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쌀값만 역주행, 1년새 16% 하락…“늑장수매, 최저가 입찰 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전남 고흥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선호(53)씨. 농가 분위기는 한 마디로 “초상집”이라고 했다. “비룟값은 정부 보조금을 제하고도 80% 올랐고, 면세유도 마찬가지다. 인건비도 올라서 일당 17만원을 준다고 해도 사람이 없어 못 구한다. 그런데 쌀값은 계속 떨어진다.”

쌀값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26일 농산물 유통정보(KAMIS) 따르면 도매시장에서 쌀 20㎏ 상품은 25일 기준 평균 4만9600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보다 4.3%, 1년 전보다 15.5% 내렸다. 2020년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쌀값 바닥 없는 추락.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쌀값 바닥 없는 추락.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다른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과 반대다. 외국에선 쌀 가격도 급등세다. 국제곡물이사회 통계를 보면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중립종)은 t당 1286달러로 1년 전보다 29.9% 비쌌다.

국내산 쌀 가격만 거꾸로 내려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소비는 줄고 있는데 생산량은 많이 늘어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t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작황이 좋았다. 지난해 벼 재배 면적도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전년비 0.8%)했다. 정부가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주는 사업(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2020년 종료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쌀 수요는 늘어난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쌀 소비량은 1인당 56.9㎏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해마다 감소해 최근 5년 사이 8% 가까이 줄었다.

농민단체는 쌀 시장격리(시중 쌀을 정부가 사들여 가격 안정을 유도) 제도가 오히려 가격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수확기 전후부터 쌀 생산량 급증을 경고했는데도 올해 들어서야 늑장 격리에 들어갔고,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쌀을 매입한 탓에 시장가격 추가 하락까지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열린 ‘근본적 쌀 수급 안정 방안 마련 정책 토론회’에서 “계약 재배 확대 등으로 쌀 품질을 제고하고 가공용 쌀 수요 확대, 논 활용 다양화 등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