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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반도체 악재 뚫고 환율이 도왔다”…현대차·기아 1분기 역대급 실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더 뉴 팰리세이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더 뉴 팰리세이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글로벌 반도체 부품 공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기아가 사상 최고 수준의 분기 실적을 거뒀다. 고수익 차종 중심 판매로 수익성을 키웠고,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도 호재로 작용했다.

현대차·기아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익 

현대차는 연결 기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조9289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2014년 2분기(2조872억원) 이후 7년9개월 만의 최대 기록이다. 기아도 영업이익이 1조60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1분기 매출은 30조2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10.6% 증가했고, 기아는 18조3572억원으로 같은 기간 10.7% 늘었다. 기아는 분기 매출도 신기록이다.

현대차 1분기 실적. 그래픽 차준홍 기자

현대차 1분기 실적. 그래픽 차준홍 기자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면서 두 회사의 1분기 판매량은 모두 감소했다. 현대차는 90만2945대로 전년 동기 대비해 9.7% 감소했다. 기아는 68만5739대(-0.6%)를 팔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등 악재가 줄줄이 터져서다. 이에 따라 호조를 보이던 러시아 판매가 고꾸라지고, 부품 수급 불균형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발목을 잡던 차량용 반도체 부품난도 여전했다.

차량은 덜 팔렸는데 돈은 더 번 셈이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제네시스·SUV 판매 증가 폭이 올해 1분기 더 커졌고 미국·한국·유럽을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현대차보다 수익성이 더 좋았다. 이혜인 기아 IR팀장은 “레저용 차량 판매 비중이 61.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2012년 2분기(9.8%) 이후 약 10년 만에 영업이익률(8.8%)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우호적 환율 효과가 더해져 수익성이 크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기아 1분기 실적. 그래픽 김은교 기자

기아 1분기 실적. 그래픽 김은교 기자

제네시스·SUV 덕분에…‘어닝 서프라이즈’

현대차·기아는 향후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고 반도체 수급난도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중국 일부 도시가 봉쇄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서 현대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감소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전무)은 “현대차를 포함한 다수의 업체가 러시아 시장에서 생산 중단을 결정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남아 있다”며 “다만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구매 대기 수요가 여전히 높아서 자동차 산업 전반의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는 이날 연초 발표한 매출 목표치 132조~134조원, 영업이익률 목표치 5.5~6.5%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기아는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EV6·니로 등 친환경차 판매 대수(11만43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2% 증가하면서다.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15.8%로 지난해 같은 대비해 6.9%포인트 늘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주요 전기차가 호평을 받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원자재·재료비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공급 차질의 영향력은 하반기로 갈수록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초 제시한 연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커지겠지만, 현대차·기아 모두 주문 대기 물량이 쌓여있고 환율이 우호적인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적은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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