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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로 밀린 한덕수 청문회…민주 “한동훈과 연계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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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파행 끝에 결국 다음 달 2~3일로 밀렸다.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5~26일 이틀간 열린 인사청문회를 전면 보이콧한 결과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강병원 민주당 간사와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는 26일 협의를 통해 다음 달 2~3일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자료 불성실 제출을 이유로 일정 재조정을 요구하자 “발목잡기”라며 버티던 국민의힘이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이로써 한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26일(임명동의안 제출일인 지난 7일부터 20일 이내)까지인 법정기한을 넘기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 김상선 기자

앞서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날 오전 10시 개의했지만 민주당·정의당 소속 인사청문위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30여분 만에 산회했다. 민주당에선 강병원 의원만 나와 “검증을 제대로 받겠다는 것인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배진교 정의당 의원도 “국무총리를 하시겠다는 분으로서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가 과연 온당한가”라며 민주당을 거들었다.

민주당 “韓-韓 연계 전략”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일정을 미루는 데 성공한 민주당은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총리 인준안 처리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민주당은 줄곧 한동훈 후보자 지명 철회를 주장해 왔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소속 청문위원은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덕수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룬 다음 한동훈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기류를 살필 것”이라며 “만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마지막까지 한동훈 후보자 임명 강행 기류를 보이면 우리로선 한덕수 후보자를 낙마시킬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소속 인청위원도 “한동훈 후보자 임명 강행을 막기 위해선 국회 인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한덕수 후보자를 막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인사청문회를 연계해 새 정부를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국무위원 후보자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권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4월 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이 국면 전환을 노리는 것도 청문회 일정 재조정의 배경이라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검수완박에 대한 역풍을 단기간에 잠재우고 빠르게 새 정부에 대한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서 인사청문회를 5월에 집중시킨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발목잡기 안돼” 반발

울며겨자먹기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일정 재조정에 합의한 국민의힘은 “새 정부 출범 발목잡기” 주장에 탄력이 붙길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71석 거대 정당에 새 정부의 첫인사가 발목 잡힌 형국”이라며 “일부 후보자를 제외하곤 비판 여론이 세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막무가내식 청문회 지연 공세는 오히려 국민들의 반발만 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판넬을 내보이며 한 후보자를 비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판넬을 내보이며 한 후보자를 비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민주당은 총리 청문회 법정기한 위반 논란의 방어수단으로 고(故)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거론중이다. 전날 강병원 의원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관련 자료 제출이 미흡해 청문회 기간을 넘어서도 청문회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2월 9~10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 전 총리 인사청문회는 단 하루 연기된 2월 10~11일 열려 6일이나 뒤로 밀린 한덕수 후보자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청문회는 임명동의안 송부 16~17일째에 개최돼 법정기한 내에 열렸다”며 “이번 경우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례”라고 비판했다.

정치평론가인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총리·장관 후보자의 심각한 결격사유가 더 나오지 않는 이상 민주당의 임명 반대 기류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민주당도 6·1 지방선거를 고려해 최대한 여론 추이를 살피며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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