 방송의 냄새는 시청자들이 먼저 귀신같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