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JTBC에서 방영된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앵커와의 특별대담('대담 문재인의 5년')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26일 “일말의 동점심조차 남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보여줬다”(박민영 대변인)는 반응이 나왔다.
‘최대의 실정’이란 비판을 받았던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내로남불’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공정 논란과 인사·선거중립 문제 등 정치 전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문 대통령의 발언과 상황 인식을 정면으로 비판한 말이다.
실제 전날 문 대통령이 밝힌 현안에 대한 평가는 대중들의 판단과는 큰 차이를 드러냈다.
“한국의 부동산 상승폭은 가장 작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우리의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실패에 대해서도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저금리 대출로 부동산을 사는 ‘영끌’ 때문”이라며 “부동산 가수요를 불러일으킨 구조적 원인을 함께 봐야 온당한 평가가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손 전 앵커마저 “(문 대통령의 주장을)받아들이기엔 당혹스럽다”며 "공급이 아닌 세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부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세제 중심이라는 말은 잘못”이라며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급을 많이 했다”고 했다.
결국 손 전 앵커가 “한국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커서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이 더 컸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부동산 자산 비중까지 얘기하면 굉장히 복잡해진다”며 부동산 관련 답변을 마쳤다.
“동의 없는 장관 임명도 문제없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임명 강행한 장관이 30명이 넘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예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사례 많다는 게 특별히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야당 대표 시절엔 청와대가 황교안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려 하자 “야당과 국민을 무시하고 총리 인준을 밀어붙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오만과 불통에 분노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수사권을 가진 것도 아니고 인원이 얼마 안 되는 청와대 검증이 완전무결할 수 없다”며 “(청와대의)1차 검증 이후 언론과 국회 청문회가 다음 단계 검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청와대의 검증 실패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제시했던 5대 임명 불가 원칙(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데 대해선 “지금 눈높이와 다른 시대를 산 분들에 대해 도덕성 검증에만 너무 매몰돼 정치화되면서 망신주기 청문회가 됐다”며 오히려 야당의 검증 태도를 문제삼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 ‘5대 비리에 대한 고위 공직자 임명 불가’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2017년 5월 초기 조각에서부터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 등이 불거지자 취임 직후인 5월 “원칙 적용을 위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전면 임명 금지를 밝혔던 원칙을 허물었다.
그리고는 6개월 뒤인 그해 11월 기존의 5개 임명 불가 항목에 성(性)관련 범죄와 음주운전을 추가하는 대신, 논문 표절은 2007년 이후, 음주 운전은 최근 10년 이내 2회 이상, 성범죄는 1996년 이후 등 들쭉날쭉한 항목별 기준을 만들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구체적)기준에 위배된 인사를 추천한 적은 없다”며 “다만 청와대가 ‘그 정도면 양해가 되겠지’하는 부분을 언론이나 국회에서 용납하지 못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자신들이 내세웠던 원칙을 누더기로 만들었던 흑역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 등으로 거세졌던 ‘내로남불’ 논란에 대해서도 “모든 면에서 늘 저쪽(야권)이 항상 더 문제”라며 “저쪽 문제는 가볍게 넘어가고, 이쪽(여권)의 보다 작은 문제들은 훨씬 더 부각되는 이중잣대가 문제”라고 했다.
‘조국 사태’엔 사과 대신 정치 수사 의혹
문 대통령은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당선인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수사를 했을 거란 의혹을 제기하며 맞섰다. 반면 조 전 장관과 가족들을 감쌌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아직은 단정하지 않겠다”면서도 “당시 수사에 공교로운 부분이 많다. (윤 당선인이 주도한 수사에)목적이나 의도에 포함됐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윤 당선인이) 다른 당 후보가 돼 대통령 당선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됐다”며 “그분(윤석열)의 발탁이 문제였나, 그분을 우리 편으로 했어야 됐었나,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조 전 장관에 대해선 “그 사람, 그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들은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정부에서 민정수석이 되고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이 되는 바람에 그런 상황이 된 것이라 안타까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거 중립 의무엔 “위선적 규정”
문 대통령은 3ㆍ9 대선의 패배 요인 중 ‘정권교체론이 컸다’는 지적에 대해선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고, 우리 당 후보를 응원할 수도 없었다”며 “마치 (나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앵커가 ‘대통령이 링 위에 오를 수 없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 룰’이라고 법규정을 제시했지만, 문 대통령은 “별로 룰인지 잘 모르겠다”며 공직선거법(9조)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까지 부정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천장을 수여하는 행사도 했다”며 “그때는 당의 총재이기 때문에 총재 자격으로 할 수 있고, 지금은 당원이니 안 된다는 것은 굉장히 위선적인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靑 “최고 수준 대담”…전문가 “동떨어진 인식 발현”
이번 인터뷰에 대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4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대담”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보편적 정서와 완전히 다른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본인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상대당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된 게 의미하는 게 뭔가”라며 “문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인터뷰로 문 대통령이 왜 그동안 각종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나 반성에 인색했는지 명확히 확인됐다”며 “마치 ‘별에서 온 사람’같은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의 근간에는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믿는 운동권의 전형적 선악(善惡) 구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특히 문 대통령이 이러한 운동권적 사고에 익숙한 인사들만을 중용했기 때문에 자신의 원칙만이 절대선이라는 인식이 계속 강화돼 온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한 비판까지 악으로 규정하는 이러한 상황 인식의 결과가 바로 현재 나타나는 극단적 진영간 갈등”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