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패완판 생각 변함없다"…윤핵관과 ‘검찰 친정’에 끼인 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일지 깊게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달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 논란과 관련해 밝힌 공식 입장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25일 오전 브리핑에서 "당선인이 (특정) 정파 입장에서 국민에게 말할 수는 없다”며 윤 당선인의 입장을 이렇게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변함없다” 강조한 尹

오후엔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한 걸음 더 나간 입장을 전했다. 장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치는 사회)이다. 헌법정신을 크게 위배하는 것이고, 국가나 정부가 헌법 정신을 지켜야 할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나온 두 개 버전의 윤 당선인 입장은 전날 배 대변인을 통해 내놨던 “취임 이후에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발언보다 분명 그 수위가 강한 것이다. 익명을 원한 윤 당선인의 한 측근은 “당선인의 입장에서 직접,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게 옳으냐는 고민과는 별개로 현 시국을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4.25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4.25 김상선 기자

실제 윤 당선인은 당선 후 의도적으로 ‘부패’나 ‘범죄’ 등 검찰 총장 시절의 말들과 거리를 둬왔다. 스스로 “나는 이제 검찰총장이 아니다. 먹고 사는 일에만 집중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최근 여야 합의로 검수완박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취임 후 추진하려는 개혁이 자칫 시작도 전에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해지자 핵심 측근인 장제원 실장의 입을 빌어 총장 때 입장을 다시 거론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형사ㆍ사법체계에 대해서는 당선인이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검ㆍ경이 상호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수사기구를 어떻게 새로 설계할 것인가 등 전반적 체계를 폭넓게 재검토할 생각이었기에 민주당이 임기 말 주도한 검수완박 움직임에 굳이 반응하지 않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반발에 개입 불가피 

윤 당선인의 발언이 강경해지는 배경에는 여야 합의 직후 검찰 내부에서 ‘권성동에 당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던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검사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서명한 직후 기자들에게 ‘검찰 직접수사는 굉장히 피해가 많다. 나도 그랬고’라고 한 대목에서 ‘전직 검사도 한번 피의선상에 오르면 친정을 등지기는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똑같다’는 여론이 검찰 내부를 휩쓸었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총장 사퇴(지난해 3월 4일), 대선 출마 선언(지난해 6월 29일) 등 결정적 순간마다 국민 호응을 얻었던 자신의 ‘부패완판’ 발언이 언론에 의해 재조명되면서 사흘 전 급작스럽게 이뤄진 여야 합의 처리를 윤 당선인이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측면도 있다.

‘윤핵관’ 권성동 딜레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20220425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20220425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직접 발언을 하지 않고, 또 수위도 세심하게 조율해가는 배경에는 ‘졸속 합의’라는 비판을 받는 여야 합의를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도했기때문이다. 정부 출범 후 소수 여당으로서 거대 야당과의 여러 현안 협상을 지휘해야 할 권 원내대표의 장악력이 약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정치적인 고민과 연결된 것이다.

이날 오전 “선거범죄,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합의안 수정 방침을 밝힌 권 원내대표는 오후엔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찾아 1시간 가량 머물렀다. “당선인을 만났느냐”는 질문엔 “아니다. 장제원 실장을 만나고 간다”고 답했지만, 윤 당선인과 해당 이슈를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내에선 ‘권 원내대표가 당선인에 사전 보고를 안 했겠느냐. 이제 와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는 말이 돌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전날 극소수 주변 인사들에게 “보고를 했든 안 했든 간에 그 얘기를 나는 할 수가 없다. 대외적으로는 무조건 당선인과 논의 없이 나 혼자 결정을 한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이날 배현진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국회의 역할, 입법부의 권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그 과정들을 그저 지켜보고 있으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날 윤 당선인이 공식 입장에서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취임하면 법률안 거부권 등 정당하게 쓸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생긴다. 우리도 그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