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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록밴드 울린 마산 청년들의 굿즈 ‘끄지라’ ‘마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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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마사나이’ 브랜드를 만든 손창만(32)디자인 팀장·김정구(32)이사·박승규(32) 대표(왼쪽부터). [사진 마사나이]

‘마사나이’ 브랜드를 만든 손창만(32)디자인 팀장·김정구(32)이사·박승규(32) 대표(왼쪽부터). [사진 마사나이]

지난 3월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30대 남성 3명이 나타났다. 옛 마산시가 고향인 박승규(32)·손창만(32)·김정구(32)씨 등 이른바  ‘마산(馬山) 사나이’들이다. 이들은 가로수길에 있는 가게 하나를 일주일간 빌려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얼핏 보면 가게 안은 모자와 티셔츠 등을 파는 편집숍처럼 보였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마산을 상징하는 지역명(馬山)이나 사투리(끄지라·마시라), 디자인(아귀와 공단)이 제품에 붙어 있었다. 가게에 찾은 시민들은 ‘굿즈(goods)’를 파는 가게를 찾은 듯 물건들을 만져보며 신기하고 정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월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설치된 ‘마사나이’ 팝업스토어 내부 모습. [사진 마사나이]

지난 3월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설치된 ‘마사나이’ 팝업스토어 내부 모습. [사진 마사나이]

마산 출신 밴드 노브레인 보컬인 이성우씨는 직접 매장에 와서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이씨는 유튜브에서 “원래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나 사랑하는 마음이 강한 편은 아니었는데 서울 와서 살다 보니까 마산 생각만 하면 애틋하고 그런 게 있었다”며 “오늘 설명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 취지로 말했다. 마산시는 2010년 경남 마산·창원·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명칭이 사라졌다.

박승규씨는 “마산 브랜드 제품을 마산에서 처음 론칭하면 우리 지역 제품을 사달라는 연민에 기대는 것이 될 것 같아 서울에서 첫선을 보였다”며 “팝업스토어를 연 일주일간 마산과 창원 등 경남이 고향인 분들이 ‘가족에게 선물로 드리면 기뻐하겠다’며 많이들 사가셨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역 곳곳을 다룬 테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국으로 향하던 관광객들이 특정 지역에서 한 달 살이를 하거나 지역 음식이나 술(맥주·막걸리)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간이소화기 ‘끄지라’. [사진 마사나이]

간이소화기 ‘끄지라’. [사진 마사나이]

여기에 최근 들어선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브랜드화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발란사나 대구 이플릭스 등이 각각 부산과 대구를 새긴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이 한 예다. 최근에는 마산이 고향인 ‘마산사나이’ 세 명이 ‘마사나이(MASANAI)’라는 브랜드로 지역의 문화를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산시켜보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2019년 창원에 설립한 가구회사인 커파하우스(CUPPA HOUSE) 대표와 직원들이다. 마산 가포고 출신인 박승규 대표는 영국 코번트리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나사나 접착제 없이 조립할 수 있는 가구를 개발했다. 창업 후로는 마산서중 동창인 손창만 디자인 팀장과 손을 잡았다. 손 팀장은 동서대 산업디자인과 졸업한 후 국내·외에서 카페 브랜드와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 10여년 넘게 디자인 작업을 해온 실력파다.

여기에 박 대표와 신월초 동창인 김정구 이사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커파하우스가 만들어졌다. 김 이사는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유학생활을 했으며, 컬럼비아대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마산하면 떠오르는 어시장과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아귀와 여공’이라는 이미지를 가져와 디자인을 입힌 유리컵. [사진 마사나이]

마산하면 떠오르는 어시장과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아귀와 여공’이라는 이미지를 가져와 디자인을 입힌 유리컵. [사진 마사나이]

이들은 가구회사 외에 ‘마산 문화와 역사’를 브랜드로 한 제품을 개발해 보자는데 의기투합했다. 박 대표는 “저희가 초·중학교 때였던 80~90년까지만 해도 마산 창동은 서울 명동 못지않게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었다”며 “지금은 마산이라는 이름도 사실상 사라졌는데 그런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마산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7대 도시로 꼽혔다. 마산의 창동과 오동동은 90년대까지 사람들로 붐볐다. 당시 마산수출자유지역(현 마산자유무역지역) 근로자 3만5000명과 한일합섬 근로자 1만5000명 등 5만 명이 퇴근 후나 주말·휴일이면 창동과 오동동 일대 극장·음식점·술집 등에 몰렸다. 하지만 2000년대가 되면서 한일합섬 등 기업이 떠나고 인근 창원 등에 인구를 뺏기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 이사는 “마산은 예술가도 많고, 3·15 의거나 마산자유무역지역이 이뤄낸 성과, 가장 흥했던 시절 명동 못지않았던 창동 등 문화나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많고 이야기가 넘치는 도시”라며 “세상에 없던 것을 내놓자는 커파하우스의 철학에 마산에 대한 자부심을 더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마사나이’라는 브랜드가 붙은 제품은 현재 모자·티셔츠·소화기·연필·지우개·라이터·재떨이·유리컵 등 10여 종류다. 이들은 마산 하면 떠오르는 어시장과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아귀와 여공’이라는 이미지를 찾아내 모자와 티셔츠 등에 디자인을 입혔다. 70~80년대 산업 개발의 주역인 여공이 마산의 시조(市鳥)였던 괭이갈매기에 앉아 ‘3·15 의거’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또 마산의 사투리인 ‘끄지라(비켜라)’라는 단어를 소화기에 붙여 ‘불이 꺼지라’는 의미로 변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술잔에는 ‘마시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데 ‘역사를 잊지 마시라, 걱정 마시라, 한잔 마시라’ 등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브랜드 작업을 하기 전에 마산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부터 했다고 한다.

이들은 앞으로 마사나이를 어시장 바이브(분위기) 라인과 코리아 워크웨이(작업복) 등 패션브랜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단순한 관광 기념품 혹은 브랜드 굿즈 형태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마산 문화를 녹여낸 패션 브랜드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5~6월쯤 향토기업인 무학과 NC다이노스 등에 콜라보 등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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