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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없는 마크롱2기…좌·우파 각각 결집에 '6월 총선'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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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에마뉘엘 마크롱(45)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54) 국민연합(RN) 후보를 꺾고 연임에 성공했다. 현직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은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5년 전 만 39세에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됐던 마크롱은 올해는 ‘20년 만의 재선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추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4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뒤 파리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4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뒤 파리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롱 승리…르펜과 격차는 5년만에 반토막

이날 프랑스 내무부의 최종 집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58.54%를 얻어 마린 르펜(41.46%) 후보를 17.08%포인트(P) 차로 따돌렸다. 일각에선 지난 10일 1차 투표 당시 두 후보의 득표율(4.7%P차) 못지 않게 결선투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일 거란 예상이 나왔지만 이는 빗나갔다. CNN은 “유권자들은 프랑스를 러시아에 더 가깝게 만들겠다는 극우 후보보다, 좀더 안전한 중간 지점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마크롱을 진심으로 포용한 건 아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017년 대선 결선투표 당시 마크롱은 압도적인 지지율(66.1%)로 르펜 후보를 여유있게(32.2%P 차) 따돌렸지만 올해 두 후보의 격차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프랑스 대선 결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프랑스 대선 결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무엇보다 르펜 후보의 득표율은 역대 극우 후보가 얻어낸 최고 성적이다. 르펜 후보는 이날 대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눈부신 승리”라고 자축했다. 그는 “수백만 국민이 우리를 택했다. 프랑스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우리의 결의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면서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대선 결선 투표에서 패배한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대선 결선 투표에서 패배한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층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번 결선 투표율은 71.99%로, 2017년(74.6%)보다 하락했다.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던 1969년 68.9% 이후 53년 만에 최저다. BBC는 “300만 표 이상의 무효표와 백지 투표(4.57%)를 합산하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두 후보 어느 쪽에도 표를 던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FP는 “마크롱은 집권 2기에 반대파 및 부동층의 저항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코앞의 6월 총선…"與 과반득표, 사실상 불가능"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승리 선언을 하면서 “여러분이 나의 사상을 지지한 결과가 아니라, 극우를 막기 위한 노력”이라며 “한 진영의 후보가 아닌,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 “유권자들이 극우에게 표를 주도록 분노하게 만든 원인을 찾아 해결하겠다”며 사회통합 의지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첫 과제는 6월 12일과 19일 열리는 총선이다. 그가 소속된 전진하는공화국(LREM)은 하원 과반 확보가 최대 목표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5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LREM은 프랑스 최상위 행정단위인 레지옹(광역주) 수장을 단 한 곳에서도 배출하지 못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LREM의 하원 장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외신의 전망이다.

하원이 여소야대가 될 경우, 마크롱은 국정 운영을 위해 제1 야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할 공산이 크다. 앞서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에 올랐던 극좌 성향의 장 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총리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히며, 총선에서 좌파의 결집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뤽 멜랑숑LFI 후보가 대선 결선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장뤽 멜랑숑LFI 후보가 대선 결선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멜랑숑 대표가 총리가 되면 그간 좌파가 반대해온 연금 개혁안(정년을 현재 62세에서 65세로 연장), 유류세 인상 등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은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임기 때 개혁을 추진하다 노란조끼 시위와 노동자 총파업 등 반정부 시위에 가로막힌 바 있다.

특히 연금 개혁안은 르펜 후보의 지지층인 블루칼라 계층에서 반발이 거세다. 프랑스 노동총연맹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허니문은 없을 것”이라며 “연금 개혁안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으면 다시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프랑스 경찰이 '노란조끼' 시위대의 폭력 시위 진압을 위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경찰이 '노란조끼' 시위대의 폭력 시위 진압을 위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상승·우크라 전쟁 등 산적한 난제

급등하는 연료·식료품비 등 물가 상승도 난제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이어지며 급등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스와 전기료 가격 상한제를 유지하고 연료 가격에 대해 정부가 리베이트(지불금의 일부 환불)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르펜 후보를 중심으로 한 극우 세력의 단합도 무시할 수 없다. 대선 1차 투표에서 4위에 올랐던 극우 성향의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대표가 르펜 후보를 향해 ‘애국 블록’을 만들자며 극우 진영의 단합을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프랑스 대선 이후 가장 먼저 마크롱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프랑스 대선 이후 가장 먼저 마크롱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 연합뉴스

한편, 극우 대통령 출현을 우려했던 유럽 지도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에 안도와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프랑스 유권자들이 유럽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줬다”며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축하 성명에서 “전 유럽에 좋은 뉴스”라고 전했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브라보 에마뉘엘”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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