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본회의 돌입…민주 ‘회기 쪼개기’로 필리버스터 무력화

중앙일보

입력 2022.04.27 19:30

업데이트 2022.04.27 21:58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절차에 돌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저항했고,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투쟁에도 나섰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민주당·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최종 조율에 실패하자 오후 5시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개시했지만, 171석 민주당의 수적 우위에 맞설 방법은 없다. 민주당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4월 임시국회 회기를 이날로 종료하는 ‘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 수정안을 제출해 가결시켰다. 필리버스터 중에 회기가 끝나면 토론 종결로 간주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이용해, 필리버스터를 7시간 만에 강제 종료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2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검수완박 입법독재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있다. 김상선 기자

2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검수완박 입법독재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있다. 김상선 기자

민주당은 이어 오는 30일부터 시작하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도 국회에 제출했다. 30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검찰청법 개정안은 토론 없이 곧바로 표결에 부쳐지고,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상정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그날도 똑같이 회기를 하루로 자를 것”이라며 “그러면 국민의힘이 형사소송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더라도 또 끊긴다. 이후 5월 3일 임시국회를 열어 두 번째 법안까지 통과시키면 끝난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이 목표로 했던 5월 3일 정례 국무회의 의결은 불가능하게 됐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만료인 5월 9일 전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면 법안을 공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이 꺼내 든 ‘회기 쪼개기’ 꼼수는 지난 2019~2020년 연동형 비례제 공직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 때도 사용했던 방식이다. 다만 회기를 2~3일로 쪼개 그 기간 동안은 필리버스터를 허용해줬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회기를 본회의 당일 종료하기로 했다.

권성동 “검수완박은 민주당 이익…감옥 갈 사람 20명 누구인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가 개의되자 ‘검수완박’ 법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가 개의되자 ‘검수완박’ 법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 11분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은 기만적 정치 공학의 산물”이라며 민주당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대선이 끝난 정권 말기에 마치 군사 작전하듯이 법안 통과를 하려고 하느냐”며 “검찰 길들이기가 실패하니까 이제 검찰을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심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검찰로 하여금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의 부정부패, 비위를 제대로 수사하고 파헤치도록 놔두십시오. 왜 이렇게 자신이 없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법안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자는 민주당”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검수완박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인용하며 “감옥에 갈 사람 20명이 누구인가. 그것 좀 말씀해 달라”고도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권 원내대표는 “회의장이 너무 소란스럽다”며 박 의장에게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종민 의원을 두 번째 토론자로 올려 맞불 필리버스터를 펼쳤다. 김 의원은 “검수완박 중재안은 박병석 안이기도 하지만 권성동 안이기도 하다. 저는 권성동 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 의장의 주선으로 도출된 중재안에 대한 양당 간 합의를 뒤집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2017년에 윤석열 특수부 검사를 중용한 게 잘못의 시작”이라며 “우린 검찰의 수사에 의지하지 않는 민주사법의 길을 시작부터 갔어야 된다”라고도 했다. “인간에게 초과 권력을 주면 반드시 그 칼로 남을 해치고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 우리가 지금 그 역사를 3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세 번째로 연단에 오른 건 검사 출신 김웅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그는 “검수완박이란 검찰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비리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같은 것을 수사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했던 직권남용 범죄를 숨기기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양당 종일 신경전…“합의 깼다” vs “졸속 입법”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87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87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연이은 양보마저 거부했다”며 “합의파기로 국회 대결 국면이 길어질수록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의 속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엉터리 졸속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연석회의를 열고 “국민 동의를 받지 못했을뿐더러 국민의 삶에 엄청난 피해를 끼칠 것이 자명한 검수완박법 일방 강행처리의 모든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며 “지금이라도 민심 역주행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에도 양측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여론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엔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 “국민독박”, “죄인대박”이라고 쓴 세로 피켓을 세우고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법 즉각 중단하라”, “권력비리 은폐시도 검수완박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규탄시위도 벌였다.

민주당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국민의힘 측과의 비공개 협의 과정을 일일이 공개했다. 박 원내대표는 “안건조정위원회 회의 직전 권 원내대표와 유상범 간사 등과 비공개회의를 가졌다”며 “법조문 하나하나가 합의사항 범주 안에 있는지 따지면서 문구를 정리했는데, 이후 국민의힘이 국회법 절차를 방해했다.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이 판을 깨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손잡은 박병석…“의총 추인 거친 약속 지켜져야”

박병석 국회의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검수완박' 중재안 파행 위기에 따른 해법을 논의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상선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검수완박' 중재안 파행 위기에 따른 해법을 논의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상선 기자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장이 마지막으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지만 결국 중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1시간여의 회동의 소득이 없자 박 의장은 결국 국회 본회의를 소집했다. 박 의장은 별도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저는 이미 어느 정당이든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과 국회 운영 방향을 같이 하겠다고 천명했다”며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특히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의총 추인까지 거쳐 국민께 공개적으로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다”며 “그동안 여야 원내대표간의 합의안이 의원총회에서 뒤집힌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이처럼 의원총회 추인까지 받은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이례적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본회의 소집이 확정되자 국민의힘은 법적 투쟁에도 돌입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유상범·전주혜 의원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날 안건조정위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무소속 의원의 선임이 무효라는 취지였다. 전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해 무소속이 됐고 민 의원이 야당 몫으로 안건조정위 위원으로 왔다. 이는 안건조정위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또 “안건조정위에서 국민의힘이 제출한 ‘안건조정위원장 선출 건에 대한 안건조정 회부 신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중대한 절차 위법으로 무효"라는 주장도 펼쳤다. 유 의원과 전 의원의 국회법상 심의·표결권이 침해받았다는 취지였다.

법적 투쟁에는 대검찰청도 가세할 조짐이다. 대검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에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며 향후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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