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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와 모네 그림 한 자리에...'이건희컬렉션' 실체를 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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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1917-1920,캔버스에 유채, 100.0x200.5cm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1917-1920,캔버스에 유채, 100.0x200.5cm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1751년에 일흔여섯의 겸재 정선( 1676~1759)이 인왕산을 그린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와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린 '수련이 있는 연못'. 다른 시공간, 전혀 다른 색채로 그려진 두 거장의 작품이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에 함께 펼쳐졌다. 지난해 고(故) 이건희(李健熙, 1942~2020) 삼성 회장의 유족들 문화유산과 미술품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서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이번이 첫 공개다.

이건희 기증 1주년 기념전 #국립중앙박물관 28일 개막 # 8월28일까지 총 355점 선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공립미술관 5곳 등등 이건희 기증품을 받은 기관 전체가 협력한 전시가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4개월간 열린다. 고 이 회장 유족이 기증한 총 2만3000여 점 중 355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기중품은 각 기관이 나눠 받았지만, 각기 받은 기증품을 한데 모아 '이건희 컬렉션'의 고갱이를 '하나'로 엮여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다.

중박 308점, 국현 35점, 5개 미술관 12점 

전체 전시작품 355점 중 가장 많은 전시품을 출품한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등 308점을 출품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35점을 출품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김환기(1913~1974)의 '작품', 대구미술관은 이인성(1912~1950)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1914~1965)의 '한일(閑日)',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의 '현해탄', 전남도립미술관은 천경자(千鏡子, 1924~2015)의 '만선(滿船)'등 총 12점을 출품했다.

전시품 중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출품한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 등 국보가 13점, '삼현수간첩(三賢手簡帖)' 등 보물이 20점이다.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지난해 4월 그의 수집품 중 문화유산 2만1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근현대 미술품 148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또 근현대 미술품 102점을 지역 미술관 다섯 곳에 나눠 기증했다. 광주시립미술관 30점, 대구미술관 21점, 양구 박수근미술관 18점, 제주 이중섭미술관12점, 전남도립미술관 21점 등이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수집과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고,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의 다양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며 "문화유산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전시품을 선별하고, 서로를 연결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드러나도록 전시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조선 달항아리와 김환기 '작품' 나란히 

 백자 달항아리, 선 18세기, 높이 34.3cm, 최대폭 32.8cm[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백자 달항아리, 선 18세기, 높이 34.3cm, 최대폭 32.8cm[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김환기,작품, 1950년대 하드보드에 유채, 54.0x26.0cm. [사진 광주시립미술관]

김환기,작품, 1950년대 하드보드에 유채, 54.0x26.0cm. [사진 광주시립미술관]

전시는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와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로 구성했다.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는 컬렉터의 집을 은유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고 이 회장의 안목과 취향을 보여주는 수집품을 선보인다.

1부에서 정약용(1762~1836)의 '정효자전(鄭孝子傳)'과 '정부인전(鄭婦人傳)'도 처음 공개된다.  강진 사람 정여주의 부탁을 받아 그의 일찍 죽은 아들과 홀로 남은 며느리의 안타까운 사연을 글로 쓴 서예 작품으로 정약용의 글씨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18세기 '백자 달항아리'와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도 이곳에 전시된다. 김환기의 추상 회화가 전통문화와 자연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했음을 한 눈에 보여주는 구성이다.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클로드 모네가 만년에 그린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도 이번에 국내 처음으로 전시한다.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는 수집품에 담긴 인류의 이야기를 네 가지 주제로 나눠 보여준다.  조선 시대 산수화와 현대 회화, 토기와 도자기, 금속공예품이 이곳에 전시된다. 불교미술과 전적류도 전시한다. 고려불화는 첫 2개월간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고려 14세기), 다음 2개월은 '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고려 14세기, 보물)를 선보인다.

기록문화에 대한 애착 

“기록 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정보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더욱 힘들다”라는 사명감으로 고 이 회장이 수집한 『초조본 현양성교론(初雕本顯揚聖敎論)』(고려 11세기, 국보), 금속활자로 인쇄한 초간본 『석보상절(釋譜詳節) 권20』(조선 1447~1449) 등 귀중한 옛 책도 전시한다. 『초조본 현양성교론』은 고려 11세기 11세기에 인쇄한 초조대장경의 일부이다. 고려 왕실은 1011년(현종 2)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려고 한국 최초로 대장경을 집결했다.

4개월 간 이어지는 전시 기간 중 1개월마다 주요 서화작품을 교체하며, 지난해 2개월간 전시됐던  '인왕제색도'와 '추성부도'는 1개월씩만 전시한다. 빛에 쉽게 손상되는 고서화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후 두 작품은 10월 4일 개막하는 국립광주박물관 전시에서 다시 선보인다.

관람권은 매달 1개월 전 월요일 오후 2시부터 예매가 시작된다.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 혹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할 수 있으며, 전체 전시 기간 중 1인당 최대 16매까지 관람권을 살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작품 ①정선, 인왕제색도(1751)

정선이 자신의 터전인 인왕산 구석구석을 자신감 있는 필치로 담아낸 역작. 국립중앙박물관은 초분광분석과 적외선 촬영을 실시해 그림의 푸르스름한 빛깔이 먹으로만 표현한 것이며, 밑그림 없이 단번에 그린 것임을 밝혔다.

②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

모네의 수련 연작 가운데 하나. 만년의 모네는 이전과 달리 오직 수련과 물 표면의 변화에만 집중하여 대상을 모호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추상화의 출현을 예고한 표현법이라고 평가받았다.

③일광삼존상 (삼국시대, 6세기)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청동에 금도금, 높이 8.8cm로 큰 광배 하나에 보살입상과 비구상 두 구를 배치했다. 보살의 몸에서 나오는 신성한 기운을 광배에 섬세한 선으로 새겨 표현했다.

④정약용 '정효자전''정부인전'(1814)

강진에서 유배 중이던 정약용은 마을 사람 정여주의 요청으로 쓴 두 편의 글. 서른 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아들 정관일이 생전에 했던 효행과 그 부인이 홀로 아들을 엄격하게 기른 이야기다. 정약용이 정성 들여 쓴 유배 시기 서예작품의 전형이며, 가족의 기억을 글로 남기려 한 지역민에게 공감한 정약용의 마음이 담겨있다. 두 점 모두 실물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⑤석보상절 권 20 (1447-1449년)

종이에 활자 인쇄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고자 세종이 수양대군에게 명하여 한글로 지은 불교 서적. 석가모니 부처의 일대기를 구어체로 풀고 훈민정음으로 표기했다. 금속활자인 갑인자로 찍어낸 초간본으로 매우 귀중하다

⑥삼현수간첩(1560-1593, 1599년 편집) 

삼현수간첩 (보물) 성혼, 송익필, 이이 씀 조선 1560-1593 작성, 1599년 편집 .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삼현수간첩 (보물) 성혼, 송익필, 이이 씀 조선 1560-1593 작성, 1599년 편집 .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유학자 송익필, 성혼, 이이가 30년 넘게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서간첩. 세 학자는 편지로 성리학을 토론하거나 국가 경영의 주의사항을 일러주며 우정을 이어나갔다. (보물)

⑦달항아리(18세기)와 김환기 '작품'(1950년대)

높이와 폭의 비율이 거의 같은 단아한 달항아리다. 한 아름에 가득 차는 넉넉한 양감과 어딘지 일그러진 비대칭 형태가 편안한 느낌이다. 김환기는 달과 백자의 형태를 연결해 큰 백자 항아리에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붙였고, 큰 백자 항아리에 달의 이미지를 더해 그림을 그렸다.

⑧이중섭 '현해탄' , 이인성 '노란 옷을 입은 여인', 박수근 '한일(閑日)', 천경자 '만선'

이중섭, 현해탄, 1954, 종이에 유채 ,연필 크레용, 21.6 x14.0cm  [사진 이중섭미술관]

이중섭, 현해탄, 1954, 종이에 유채 ,연필 크레용, 21.6 x14.0cm [사진 이중섭미술관]

이인성, 노란 옷을 입은 여인, 1934 , 종이에 수채, 73.5 x58.5cm [사진 대구미술관]

이인성, 노란 옷을 입은 여인, 1934 , 종이에 수채, 73.5 x58.5cm [사진 대구미술관]

 박수근, 한일(閑日)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33.0x53.0cm[사진 박수근미술관]

박수근, 한일(閑日)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33.0x53.0cm[사진 박수근미술관]

천경자, 만선, 1971년 종이에 채색, 121.0x105.0cm. [사진 전남도립미술관]

천경자, 만선, 1971년 종이에 채색, 121.0x105.0cm. [사진 전남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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