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부자들, 우크라 침공 최대 걱정은 '프랑스 휴가 못가다니'"

중앙일보

입력 2022.04.26 08:22

업데이트 2022.04.26 08:26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은행 앞. AP=연합뉴스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은행 앞.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부유층이 겪는 가장 큰 불편은 휴가지가 프랑스가 아니라 두바이가 된다는 점이다.”

26일 연합뉴스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도시의 한 부유층 가정에서 일하는 익명의 가정교사가 기고한 ‘러시아 엘리트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을 온라인판에 실었다.

기고문에 따르면 러시아 부유층과 주변인들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 정부의 설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였고, 제재로 인한 생활의 불편에 관해서는 얘기하지만, 제재 이유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원자재 트레이더인 기고자의 고용주가 지금까지 겪은 가장 큰 불편은 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낼 수 없고 두바이로 가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부유층 가족들은 아들들이 징집될까 걱정하고 미국과 유럽 대학으로 보내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한 학생은 조부모가 우크라이나인이라고 말하면 지원 시 유리해지겠냐고 물었다고 기고자는 전했다.

기고자는 “러시아 사업가들은 자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때 이들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의 고용주는 침공 당일에 차에서 휴대전화로 국경을 넘는 탱크의 영상을 조용히 보다가 운동을 하러 체육관에 도착한 뒤에 평소와 달리 10분간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울러 수업을 받던 아이는 전쟁이 벌어진 주에 인스타그램에서 러시아 탱크가 민간 차량 위를 굴러가는 영상을 보다가 숨이 턱 막히는 듯하더니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조용히 다시 공부했다고 한다.

기고자는 초기엔 다른 러시아 사람들도 혼란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카페와 술집 등지에서도 다들 우크라이나에 관한 얘기만 하는데 계속 들리는 말은 "왜?"였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 후엔 기고자의 고용주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농담하는 상태가 됐고 카페에서 대화도 냉소적인 유머로 바뀌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하루는 대학을 나오고 꽤 부유한 친구들과 스시를 먹는데 한 명이 자신은 루블화로 월급을 받아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외화는 양말을 살 때만 필요한데 이미 봄이 다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제재가 구매력에 영향을 줬지만, 도시 중산층들에게는 아직 재앙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기고자는 전했다.

그는 “러시아 사람들은 의류 브랜드 H&M 상점들이 문을 닫은 것에 화를 내고, 러시아에서 최신 아이폰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농담하거나 러시아 은행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설정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토론하지만 제재 이유는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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