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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은 별나라 얘기?…文 "다른 나라보다 상승폭 작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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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4~15일 청와대 내에서 손 전 앵커와 대담을 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4~15일 청와대 내에서 손 전 앵커와 대담을 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저녁 방송된 JTBC ‘대담-문재인의 5년’ 인터뷰에서 임기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에 대해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 가운데서는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집값이 급등한 것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 실패가 아닌 유동성 확대, 저금리 등 외부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대담의 진행을 맡은 손석희 JTBC 순회특파원이 "다른 나라보다 부동산값 상승 폭이 크지 않다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실제 통계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다. OECD에서 한국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며 "우리가 느끼는 건 우리나라에서 부동산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이고, 미국보다 많이 올랐나 적게 올랐느냐는 알 수 없다. 국제 통계 보면 확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OECD의 통계를 보면 한국의 집값 명목지수는 2017년 102.85에서 2021년 116.89로 5년 새 1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 대통령 주장대로 변동률 비교가 가능한 조사대상 43개국 가운데 8번째로 낮다.

이 기간에 터키 집값은 89.4% 올랐고, 헝가리(61.9%), 체코(53.9%), 룩셈부르크(53.7%)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지수 역시 2017년 100.00에서 지난해 107.97로 7.96% 증가했다. 이는 조사 국가 가운데 10번째로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 통계가 정확한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국가별로 OECD에 제출하는 집값 자료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는 실거래 통계를 제시하는가 하면 다른 일부 국가는 호가도 반영하는 식이다.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는 국가도 있고, 신축 주택만으로 통계를 만드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 주택가격지수에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자료(매매가격지수)가 활용된다. 이 지수는 전문조사자가 '거래 가능 가격'을 산출해 기하평균 방식(제본스지수)으로 산정한다. 이 조사는 짧은 기간(주간 단위), 많은 지역의 가격 흐름과 변동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조사원의 평가 가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의 가격 변동보다는 덜 민감하다. 집값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다른 통계에 비해 변동률이 낮을 가능성이 높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또 조사에 활용하는 표본 수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부동산원이 지난해 7월 표본 수를 3배 이상 확대하자 상승 폭이 더 가팔라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

또 OECD 통계는 수도권과 지방 등 지역 구분이 없고 아파트뿐 아니라 전국의 단독주택, 빌라 등 모든 주택 유형이 포함돼 국내서 체감되는 가격 오름세와 온도 차이가 크다. 이번 정부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2017년 5월 6억636만원에서 이달 10억9062억으로 5억원가량 상승했다. 같은 조사에서 전국 모든 유형의 주택 평균가격이 3억1126만원(2017년 5월)에서 4억8575만원(2022년 4월)으로 1억7449만원 오른 것과는 차이가 크다.

민간 조사 기관의 수치와도 차이가 크다. 영국 부동산 정보 업체 ‘나이트프랭크’의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2021년 3분기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23.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기준이며 조사 대상 주요 56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기관이 주요 도시별 가격 기준 상위 5%인 고가(prime) 주택의 가격 동향을 조사 대상으로 한 '최고급 글로벌 도시 지수'도 지난해 4분기 서울은 1년 전보다 21.0% 올라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주요 도시 46곳 중에서는 4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집값 상승률을 다른 국가와 비교한 것은 자신의 임기 동안 집값 상승이 정책 실패가 아닌 외부적 요인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시장 안정에 안간힘을 썼지만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시기 많은 재정이 풀리며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저금리의 대출을 빌려서 부동산을 사는 이른바 '영끌' 때문에 부동산 과수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며 "이런 구조적 원인을 함께 봐줘야 온당한 평가가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손석희 순회특파원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당혹스럽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값 상승 폭이 작았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폭등세가 컸고 '영끌'은 결과론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도 "문재인 정부 집값 상승은 규제 중심의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집값 상승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더라도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인데 다른 국가도 올랐다고 해서 우리 부동산 정책 실패를 면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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