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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다음 타깃' 몰도바…친러 지역서 의문의 연쇄폭발

중앙일보

입력

몰도바 영토 안에 있는 친(親)러 분리주의 세력의 지배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어 프리드녜스트로비예)에서 25일(현지시간)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남서부 국경을 맞댄 소국으로, 개전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이은 '러시아의 다음 침공 타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지배하는 트란스니스트리아의 티라스폴 국가안보부 건물에서 25일(현지시간) 연쇄 폭발이 발생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내무부 텔레그램]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지배하는 트란스니스트리아의 티라스폴 국가안보부 건물에서 25일(현지시간) 연쇄 폭발이 발생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내무부 텔레그램]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란스니스트리아 경찰은 이날 수도 티라스폴의 국가안보부 건물에 로켓추진수류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잇따라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명피해는 없고, 공격 배후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내무부는 소셜미디어에 건물 창문이 깨지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인구 47만 명의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영토 안에 있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몰도바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한 미승인 국가다. 주민 대다수가 러시아계고, 평화유지군을 포함한 러시아군이 1500명 이상 주둔 중인 친러 자치공화국이다. 법률상 몰도바 영토지만, 몰도바 중앙정부와 갈등이 지속돼 ‘동유럽의 화약고’로 불려왔다.

몰도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조지아와 함께 ‘확전 우려가 가장 큰 국가’로 지목돼 왔다. 이날 연쇄폭발 사고을 두고도 러시아가 몰도바로 군대를 진입시킬 구실을 만들려는 '가짜깃발(False flag)' 작전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몰도바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오늘 사건의 목적은 헌법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의 치안 상황을 악용할 구실을 만드는 것"이라며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가 '특수군사작전 2단계 목표'를 밝히는 과정에서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2일 루스탐 민네카예프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은 방위산업 연합 연례회의에서 "러시아군의 다음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완전한 장악"이라며 "이렇게 되면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또다른 '진입로'가 확보된다"고 발언했다.

민네카예프 부사령관은 또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에 대한 탄압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구실을 만든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군이 다른 나라 영토를 침공할 빌미를 만들기 위해 '가짜깃발' 작전을 개시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지난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자국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설명하다 몰도바 침공 계획처럼 보이는 표시가 있는 지도를 공개했다. 루카셴코가 공개한 지도 속 러시아군의 몰도바 공격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자국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설명하다 몰도바 침공 계획처럼 보이는 표시가 있는 지도를 공개했다. 루카셴코가 공개한 지도 속 러시아군의 몰도바 공격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이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 평화유지군 병력을 우크라이나 남서부 침공에 끌어들이기 위해 벌인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러시아가 최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서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불과 40㎞ 거리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반(反) 우크라이나' 정서를 심어, 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면서 "이같은 추가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몰도바 외무부는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군대를 모집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에게 "매우 위험하고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충돌 위협이 커지는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러시아 개입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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