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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봄’ 보게된 395명 아이들…구호·장마리아 특별한 ‘오렌지 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호(KUHO)의 19번째 '하트 포 아이' 제품들. 장마리아 작가와 협업한 성인 및 아동용 티셔츠와 카디건, 에코백 등이 있다. [사진 삼성물산]

구호(KUHO)의 19번째 '하트 포 아이' 제품들. 장마리아 작가와 협업한 성인 및 아동용 티셔츠와 카디건, 에코백 등이 있다. [사진 삼성물산]

다시 봄이다. 겨울도 지나고, 길었던 펜데믹의 끝도 보이는 것 같은 진짜 봄이다.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는 계절, 국내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가 26일부터 시각장애 어린이들의 안과 수술을 돕는 캠페인에 나섰다.
따뜻한 마음을 모아 시력을 찾아준다는 의미의 ‘하트 포 아이(Heart For Eye)’ 캠페인은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열아홉 번째다.
구호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매년 예술가·유명인과 함께 옷 등을 만들어 판매 수익금을 삼성서울병원에 기부해 저소득층 시각장애 어린이의 개안수술을 후원하는 활동이다. 지금까지 395명의 아이가 치료를 받고 새로운 세상을 보는 기쁨을 얻었다.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 인터뷰 중인 장마리아 작가. [사진 삼성물산]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 인터뷰 중인 장마리아 작가. [사진 삼성물산]

올해 구호와 함께한 예술가는 화가 장마리아(41) 씨. 전시회는 물론 각종 아트페어와 경매에서 출품작 전체가 판매되는 등 미술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나타내는 작가다. 캔버스 위에 마치 부드러운 크림치즈를 도톰하게 바른 듯, 회반죽과 모래 등을 사용해 도톰한 질감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특히 초록·하늘·노랑·주황 등 다채로운 색상이 눈길을 끄는 ‘봄’ 시리즈 작품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장마리아 작가의 '중간쯤 어디-봄 시리즈(In Between- Spring Series)' 가운데 '안개낀 블루(Foggy Blue)' 작품. [사진 가나아트]

장마리아 작가의 '중간쯤 어디-봄 시리즈(In Between- Spring Series)' 가운데 '안개낀 블루(Foggy Blue)' 작품. [사진 가나아트]

지난 25일 서울 한남동 구호 대표매장에서 만난 장마리아 작가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재능기부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기뻤다. 좌절감이 들 때 그 희망을 느끼며 저도 회복하고 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대 초 망막이 변성되면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한창 화가로서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 예고없이 닥친 불운이었다.
“초점은 까만데 주변은 뿌옇게 보이고…저한테는 모든 게 회색으로 보였어요.” 실제 당시 그린 ‘자화상’ 작품들은 여러 가지 색을 회색으로 덮어버린 뒤, 그 위를 뾰족한 도구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어두운 회색을 벗겨내고 다시 색상들을 드러내게 한 건 긍정의 힘이었다. 그는 “시력 차이로 원근감이 잘 잡히지 않으니까 그림을 더 튀어나오게 하고 싶었고, 빛에 더 예민해져 빛으로 생기는 그림자를 더 뚜렷이 드러내게 됐다”며 “불편함 덕에 나만의 작품세계를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구호(KUHO)와 장마리아 작가가 시각작애 아동들이 그린 하트를 그래픽으로 형상화해 만든 작품. [사진 삼성물산]

구호(KUHO)와 장마리아 작가가 시각작애 아동들이 그린 하트를 그래픽으로 형상화해 만든 작품. [사진 삼성물산]

이번 구호와 함께 작업한 티셔츠와 카디건, 에코백에도 밝은 오렌지빛 작품을 담았다. “살랑살랑 설레는 마음과 무언가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생동감을 나타내는 색”이라고 했다. 여기에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직접 손으로 그린 하트를 작가 특유의 붓터치로 표현해 넣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번 ‘하트 포 아이’ 제품들을 전국 구호 매장과 삼성물산 패션부문 패션·라이프스타일 전문몰인 SSF샵에서 판매한다. 가격은 종류별로 5만~9만원대다.

실제 수익금은 많은 가정에 희망의 씨앗으로 쓰였다. 지난 2020년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A양(7살)은 수술을 받고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보며 “나는 행복하네. 고마워!”라고 기뻐했다. 초등학교에 갔지만 사시로 의기소침한 아이를 보며 가슴 아파했던 B씨도 “너무 감사하다. 아이 잘 교육시켜서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키우겠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이날 장마리아 작가는 아이들을 향해 “힘들 때도 기쁠 때도 자기감정에 솔직하면 긍정적으로 살아갈 힘이 생긴다”며 “우리는 결국 하고싶은 것을 하며 살게 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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