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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중심 도약하는 충청] 소곡주 거르고 한끼제빵소 차리고 젊은이들이 농촌 오니 생기가 돌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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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청년 시골정착 돕는 ‘삶기술학교’

충남 서천군 삶기술학교에서 교육생들이 금속공예를 배우고 있다. [사진 서천군]

충남 서천군 삶기술학교에서 교육생들이 금속공예를 배우고 있다. [사진 서천군]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슬로커(Slowker)’는 색다른 구성원과 마케팅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이 업체는 서울·대구·대전 등 도시에서 온 20~30대 6명이 창업했다. 슬로커는 지난해 6월부터 한산 지역 특산품인 소곡주 판매에 나섰다. 거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이뤄지며, 이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제품을 취급한다. 소곡주 브랜드(일오백)도 자체 개발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 업체는 지금까지 약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체 김정혁 대표는 “소곡주 등 전통주를 젊은 층도 선호할 수 있게 브랜드도 새로 만들고, 판매 방식도 바꿨다”고 말했다. 한산소곡주 나장연 대표는 “지금까지 소곡주는 공장이나 대리점에서 고객이 직접 사가거나 전화로 주문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며 “슬로커의 마케팅 방식이 한산 소곡주 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슬로커 구성원들은 2019년부터 한산에서 운영되고 있는 삶기술학교에서 각종 체험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삶기술학교는 행정안전부가 추진해온 청년 시골정착 프로젝트 목적으로 운영됐다. 20~3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귀농·귀촌 체험이나 창업 등을 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한다. 삶기술학교에는 지금까지 연간 2억~8억원이 지원됐다. 이 돈은 인건비나 프로그램 운영비, 창업비 등으로 쓰인다.

현재까지 삶기술학교에 입학해 프로젝트를 수행한 청년은 약 2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소곡주를 거르고 남은 지게미를 넣어 빵을 만드는 ‘한끼제빵소’를 차리는 가하면 지역 특산품인 한산모시를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로컬러’를 창업했다. 한끼제빵소는 현재 전주에서 빵을 만들어 팔고 있다.

청년들은 주민과 ‘마을공동체’ 형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교생이 40여명인 인근 한산초교 학생들에게 틈틈이 축구와 배구 등을 가르친다. 교장이 “젊은이들이 가진 기술을 학생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 매주 이틀간 2시간씩 제빵기술도 알려줬다. 요가 강사인 교육생은 매주 한 차례 주민들에게 요가를 가르쳤다. 이들 활동은 침체한 시골에 활력소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진 한산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젊은이들이 농촌에 오니 생기가 돈다”며 “이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자체 등이 지원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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