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 우크라 방문 다음 날 "3차 대전·핵전쟁 위험 실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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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3차 세계대전과 핵전쟁에 대해 "위험이 실재(real)한다"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다음 날 나왔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전쟁과 관련해 "위험이 실재하고 심각하다"며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3차 대전에 대해서도 현재의 긴장 상황을 감안할 때 "위험이 실재한다"고 경고했다고 모스크바타임스가 전했다.

다만 그는 "지난 1월 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들이 핵전쟁 불가론에 같은 입장을 취했다"며 "이는 러시아의 기본 입장이고, 핵전쟁을 막는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뉴스위크는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상황에서 러시아가 핵무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관련 능력을 부각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고 평했다.

나토엔 "전쟁은 전쟁을 의미"

가디언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위협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원조는 나토가 본질적으로 러시아와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서방이 지원한) 이들 무기는 러시아군의 합법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토는 본질적으로 대리인(우크라이나)을 통해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으며 그 대리인을 무장시키고 있다. 전쟁은 전쟁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24일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왼쪽부터 오스틴 장관, 젤렌스키 대통령, 블링컨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나토가 무기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간접적으로 참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AP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의 나토 관련 발언은 오스틴 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같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말한 뒤 나왔다고 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라브로프의 3차 대전 언급은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를 감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푸틴 고전할수록 핵 카드 고려 가능성 높아져"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러시아는 최근 들어 핵 위협을 증강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메가톤(TNT)급 핵탄두를 10개 이상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맛’을 전격 시험 발사했고,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 볼티모어대 데이비드 린겔바흐 교수는 더힐에 기고를 통해 "푸틴은 자신이 선택한 고립적 환경 때문에 핵전쟁이 촉발할 위험에 대한 명확한 계산을 하기엔 충분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할수록 푸틴이 핵 카드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 약 1만5000명이 사망했으며, 530대의 탱크를 포함한 군용 차량 2000대, 60대의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월러스 장관은 "현재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병력 가운데 25%가 전투에 제대로 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