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리바바부터 틱톡까지… IT 기업은 왜 의료기기 산업에 뛰어들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중국의 대형 인터넷 거물들이 의료기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중국의 경제 발전과 건강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급증하며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발전의 기회를 맞이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원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2위 의료기기 시장으로 등극했다.

최근 틱톡 커머스(抖音电商)는 《의료기기 품목별 관리규범》 공시를 발표하고 각 품목에 귀속된 의료기기 상품을 통합하여 별도의 ‘의료기기’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틱톡에 등록된 의료기기 업체는 라이브 방송과 숏폼 콘텐트를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는 틱톡이 의료기기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왕홍 경제가 의료기기 산업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의료 업체가 틱톡 계정에 등록된 모습. [틱톡 캡처]

의료 업체가 틱톡 계정에 등록된 모습. [틱톡 캡처]

이미 텐센트, 징둥, 알리바바, 바이두, 메이투안, 콰이서우 등 중국의 인터넷 공룡들은 의료기기 산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직접 의료기기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을 하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하며,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자체적으로 연구에 집중하고 관련 인재, 채널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의료 기기 분야에서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2020년 알리바바는 건강정보기술회사 알리헬스(阿里健康)를 설립해 오프라인 병원과 협력을 강화했다. 같은 해 징둥도 헬스케어 자회사인 징둥헬스(징둥젠캉·京東健康)를 만들었고,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징둥헬스는 온라인 문진 서비스와 의약품 판매 등으로 괄목할 성장을 거두고 있다.

바이두는 지난해 ‘칭주(輕竹)헬스’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원스톱 건강 관리 플랫폼을 만들었다. 또 디지털 의료 서비스 업체 유라이이성(有來醫生)과 이비인후과 분야의 의료 기기 개발업체인 치하오(啟灝)의료에 투자하기도 했다. 2019년엔 중국 IT기업 뉴소프트(Neusoft) 그룹과 협력을 통해 인공 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CDSS(임상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 특별팀을 꾸렸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 의료 플랫폼 '웨이이(微醫·위닥터)'에 투자를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필립스와 AI 지원 진단 시스템 공동 개발에 나섰다. 또 폐 CT촬영 보조진단 및 평가 소프트웨어 제품 관련 2등급 의료기기 등록증을 취득했다.

알리바바의 건강정보기술회사 알리헬스(阿里健康) [사진 알리헬스]

알리바바의 건강정보기술회사 알리헬스(阿里健康) [사진 알리헬스]

의료기기산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하여 상당한 수준의 과학기술이 요구되는 동시에 이로 인한 부가가치도 매우 높다. 그럼에도 해당 산업의 투자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발전 속도가 빠르고 전망이 넓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6235억 위안으로, 6년 연속 20% 증가 속도를 유지해 2024년에는 1조 20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방대한 의료기기 시장을 인터넷 업체들이 선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의료기기의 방대한 시장 체량은 인터넷 기업이 새로운 장면(scene)을 개척하는 데 좋은 선택이다. 기업의 의료기기 사업 확장은 트래픽과 채널을 수익화하는데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둘째, 중국 의료기기는 수입 비중이 높지만 점차 시장성이 확대되고 있어 국산품(중국)의 대체 기회가 매우 크다. 또 현재 2만 개에 가까운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분산되어 있어 업계의 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기업들이 이러한 자원을 통합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진 istockphoto]

[사진 istockphoto]

이들의 막대한 트래픽, 기술, 자금, 채널, 비즈니스 데이터 등의 이점으로의료기기 분야에선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와 징둥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에 기초하여 가정용 의료기기 기업은 새로운 판매 통로를 갖게 되고,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다원적인 홍보 마케팅 경로를 보유할 수 있다.

정보화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분야에서 숙련된 인터넷 기업들이 많아지며 의료 기기 제품의 연구 개발에 대한 기반 지원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인터넷 기업의 자체 연구나 인수를 통해 끊임없이 의료기기 제품 라인이 확장되며 의료기기 업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의 의료기기 시장 침투가 깊어지며 해당 시장에 대한 인식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곧 업계 내의 인수합병을 촉진하고, 의료기기 기업의 자금 조달 경로를 증가시킬 수 있다. 쓰촨(四川)의 한 의료기기 유통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기 산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분야였지만 인터넷 기업들의 크로스보더로 기업들의 협력 교류는 잦아질 전망”이라며 두 업계가 이미 공생의 길을 가고 있다고 전했다.

각 기업의 플랫폼마다 추구하는 성격과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판매 방식 역시 차이가 있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의 경우 주로 제3자 판매자를 흡수하거나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한 도소매 업무를 겸한다.

메이투안, 어러머(eleme)와 같은 온라인 음식 배달 기업은 O2O 방식을 통해 오프라인 의료기기를 온라인 소매판매로 옮겼다.

콰이서우젠캉(快手健康) 앱 화면 모습. [사진 콰이서우]

콰이서우젠캉(快手健康) 앱 화면 모습. [사진 콰이서우]

의료기기 기업은 각 기업의 플랫폼 체계를 고려해 입점한다. 징둥과 티몰은 사용자 기반이 크고 성숙한 운영 체계를 갖춰 의료기기 업체가 가장 자주 입점하는 플랫폼이다. 메이투안, 어러머는 주로 소매약국의 온라인 전시 채널로, 기기 제조업체가 입점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기 제조업체의 경우 샤오훙슈, 틱톡, 콰이서우 등의 숏폼 비디오 콘텐트 전자상거래가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이번에 의료기기 시장에 진입한 틱톡의 경우 콰이서우(快手)와 유사하게 라이브 방송이나 짧은 동영상 모델을 통해 콘텐트 유통과 판매에 나섰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틱톡 플랫폼의 새로운 행보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틱톡이나 샤오홍슈 같은 플랫폼은 이용자를 사로잡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의료용 드레싱 연구개발 기업의 창업자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몇 년간 직접 병원을 찾아 OTC(일반의약품) 체인 등 오프라인 채널을 넓혀왔지만, 실적은 부진했다. 그러나 2018년 징둥, 티몰 등 온라인 플랫폼 판매를 시도했는데 반년 만에 매출이 2017년 연간 매출을 넘어섰다. 이를 기회로 병원 전문 채널에서 온·오프라인 다채널 융합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의료설비기업 유웰그룹(Yuwell Group·鱼跃医疗) 역시 2018년 티몰, 징둥 등에 입점하며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유웰그룹의 지난해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사업의 연간 성장률은 30%를 크게 상회했다. 또 6·18 기간 동안 가정용 의료기기는 1억 위안 이상이 판매됐으며 총 온라인 매출은 2억 6천만 위안에 달했다.

지난 6.18 쇼핑축제 기간 의료설비기업 유웰그룹(Yuwell Group, 鱼跃医疗)은 징둥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판매했다. [징둥 캡처]

지난 6.18 쇼핑축제 기간 의료설비기업 유웰그룹(Yuwell Group, 鱼跃医疗)은 징둥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판매했다. [징둥 캡처]

전자 상거래가 의료 기기 회사의 새로운 채널 선호 채널이 되면서 온라인 경쟁이 심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식약품감독관리국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기 온라인 판매 신청 건수는 2020년 10월 2만 건에서 2021년 11월 7만 3000건으로 늘었다. 제3자 의료기기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 출원 건수는 2020년 말 209건에서 2021년 347건으로 급증해 지난 2년 동안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중국 정부 역시 의료기기의 연구 개발과 기술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의료장비산업 발전계획(2021~2025년)》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그중 2025년까지 핵심부품 및 원재료의 확보, 첨단 의료장비의 안전성 보장, 국제적 수준에 걸맞은 제품 성능 개발 등을 통해 의료장비 산업 전반에 있어 체계를 갖출 것을 언급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터넷 기업은 자체 플랫폼의 관리 감독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의료기기 산업의 표준화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의료기기의 고도화를 위한 핵심기술과 장비의 연구개발을 이끌어 첨단 의료기기 분야에서 중국의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