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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검수완박법 기립으로 법사위서 처리…국민의힘 "절차 문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단독 의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27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4개월 뒤부턴 검찰은 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 등에 대한 직접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법사위 소위에 이어 전체 회의를 잇따라 열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해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저항했지만 민주당의 수적 우위에 속수무책이었다. 표결 방식은 기립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하루 만에 법사위소위→안건조정위→전체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 강행 처리한 법안 내용은

민주당이 소위에서 처리한 개정안엔 지난 22일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대로 현재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보유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중 4개 영역에 대한 직접수사권은 박탈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수수사 영역에 해당하는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만 남기도록 했다.

다만, 민주당은 중재안과 달리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법안 부칙에 담았다. 6월 1일 지방선거로 인해 발생하는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까지는 검찰이 직접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선거범죄 연말까지 검찰 수사권 유지’라는 정의당의 제안을 수용한 결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일부 조항은 중재안보다 수사권을 박탈하는 데 더 엄격해졌다. 중재안엔 직접수사권 범죄에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삭제한다’는 내용만 담겼었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이를 바탕으로 검찰청법 제4조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이를 수정해 의결했다. ‘등’이 ‘중’으로 바뀐 것이다. 국회 의결 없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수사 대상이 확대되는 것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 검찰총장이 직접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검사와 수사관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검찰청법에 담았다. 이는 중재안엔 없었던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소위 논의 단계부터 “민주당이 갑자기 추가한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단독 의결했다.

대치 끝에 '단독 의결' 

전날에 이어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이틀째 논의했던 여야는 이날도 대치를 계속했다. 오후 2시쯤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법사위 소위가 열렸다. 그러나 중재안을 법안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담을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인 끝에 3시간여 만에 정회했다.

박주민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박주민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여야는 대신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합의 파기의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합의 사항이 국민에게 수용되지 않을 때는 당연히 재논의·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오후 5시 30분쯤 소위는 속개했다. 권 원내대표는 직접 박주민 소위원장(민주당)을 찾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법 조문화 작업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결국 의견 차를 못 좁히고 민주당은 오후 7시 10분쯤 법안을 단독 의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줄이되 보완수사권은 보장한다는 그 합의문 정신 완전히 위반해서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요청으로 오후 9시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에 앞서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은 의총을 열고 민주당을 규탄했다. 의원들은 ‘비리은폐 시도, 검수완박 반대한다’, ‘이재명 방탄법’ 등 피켓을 들었다. 법사위 개회 뒤 국민의힘 법사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이 개정안은 합의정신에 따라 합의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원칙인데 오늘 올라온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명백히 합의문 밖에 있다”고 말했다. 합의를 깬 것은 민주당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 구성도 요청했지만 무의미했다. 민주당을 ‘위장 탈당’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안건조정위 의결에 참여해 국민의힘이 수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이다. 박광온 법사위원장(민주당)은 연이어 전체회의를 열어 기립 표결 방식으로 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

민주당, 27일 본회의 처리 시도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이날 저녁 퇴근길 소위에서 법안 처리 소식을 접하고 “정치인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지 않는 법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께서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사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의 수정 법안에 대해 “법률가가 아니라 제가 보기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만든 것 같다”며 “민주당이 무조건 통과시킨다고 하니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장이 미국 출장까지 포기하면서 중재안을 만들어 논의가 진행됐던 것”이라며 중재안 파기한 쪽은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내일(27일)부터 열릴 본회의에 대비하여 비상대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긴급 공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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