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불가리아 가스 꼭지 잠근 러....'에너지 무기화'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2.04.27 16:49

러시아 옴스크에 있는 가스프롬의 정유공장. 가스프롬은 27일 오전부터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공급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옴스크에 있는 가스프롬의 정유공장. 가스프롬은 27일 오전부터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공급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폴란드·불가리아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끊겠다고 통보했다.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한 후, 폴란드·불가리아가 첫 대상이 됐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것은 러시아가 나머지 유럽에 발사한 경고"라고 진단했다.

26일(현지시간) 폴란드 국영 가스 기업 PGNiG는 가스프롬으로부터 27일 오전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가 끊길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로이터·AP 통신 등이 전했다. 야말 파이프라인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독일로 수송되는 유럽 3대 천연가스 라인으로 폴란드는 이를 통해 연간 약 90억㎥를 수입한다. 이날 불가리아 에너지부도 국영 가스기업 불가르가스가 가스 공급이 끊길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PGNiG는 2020년 가스프롬과 연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으며, 이후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을 통한 '용량 경매' 방식으로 조달해 왔다. 이 계약서에 가스대금은 유로 또는 달러로 지불하기로 돼 있어 PGNiG는 러시아의 새로운 지불 방식(루블화 결제)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점에서 러시아의 공급 중단은 "계약위반"이며, 후속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유럽연합(EU)은 유럽 에너지 기업이 러시아에 대금을 지불할 때 서방의 제재 범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유로나 달러로 지불하는 계약을 맺은 기업은 러시아의 요구에 응해선 안 된다. 이는 제재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우호적이고,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EU 국가에 대해 가스프롬방크에 계좌를 개설하고 수입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도록 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루블로 지불하려면 수입국은 유로나 달러를 루블로 환전해야 하는데, 이는 러시아 입장에서 루블화 가치 하락에 대한 방어 수단이 된다. 또 러시아가 서방이 부과한 제재를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루블화 지급에 동의한 EU 국가는 친러 성향의 헝가리뿐이다.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조된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글로벌 데이터정보업체 ICIS의 톰 마젝-맨서 연구원은 "폴란드는 수년간 러시아와 가스프롬과 불편한 관계였지만, 불가리아는 그렇지 않았다"며 "불가리아까지 단절을 선언한 건 그 자체로 상당히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왔다고 밝혔다. 마르친 프리지다츠 폴란드 외무차관은 "(러시아는) 어떤 종류의 사업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며 "가스프롬 가스가 끊긴다고 해서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의 가스저장고 35억㎥중 76%가 채워져 있으며, 향후 야말 파이프라인 역류를 통한 공급과 리투아니아·체코 등에서 가스를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 초점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탈리아 등으로 모인다. 로랑 루세카스 S&P글로벌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폴란드·불가리아 사례는)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제페리스의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루블화 지급 위협은 연말까지 공급하기로 한 계약이 조기에 해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급 차단으로 폴란드가 유럽의 다른 곳에서 가스를 가져오게 될 경우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관측했다. 이날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5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6.6% 오른 메가와트시(MWh)당 99유로를 기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에너지 당국은 러시아의 폴란드에 대한 위협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현재 독일에 대한 가스 공급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러시아의 즉각적인 공급차단 통보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정부 관리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 관리는 이탈리아는 러시아 가스의 주 수입국이지만, 공급 다변화를 위한 조처를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563억㎥의 천연가스(파이프라인, 액화천연가스 포함)를 수입했으며, 이탈리아(197억㎥)·터키(158억㎥)·네덜란드(112억㎥) 등이 뒤를 이었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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