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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러시아 압박…'안보리 비토권 남용 제한' 결의안 통과

중앙일보

입력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유엔(UN)이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비토(거부)권에 대한 '문턱'을 만들었다. 거부권을 행사한 상임이사국은 유엔 총회를 열고 거부권을 행사한 정당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다.

26일(현지시간) UN은 총회를 열고 크리스티안 베나웨저 리히텐슈타인 공국 UN 대사가 제출한 '안보리 거부권 행사에 따른 총회 토론을 위한 상임 위임장'이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남용을 제한하는 취지의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1945년 창설 이후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행사한 뒤 10일 이내에 총회를 열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한 국가는 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해야 한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이번 조치로 인해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권리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엔은 이 조치를 통해 거부권을 행사한 상임이사국을 '전세계 여론의 현미경' 아래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안 베나웨저 리히텐슈타인 공국 유엔 대사가 2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남용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티안 베나웨저 리히텐슈타인 공국 유엔 대사가 2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남용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UN에 따르면 총 83개국이 이번 결의안을 공동 후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당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도 이번 결의안의 후원자로 나섰다. 러시아와 중국은 후원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잠재적인 안보리 상임이사국 후보군인 독일과 일본도 후원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또다른 후보군인 인도는 명단에 없었다. 인도는 대러 경제 제재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2년 전에도 제출했으나 통과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독일 DW는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엔 안보리 개혁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개혁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유엔 기록에 따르면 1945년 유엔 창설 이후 이들 상임이사국은 200 건 이상의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기후변화에 관한 결의안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다음 날인 지난 2월 25일 또 한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즉시 중단하고 모든 군대를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서다. 유엔은 홈페이지 소식란을 통해 "이번 결의안 통과는 러시아의 이번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크리스찬 베나위저 UN 주재 리히텐슈타인 대사는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거부권을 갖지도 않고 있고, 안보리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모든 국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사는 AFP에 "이번 조치가 유엔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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