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앤장 브로커나" vs "겨울에 산딸기 구하기"총리 청문회 파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예정됐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결국 파행됐다. 전날 자료 불성실 제출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이 그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해충돌 의혹 관련 자료 미제출이 이유였다. 민주당은 “대체 어떤 이권이 개입해있는 것이냐”며 날을 세웠고, 국민의힘은 “발목잡기”라고 맞섰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비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비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오전 10시 예정됐던 인사청문회 현장에 민주당에선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강병원 의원만 참석했다. 강 의원은 “충실한 자료제출을 전제로 청문회 일정을 재조정하자는 요청을 간곡히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회의를 개의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김앤장 고문 활동 내역을 달라고 하니까 영업비밀이란다. 한 후보자께서는 무슨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건을 수임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셨느냐”고 질타를 이어가다 개의 7분 만에 자리를 떴다. 강 의원은 이석을 만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삿대질과 고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해충돌 검증의 핵심 자료인 ▶김앤장 활동내역(2017년 4월부터 4년 4개월) ▶부동산 거래 내역 ▶한 후보자 부인 미술품 판매내역 등이 제출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한 후보자 측은 영업비밀과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자료 요구에 불응 중이다.

강 의원의 퇴장에도 국민의힘은 회의를 단독 진행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가 1090건”이라며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세 분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는데 당시 요청된 자료 건수가 200~300건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무려 3~4배 많은 자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의원도 “겨울에 산딸기를 구해오라는 것처럼 답변불가한 자료제출요구도 많다”며 “후보자의 부친이 지난 82년에, 모친은 94년에 별세를 하셨는데 이러한 후보자 부친의 또한 모친의 부동산거래 내역 일체를 민주당과 정의당에서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청문회는 개의 40분 만에 정회됐다. 양당 간사는 이날 오후 자료 제출 관련 추가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청문회는 오후 4시 30분 속개됐다가 16분 만에 산회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 등을 이유로 회의 참석을 거부한 더불어민주당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강병원 의원 등 인사청문위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자료제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 등을 이유로 회의 참석을 거부한 더불어민주당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강병원 의원 등 인사청문위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자료제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선인 측 “청문회 보이콧은 국민 대표 자격 포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김상선 기자

청문회가 파행되는 사이 여·야는 장외 신경전에도 열을 올렸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자료 없이 자리 없다, ‘노(No) 검증이면 노(No) 인준’”이라며 “총리가 될 사람이 계속해서 국민의 검증을 거부한다면 우리 당은 부적격 총리 후보자를 국민의 이름으로 거부하겠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청문회 시간 끌기 꼼수로는 검증을 피해갈 수 없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총리 인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청문위원인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대표단회의에서 “정의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허술한 ‘검증 들러리’로 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날 오전 인사청문특위 정회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자료 제출을 재차 촉구했다.

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두 정당의 청문회 보이콧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발목잡기식으로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국회가 스스로 국민 대표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970년 당시 월급명세서를 제출하라며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새정부 발목을 잡겠다는 정략적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기존 합의대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반대하면 의결 불가능…법정시한 넘길 듯

청문회 파행으로 국무총리 인사 청문 절차 법정 시한(임명동의안 등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한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지난 7일에 제출돼 법정기한이 26일이다. 국민의힘 측은 법정기한은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측 청문위원인 김미애 의원은 “역대 총리 인사청문회가 기간 내에 종료되지 않은 예가 없다”며 “어떤 이유에서도, 청문회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26일에도 단독으로라도 청문회를 개의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법정시한을 넘기더라도 자료를 추가로 받아낸 뒤에야 청문회에 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청문회 일정을 5월 2~3일로 미루자고 주장했다. 강병원 의원은 “2015년 이완구 총리 임명 때도 자료 미흡으로 기한을 넘긴 전례가 있다”며 “제대로 된 청문회를 치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법정 시한을 넘기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171석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통과(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가 불가능한 구조라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차피 국회 일정상 임명동의안 본회의 처리는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이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아직 시간이 있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