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반도체의 힘…대만, 올해 한국 1인당 GDP 따라잡나

중앙일보

입력 2022.04.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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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늙어가는 호랑이’로 불리던 대만이 다시 포효하고 있다. 지난 2019년 TSMC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선 데 이어 올해에는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을 앞지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비슷한 경제 구조를 가진 경쟁국인 만큼, 이제 한국이 대만을 공부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만과 한국 1인당 GDP.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대만과 한국 1인당 GDP.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25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3만4990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190달러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대만의 올해 1인당 GDP는 1년 전보다 6%(2200달러) 이상 늘면서 3만6000달러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면 올해 대만의 1인당 GDP는 한국을 앞지르게 된다. 한국이 대만을 처음 앞선 2003년 이후 19년만의 역전이다.

1인당 GDP는 총 GDP를 인구수로 나눠 구하는 만큼, 인구수가 적을수록 높은 경향이 있다. 올해 총 GDP 전망치는 한국은 1조8004억 달러, 대만은 8412억 달러로 당연히 한국이 더 크다. 총인구수는 한국이 약 5163만명, 대만은 2389만명으로 2배가량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1인당 GDP 역전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한국과 대만은 경제 구조가 비슷한 경쟁국이다. 하지만 대만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경제성장률만 봐도 격차가 드러난다. 한국은 2019년 2.2%, 2020년 -0.9%, 2021년 4% 성장했다. 반면 대만은 2019년 3.1%, 2020년 3.4%, 2021년 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만과 한국 성장률.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대만과 한국 성장률.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역협력팀 팀장은 “1인당 GDP가 커졌다는 건 국민의 생활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라며 “수출 주도 국가인 데다 수출 품목도 비슷한 경쟁국인 대만이 첨단 산업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만큼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건 TSMC의 시총이 삼성전자를 앞지른 2019년 11월부터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TSMC와 삼성전자는 대만과 한국을 대표하는 1위 기업이다. 이후 두 회사의 시총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25일 기준 TSMC의 시총(약 620조 7849억원)은 삼성전자(395조 7966억원)의 1.5배 수준이다. TSMC가 삼성전자를 앞지른 건 단순히 기업 간의 경쟁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의 중심이 삼성전자가 1위를 구가하는 메모리에서 TSMC 등이 우위에 있는 비메모리로 더 빠르게 넘어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과 대만의 무역수지 측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과 대만의 무역수지 측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만에는 TSMC와 U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제조) 업체 외에도 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 등 시스템 반도체 업체, 르웨광·신텍·중화정밀테크 등 반도체 패키징(제품 가공)과 테스트, 기판 업체 등이 있다.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에 이르는 반도체의 모든 공정에서 시장 점유율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우수 중소기업 많은 것도 대만 경제의 재도약 배경이다.

대만 수출 규모는 한국보다 작다.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더 크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의 무역수지 흑자 추이를 12개월 누적치로 보면 2022년 3월 기준 한국은 15조5484억원에 불과하지만, 대만은 66조2889억원에 달한다.

대만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총 수출액 중 대만의 대미 수출 비중(17.2%)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한국의 경우 대미 비중(15%)은 큰 변화가 없다”며 “팬데믹 전후 글로벌 경기와 투자 사이클을 주도하는 미국의 신공급망 구축 속 대만이 낙수효과를 누렸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만은 2001년 IT 버블 붕괴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후 성장률 둔화로 ‘늙어 가는 호랑이’로 평가절하됐다. 2016년만 해도 대만 젊은이들은 대만을 ‘귀신섬’이라고 불렀다. 이른바 ‘헬조선’의 대만식 표현이었다.

하지만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뒤 펼친 정책이 대만의 국력과 체질을 180도 바꿨다. 차이 총통은 “기술이 대만 안보의 보장판이다” “민간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인공이다”라는 구호를 정책으로 실현하며 기술 강국으로 살려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대만대에 연 반도체 관련 대학원 ‘중점 과학기술 연구학원이 대표적이다. 이 대학원은 신입생을 1년에 1번이 아닌 6개월마다 1번씩 뽑는다. 반도체 인재 부족을 호소하는 업계의 요청을 교육 과정에 전폭 반영한 것이다. 2019년 초부터 금융·세제(稅制)·인력 지원 등을 묶은 패키지 인센티브 제공하며 해외에 나간 대만 기업도 국내로 불러들였다. 세계적인 테크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19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약 390억원을 투입해 대만 AI 연구개발센터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9월에는 구글이 대만 중부 원린현에 약 8000억원을 투입해 데이터센터 설치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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