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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현대차 제치고 재계 2위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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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SK가 재계 2위 자리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는 17년간 지키던 ‘2인자’ 지위를 내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 대상으로 삼는 대기업 리스트를 발표했다.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순으로 이어지던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에 2010년 이후 처음 바뀌었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 중엔 최초로 두나무가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17년 만에 2위 자리 바뀌었다

공정위는 27일 ‘2022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76개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이른바 ‘대기업집단’이다. 이 중 47개 대기업은 자산총액 10조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대기업집단 수는 지난해(71개)보다 5개 늘었다. 3개 회사가 빠지고 8개 집단을 새로 대기업으로 지정하면서다.

2·3위 뒤바뀐 2022년 대기업집단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3위 뒤바뀐 2022년 대기업집단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산총액이 483조원이 넘어 압도적 1위인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켜오던 현대차가 ‘2인자’ 자리를 SK에 내줬다. 현대차는 2005년 LG를 제친 뒤부터 17년간 재계 2위를 유지했는데 전년보다 자산이 늘었음에도 SK의 가파른 성장에 밀렸다. 이를 제외하고는 1위부터 10위까지 재계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1위를 지키고 있다.

고정됐던 재계서열에 균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SK는 3·4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러다 LG의 일부가 GS그룹으로 분할하면서 2005년 현대차가, 2006년 SK가 각각 LG를 제쳤다. 이후 삼성·현대·SK·LG·롯데의 재계 자산 서열이 유지됐다. 2009년 5위 자리를 롯데가 아닌 포스코가 차지하긴 했지만, 그 해뿐이었다.

SK의 자산은 1년 사이 52조4390억원 늘었다. 반도체를 그룹의 주력으로 삼고, 배터리와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를 계속 발굴한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들의 지속적인 사업 모델 혁신과 재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공개(IPO) 및 분할 등으로 전반적으로 규모가 커진 것도 배경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매출 증가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으로 자산이 20조9000억원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을 분할해 계열사를 설립하면서 자산이 상승했다. 지난해 1년간 SK 소속회사 수는 148개에서 186개로 38개 늘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SK 상승세를 이끌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관련 자산액이 2조9000억원 늘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회사 설립이나 인수 등을 통해서도 계열사 자산이 증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는 배터리(Battery)와 바이오(Bio), 반도체(Chip)의 영어 앞 글자를 따 'BBC'라고 일컫는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이 자산 규모를 키웠고, 이렇게 늘어난 자산은 또 다른 성장동력 발굴의 발판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나무, 대기업집단 됐다

두나무·크래프톤·보성·KG·일진·오케이금융그룹·신영·농심 8개 회사가 대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됐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 주력 회사 중에선 처음으로 대기업이 됐다. 두나무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송치형 이사회 의장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두나무의 자산총액은 10조8225억원에 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에 해당한다. 전체 자산 중 5조8120억원은 고객의 원화 예치금이다. 금융·보험업의 경우 고객 자산을 제외하고 자산총액을 판단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기타 정보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어 예치금까지 자산에 포함됐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뉴스1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뉴스1

건설·해운·IT 업종 순위 올라

자산 순위가 가장 많이 뛰어오른 기업집단은 중흥건설이다.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전년도 47위에서 20위로 27계단 상승했다. 해운 수요 증가로 삼성·SK 다음으로 당기순이익을 많이 거둔 HMM은 1년 만에 23계단 뛰어올라 자산총액 25위로 올라섰다. 카카오는 18위에서 15위로, 네이버는 27위에서 22위로 순위가 오르는 등 건설·해운·IT 업종에서 재계 순위 상승이 나타났다.

해운·건설·IT 기업 약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해운·건설·IT 기업 약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편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이번에도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쿠팡의 동일인은 법인으로 지정됐는데 김 의장이 외국인이어서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동일인 지정으로 형벌까지 부과할 수 있는 법적으로 큰 책임이 동일인에게 있는데 외국인을 지정한다는 건 신중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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