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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좀 잡히면 어떤가? 일점일획 소홀하지 않게" 석헌 임재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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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우, 일일난재신 ( 一日難再晨 ), 2017 년 , 57x35cm[사진 일중기념사업회]

임재우, 일일난재신 ( 一日難再晨 ), 2017 년 , 57x35cm[사진 일중기념사업회]

석헌(石軒) 임재우(74)는 국내 서예계에서 전각과 문인화, 서예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조형을 꾸준히 실험해온 작가로 꼽힌다. 탄탄한 전각 실력을 기반으로 전각의 칼맛과 변화무쌍하고 리듬감 있는 조형을 필묵으로 풀어낸 그의 글씨는 "거대한 인장을 붓으로 새긴 듯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7회 일중서예상 초대전 #백악미술관서 28일 개막 #작은 글씨로 쓴 해서,행서 #

석헌의 50년 넘는 서업(書業)을 조망하는 전시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28일 개막한다. 제7회 일중서예상 대상 수상자 초대전이다. 2020년 일중서예상을 받은 그는 2년간 전시를 준비해왔다. 일중서예상은 한국 현대 서단을 대표하는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 선생의 서예 정신을 기려 2008년 제정된 한국 서예계의 대표 상으로, 한국 서예 발전에 기여한 원로 서예가들에게 수여한다. 앞서 제4회 취묵헌(醉墨軒) 인영선(1947 ~ 2020), 제5회 하석(何石) 박원규(76), 제6회 초정(艸丁) 권창륜(79)이 각각 대상을 받았다.

일중기념사업회 측은 "석헌은 철농(鐵農) 이기우(1921~1993),  석봉(石峰) 고봉주(1906~1993) 등 근현대를 대표하는 서예·전각가에게 지도받고 전각을 예술의 한 분야로 세우고자 했던 앞 세대의 과업을 정통으로 이은 계승자"라며 "그의 글씨는 과감하게 파격을 실험하기도 하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작업을 반복하며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특히 치밀한 공간구성으로 탁월한 조형미와 회화성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양신(養神), 2018, 103x35cm. [사진 일중기념사업회]

임재우, 양신(養神), 2018, 103x35cm. [사진 일중기념사업회]

 임재우, 호조비화(好鳥飛花), 2018, 35x189cm.[사진 일중기념사업회]

임재우, 호조비화(好鳥飛花), 2018, 35x189cm.[사진 일중기념사업회]

 임재우, 愛吾廬(애오려), 2022, 43x99cm.[사진 일중기념사업회]

임재우, 愛吾廬(애오려), 2022, 43x99cm.[사진 일중기념사업회]

이번 전시에서 석헌은 다양한 서체로 구성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전각 분야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그이지만, 이번 전시는 오롯이 다수의 서예 작품과 소수의 문인화로만 구성했다. 지금껏 새로운 시도를 해온 작품과 더불어 최근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써내려간 해서와 행서 등 작은 글씨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석헌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흠 잡히려고 쓴다. 하지만 일점일획 소홀함이 없이 표현해보려 한다"고 주변에 말하곤 했다. 그는 "과거에 작은 글씨는 사대부들의 일상이었지만 요즘 서예인들은 작은 글씨를 잘 쓰지 않고, 특히 해서를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은 글씨로 해서를 써내려가는 작업은 공력은 크게 드는 데 반해 기껏해야 흠 잡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는 "누가 흠 좀 잡히면 또 어떤가(웃음). 정밀한 표현, 균형감이 특히 중요한 해서야말로 실력을 '민낯'으로 보여준다. 계속 쓰고 또 쓰며 도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석헌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지난 83년 첫 서예전을 연 후 대전시립미술관 개인전을 비롯해 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 명인 선정전, 광주서예페스티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왔다. 1988년 원곡서예상을 받고 2020년 일중서예상까지 받음으로써 그는 원곡(김기승)과 일중(김충현) 형제의 이름을 딴 서예상을 모두 받은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05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008년 대전시립미술관 초대 개인전, 2010년 현대갤러리, 2011년 월전문화재단 지원작가 기획 초대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재 석인자회 고문, 한국전각협회 고문, 한국미술협회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한편 일중선생기념사업회는 제8회 일중서예상 수상자로 근원(近園) 김양동(79)을 선정했으며, 이번 석헌 초대전 개막일 오후 5시에 시상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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