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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부동산에 웃었던 국민의힘…지방선거에선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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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를 접견하려 입장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를 접견하려 입장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이후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최대 이슈는 부동산이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이에 연동된 세금 때문에 집이 없는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나 모두 고통을 받았고, 정권 교체의 한 원인으로까지 작용했다.

실제 국민의힘에 유리한 부동산 민심 지형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됐다. 한국리서치 이동한 차장이 지난달 23일 펴낸 ‘20대 대선 특집: 세대와 부동산, 그리고 득표율’ 보고서에서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평당 2000만원까지는 가격이 올라갈수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상승했고, 평당 2000만원 이상에서는 가격이 올라갈수록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평균 가격이 높을수록 투표율 또한 높은 것이 확인됐다”며 “부동산이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라고 했다.

하지만 3·9 대선 뒤 채 석 달이 안 돼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에선 이런 최근의 흐름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핵심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심상찮은 부동산 흐름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선 “부동산 함수가 복잡해졌다”는 반응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규제로 ‘똘똘한 한 채’ 경향이 이어져 안 그래도 서울 강남과 강북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던 차에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강남의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고 있다. 강남의 이른바 ‘대장주 아파트’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는 서울 이외의 인천·경기 지역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30년 이상 공동주택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밀집된 분당·일산·중동·산본·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지난해 큰 폭으로 반등했던 인천 청라와 동탄 등 수도권 외곽 신도시 아파트는 낙폭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매매가가 수억원 하락하기도 했다.

인수위, 1기 신도시 재건축 문제에 우왕좌왕…“뒤통수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 25일 인수위는 1기 신도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가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1기 신도시 주민 사이에선 “대선 때는 재건축을 빨리 진행시켜 준다더니 대선이 끝나고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발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결국 이튿날인 지난 26일 부동산 TF의 심교언 팀장은 “‘중장기 검토 과제’라는 표현에 대해 오해가 있어 정정한다”며 “조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집값을 떨어뜨리는 길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는 상황이라 이대로 두더라도 ‘영끌족’(영혼을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을 중심으로 대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급매가 몰리게 되면 부동산 시장 붕괴로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져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부동산 실정 심판’ 단순 메시지로 대선 치렀지만 이젠 양상 복잡해져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부동산 시장이 복잡해지자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이 난감해졌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지난 3·9 대선까지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가진 부동산 민심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래서 윤 당선인은 대선 때 수도권을 돌며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건 정부가 의도적으로 한 것이다. 사실은 일부러 올렸다”는 주장까지 폈다. 부동산 문제는 윤 당선인에겐 든든한 무기였다.

하지만 서울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라 “집값을 잡겠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내기에는 부담이 커졌다. 게다가 고금리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히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게 능사도 아니다.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태스크포스(TF) 팀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경기도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태스크포스(TF) 팀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경기도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공수도 바뀌고 있다.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를 향해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상징이자 요체와도 같은 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김동연 후보는 27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당선자가 여러 공약을 쏟아냈는데 인수위에서 제동을 걸면서 공약을 파기하는 수순이 아닌가”라며 “유권자와 맺은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역공을 폈다. 그러면서 외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신속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은혜 후보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인수위에서 이미 정권 출범 직후 빠르게 (내가 발의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추진해 재건축·재개발을 주도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며 “오직 김동연 후보만이 가짜뉴스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에선 김동연 후보가 외려 “인수위가 공약 파기” 역공

인수위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는 본능의 문제다. (부동산 민심은) 누구도 못 말린다”며 “부동산 상황 때문에 경기뿐 아니라 서울 선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부동산 민심이 특정 정당에 유리할지 여부에 대해선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한국리서치 이동한 차장은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바뀐 직후에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기에는 이르다”라며 “어느 정당에 유리할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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