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 대통령, 후임자 비난하면 성공한 대통령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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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대선 패배 두고 “난 링 위에 안 올라” 궤변  

포용과 화합은 사라지고, 자기 변호 치중

주요 현안에 침묵하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에 큰 목소리를 냈다. 기자간담회와 JTBC ‘대담-문재인 5년’을 통해서다. 물러나는 대통령으로서의 지혜와 포용을 기대했지만 자신에 대한 변호, 그리고 정파 수장으로서 후임자에 대한 비판만 두드러졌다. 부적절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걸 두고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지 못했다. 입도 벙긋 못했는데 마치 선거에 졌다 이렇게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대의민주주의, 특히 책임정치에 대한 몰이해다. 선거는 권력 위임 여부를 묻는 절차다. 집권세력이 통치를 잘했으면 계속 위임받고, 잘못했으면 회수당한다. 국민이 선거에서 여당을 택하지 않았다는 건 통치를 잘못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한 번도 링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

5년간 국정을 성공적으로만 평가한 대목도 불편했다. 특히 부동산 폭등에 대해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우리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폭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지방 부동산 가격까지 포함한 전국 평균치를 이용한 왜곡이자 궤변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4년간 90% 이상 폭등했다. 표로 드러난 수도권 민심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문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한 것이 진심이냐’는 질문에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역대 정권과 달리 문재인 정권에서 권력형 비리가 없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현 정권을 수사하다가 좌천되거나 옷을 벗은 검사들이 한둘이 아니지 않나. 문제가 없다면 민주당이 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나.

북한과의 관계를 말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목함지뢰 등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은 북한의 명백한 ‘도발’을 충돌로 인식한 건 충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염두에 둔 듯한 직간접 발언도 문제가 적지 않다.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는데 중도에 그만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중도에 그만두도록 한 게 바로 문 대통령이었다. 윤 당선인을 향한 “국가 지도자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북한하고 상대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 “잘 알지 못한 채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면 안 된다”도 공개 석상에서 할 얘기는 아니다. 문 대통령은 “반대 의견을 밝히는 걸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신구(新舊) 대통령의 공개적 대립이 갈등이 아니고 무엇이 갈등이겠나.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대선 직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 자신의 발언을 다시 찾아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다.” 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