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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에 소비하는 MZ세대, 환경부터 따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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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팬데믹 시대에 더욱 떠오른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이슈 폭풍의 한가운데 있다. 2019~2021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 중 10위권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COVID(코로나19)’와 ‘SDGs(지속가능 개발목표)’ ‘ESG’라는 것만 봐도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ESG는 경영 의사결정 및 투자전략에 환경(E)·사회(S)·거버넌스(G) 등 비재무적 요소를 통합하는 흐름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즉,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발상이다.

ESG 요소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환경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환경 문제는 인류의 생존 문제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은 ESG를 잘하는 기업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라고 인식할 정도다. 이는 기업 담당자들도 다르지 않다. 한국표준협회(2021)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환경성과’ 제시를 ESG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의사결정
기업들도 높은 등급 따려고 노력
보여주기·따라하기식은 시간낭비
회사별 맞춤형 전략 찾아나서야

ESG는 유행이 아니라 필수

Global ESG icon concept with teamwork. Contribute to saving the environment in a heart shape and in a sustainable business on networking on a green background.; Shutterstock ID 2075411548; purchase_order: -; job: -; client: ; other: ※중앙일보만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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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손발이 꽁꽁 묶인 상황에서도 ESG는 전 국민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우리 회사, 남의 회사 할 것 없이 ESG를 경영 어젠다로 띄우는 통에 직장인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동안 유행하다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과 우려가 뒤섞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팬데믹 위기를 맞닥뜨리면서 지구 환경에 대한 인식은 더욱 공고해졌고,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ESG 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ESG를 요구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크게 투자자·정부·MZ세대(1980~2000년 초반 출생)를 꼽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만수무강할 우량 기업을 찾으면서 강하게 ESG를 요구한다. 전 세계 주요국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환경의 중요성과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다. MZ세대는 가치가 있는 곳에 소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를 확산시키고 있다.

오픈서베이에 의하면, MZ세대는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적이 있으며, 응답자의 83.3%가 환경적 가치를 위해서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MZ세대가 노동력의 4분의 3(72%)을 차지할 것을 고려하면 ESG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주체들의 요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2019년 8월, 뉴욕타임스는 ‘주주가치가 더는 모든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미국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 미국 내 200개 대기업 단체)’의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선언’을 보도했다. 이제 기업은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투자자·정부·고객, 심지어 직원들까지 기업의 고려 대상이 된 것이다. 일각에선 이 선언을 두고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자료에 따르면 직원의 86%가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회사에 지원하고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SG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직원 모두가  관심이 매우 크며, 상대적으로는 구성원인 직원의 관심이 더 높게 나타났다.

기업 구성원의 공감이 전제돼야

ESG 요소가 지속가능한 기업, 미래 성장성이 확보된 기업, 우량 기업의 기준으로 대두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ESG 등급 확보가 시급해졌다. 사방에서 ESG 역량을 점수로 평가하고 상을 주는 잔치가 열리고 있다. 큰 기업들은 시가총액 순서대로 ESG를 잘하는 기업으로 순위가 매겨지고, 중소기업들도 다양한 ESG 시상식에 오르고 있다. 잘한 것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는 필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기업이 왜 ESG를 해야 하는지, 그동안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그것이다.

비재무정보(ESG) 공시현황 분석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비재무정보(ESG) 공시현황 분석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SG 경영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그동안의 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영어 성적이 좋다고 영어 실력이 우수하다고 할 수 없듯이, ESG 경영 평가에 치중하다 보면, 담당자는 내실보다는 보여주기식 점수 올리기에만 급급하게 된다. 결국 돈 쓰고 고생하고 기업에도 지구에도 우리 후손들에게도 아무런 득이 없는 시간 낭비로 끝날 수 있다.

파스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파스타를 맛나게 만들 수는 없다. 결국 ESG를 잘하려면 ESG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ESG를 왜 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기업 구성원들의 공감이 전제돼야 하며, 그래야만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회사에 맞는 안성맞춤 ESG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제일 잘 찾을 수 있다.

ESG 경영 평가를 위해 전문가 컨설팅부터 요청하기 전에, 구성원들이 모여 의제를 찾고 자발적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사람을 변화시키고, 조직을 발전시키려면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반복적 교육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ESG 철학이 실천으로 연결되려면 생활 속에 내재화되어야 한다.

기업의 ‘자기다움’에서 출발

ESG의 개념은 하나로 관통되지만, 그것이 기업에 적용될 때는 기업의 상황과 목표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ESG 경영이란 경영의 전략이나 경영관리에 ESG 요소가 내재화된 경영이다. 이는 온 구성원이 ESG의 철학을 가지고 ESG 생활이 가능할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흉내만 내는 그린 워싱, ESG 워싱이 난무하게 된다. 구성원들의 마음과 생활에 ESG가 녹아나면 그 회사만의 ‘자기다움’ 표출이 가능하다. 우리 회사의 속성이나 특징에 맞는 ESG 전략 방향이나 지표 개발을 통한 우리 회사 스타일의 ESG 경영이 가능하다.

또한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서도 ‘자기다움’을 크게 발휘할 수 있다. 즉, 따라쟁이가 아닌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ESG 차원에서 환경에,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느냐에서 그 기업의 자기다움이 드러나야 한다.

ESG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

우리가 ESG를 하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다. 여기에서 좋은 결과를 빨리 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겠지만 급하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 된다. 예를 들어 좋은 달걀을 얻기 위한 과정을 생각해보자.

날개도 펴기 힘든 A4 절반 크기의 철장,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에서 평생 살며 계속 알만 낳게 하는 암탉과 초원에서 자유롭게 방목하며 키우는 암탉 중 어느 달걀이 더 건강할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좋은 달걀을 얻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자연 친화적인 공간, 양질의 사료와 깨끗한 물 공급, 그리고 정기적인 위생관리와 안전을 고려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좋은 달걀을 얻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철저히 잘 구축해 놓으면 양질의 달걀을 계속 얻을 수 있다. 이렇듯이 지금은 ESG의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정’, 즉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고객관리에 대한 평가항목의 경우에는 ‘우리 회사는 얼마나 잘 듣고 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고객의 불만이나 개선제안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자. 또 제안을 받은 뒤에는 그 내용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해보자. 문서 정리, 보고 체계, 소비자 피드백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세부적인 프로세스가 매뉴얼화되어야만 지속가능한 ESG 경영이 가능하다.

ESG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환영해 마지않을 일이다. 하지만 ESG의 주체가 되는 구성원·투자자·소비자들이 점수만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기업들 또한 점수와 상장에 연연한다면, ESG의 본질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ESG의 좋은 성과, 지속가능한 경영의 본질은 각 기업의 구성원들이 자발적 성찰을 통해 자기다움을 찾고, 우리 회사만의 프로세스를 구축할 때 가능해진다.

하지원

이화여대 이학박사, 세종대 지구환경학박사 학위를 받고 환경과 경영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 첫 유럽연합(EU) 기후행동 친선대사로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을 지냈고, 총리실 미세먼지특위 위원이다.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를 이끌면서 최근 ESG생활연구소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