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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尹 집무실 이전 마땅찮다…막무가내 여가부 폐지도 반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윤석열 당선인이 추진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비롯해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 등 윤 당선인의 외교ㆍ안보 전략에 대해서까지 강한 비판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막무가내’, ‘지도자로 적절치 못하다’, ‘대통령 모드로 전환하라’는 등 직설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JTBC가 방송한 손석희 전 앵커와의 이틀째 대담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에 대해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이전의) 적지인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았다”며 “(용산 이전을)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류의 결정과 일처리 방식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 빼라’, ‘우리는 5월 10일부터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식의 일 추진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스스로 청와대를 광화문 서울청사로 이전하려던 공약을 철회한 결정에 대해선 “공약에 얽매이지 않고 (계획을 철회한 것을)잘 결정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평가의 이유에 대해선 “(집무실 이전)공약은 박근혜 정부 때 ‘비서실장도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는 구중궁궐 이미지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제가 굉장히 많은 국민과의 직접소통이 있었기 때문에 구중궁궐 이미지가 싹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지 않는데 굳이 집무실을 이전해 비용과 행정혼란 초래를 무릅쓸 가치가 있는지 판단했고, (공약 철회는) 옳은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 전 앵커는 ‘기자회견과 간담회 부족 등 문 대통령의 소통 성과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자, 문 대통령은 “제가 소통을 못했으면 못한대로 제가 못한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청와대라는 공간이 의식을 지배해서 소통을 못하게 된다?’, 그게 납득이 잘 되느냐”고 재차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정부 조직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데 잘 알지 못한 채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반대를) 하는 게 (현직 대통령의) 의무”라며 “당선인이 바라는 바이니 입 닫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문 대통령은 이어 “여가부 폐지에 대한 당선인측이 (선거)초기에는 좀 막무가내였다”며 “당선인으로서 정부조직을 막무가내로 개편한다고 했다면 그냥 반대를 넘어 필요하면 기자회견을 해야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등 윤 당선인 측과의 인사갈등에 대해서도 “권력기관 인사는 가급적 당선인의 의견을 조금 듣고 참고해 원만히 해결하는 게 도의상 좋다”면서도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고 당선인은 당선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되는데, (인사권을)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하니까 문제가 됐던 것”이라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과거 언급했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 등 강경 발언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3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형 ICBM 시험발사를 단행할 데 대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3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형 ICBM 시험발사를 단행할 데 대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연합뉴스

그는 “선제타격을 말하거나, 북한의 ICBM에 대해 대단히 거칠게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는 표현은 국방부장관이나 합참의장 정도면 몰라도 국가 지도사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라며 “당선인이 북한과 상대하고 대화해본 외교 경험이 없어서 그랬을텐데 빠르게 대통령답게 대통령 모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의 추가 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그것도 오로지 선거용 발언이지, 대통령 모드로서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선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넘어 정치인들이 삼가야 할 주장이라고 본다”며 “어처구니 없는 주장, 기본이 안 된 주장이다. 그런(핵무장론) 주장에 대해선 정말로 나무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침류각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침류각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뉴스1

한편 문 대통령은 대북 대화를 앞세웠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이 원위치로 돌아왔다’는 손 전 앵커의 지적에 대해서도 “그러면 5년간의 평화는 어디로 날아갔느냐”고 반문하며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북한 핵실험 등이 거듭되며 전쟁 위기가 조성됐다”며 “이를 해소하고 대화국면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저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북ㆍ미 대화에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 톱다운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해보겠다고 생각한 것만 해도 대담한 발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겠다. 지금은 평가하기 적절한 국면이 아니다”라고 했다.

과거 김 위원장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던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 이유에 대해선 “그 때는 (김 위원장이) 좋은 대화 파트너일 때고, 지금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고, 이는 ‘레드라인’을 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9월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9월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지난 14~15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 손 전 앵커와의 대담을 마무리하며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최고의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선 “완전히 방전된 배터리 같은 느낌이라 뭘 하겠다는 계획이 없다”며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보통의 시민으로 은퇴자의 삶을 사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모범이 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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