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일도 중무기 제공 결단…자주대공포 50대 우크라 보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에 중(重)무기 지원을 반대했던 독일이 입장을 바꿔 '게파르트(Gepard) 자주대공포' 50대를 양도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독일, 우크라에 첫 중무기 자주대공포 양도  

독일군이 사용했던 게파르트 자주대공포. 지난 2010년 10월 6일 마지막 실사격후 일부 차량을 비축분으로 돌린 후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군이 사용했던 게파르트 자주대공포. 지난 2010년 10월 6일 마지막 실사격후 일부 차량을 비축분으로 돌린 후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어 자문 회의'에 참석해 "독일 KMW(크라우스-마페이 베그만)의 게파르트 자주대공포를 우크라이나에 인도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KMW가 보내고 독일 정부가 지불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주최한 이 날 회의에는 40개국이 모였으며, 한국과 일본 대표단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 회의가 끝난 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독일에 감사를 표해 독일의 중무기 지원을 확실히 공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독일의 결정은 중요한 조치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군사 능력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게파르트 대공자주포는 레오파르트 전차대 위에 35㎜ 포와 레이더가 장착된 것으로 중무기의 하나다. 저공으로 침투해 기갑부대를 공격하는 적 항공기를 무력화시킨다. 1960~70년대 개발된 것에 최신 전자 장치를 추가해 업그레이드 했다. 김기원 대경대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교수는 "러시아 제공권 장악을 막는데 긴요한 무기다. 적 항공기 탐지 레이더, 사격 통제장치, 탄약 등을 세트로 운반해 일반 대공포보다 임무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처음으로 중무기를 납품했다"면서 "게파르트 대공자주포가 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보다 독일이 중무기를 처음 보낸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NYT는 "러시아 도발에 대한 두려움으로 흔들리던 독일에겐 중대한 정책 변화다.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서방 무역국인 독일의 이 같은 결정은 외교적 해결에 대한 회의 속에 전쟁이 고조될 거란 신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핵전쟁 우려' 숄츠 총리, 국내외 비판에 입장 바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독일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중무기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이 이달 중순부터 곡사포·장갑차·헬리콥터 등 중무기를 대거 보내면서 영국·캐나다·프랑스 등 주요 서방 국가도 이 기조에 동참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차·장갑차 등을 키이우에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이 지난 11일 전차 레오파르트1 50대를 우크라이나에 납품하겠다고 했지만, 독일 정부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숄츠 총리는 지난 22일 슈피겔과 인터뷰에선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중무기를 공급하는 게 끔찍한 결과를 낳으리라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실수로 극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모든 움직임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직접적 군사적 충돌을 막아야 한다. 핵전쟁이 나서는 안 된다.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연합 등 야당은 물론, 연립정부를 구성한 녹색당이나 자유민주당(FDP)도 숄츠 총리를 비판하고 나섰다. 외신에선 "독일만 고립돼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숄츠 총리도 국내외의 거센 압력에 입장을 선회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20억 유로(약 2조 6847억원)로 두 배 늘리기로 한 데 이어 중무기 제공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군수업체 라인메탈이 우크라이나에 마르더 장갑차 100대를 수출하기 위해 낸 허가 신청을 곧 결정할 예정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