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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원 입당원서 박스째 나왔다…전북 자원봉사센터 발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북경찰청이 지난 22일 공금 횡령과 개인정보 유출 등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전북도 자원봉사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전북경찰청이 지난 22일 공금 횡령과 개인정보 유출 등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전북도 자원봉사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전북지사 1차 경선 마감 전날 압수수색  

경찰이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도 산하기관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받는 간부 사무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입당 원서를 무더기로 발견했다.

25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2일 전북도 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공금 횡령과 개인정보 유출 등 혐의로 센터 간부 A씨와 같은 부서 직원 B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센터 측에 따르면 경찰은 A씨 사무실 개인 캐비닛 안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입당 원서가 가득 담긴 상자 1~2개를 가져갔다. 입당 원서는 엑셀 파일 형태로 정리돼 있었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A씨 등 2명은 압수수색 당일 오후 경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센터 간부가 왜 민주당 입당 원서를 무더기로 가지고 있었는지, 윗선의 지시나 특정 캠프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북도지사 1차 경선을 통과한 김관영(왼쪽)·안호영 후보. 뉴스1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북도지사 1차 경선을 통과한 김관영(왼쪽)·안호영 후보. 뉴스1

봉사단체 3곳 1800만원 지원…일부 횡령 의혹

A씨 등은 2018~2021년 전주·고창·부안에서 활동하는 봉사단체 3곳에 동아리 지원비 명목으로 보조금 1800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들은 전주에 있는 단체 2곳에는 각각 200만원씩 4차례에 걸쳐 모두 1600만원을 지원했고, 고창·부안 단체 1곳에는 2021년 1차례 200만원을 줬다고 한다.

경찰은 해당 단체들이 실제 활동하는 봉사단체인지, 이름만 내건 단체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혐의나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시점이 공교롭게도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1차 경선 마감 하루 전날이어서 전북도 안팎에서는 "지사 측근 등이 센터에서 관리하던 도민 휴대전화 번호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민주당 권리당원 모집에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차 경선을 통과한 김관영 전 국회의원과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 의원 등 두 후보 캠프에서도 수사 배경과 결선 투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자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경선 배제)된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지난 18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정치를 떠나고자 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자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경선 배제)된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지난 18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정치를 떠나고자 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영·안호영, 결선 투표 영향 촉각  

김관영 후보 캠프 측에서는 "'민주당 공천=당선' 공식이 여전한 전북에서 경선이 가장 뜨거운 때 경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간 건 상식적이지 않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본 캠프와 무관하며 수사당국은 명명백백히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3선 출마 후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키던 송하진 전북지사가 당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뒤 정계 은퇴(4월 18일)까지 선언하자 송 지사 핵심 측근들은 대거 김관영 후보 캠프에 합류한 상황이다. "안 후보를 미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성주 도당 위원장이 송 지사의 컷오프 배후"라고 주장하면서다.

반면 안 후보는 "송 지사 측근 일부가 (탈당·복당을 반복한) 김관영 후보 쪽으로 갈 명분이 없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고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호영 캠프 측에서 문제를 제기해 경찰 수사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없다. 우리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경찰 수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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