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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눈에 띈 집무실 '빨간 글러브'…"尹 별명은 저승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해외에 얼굴을 알리기 위해 외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첫 인터뷰를 워싱턴포스트(WP)와 한 데 이어 지난 주말 월스트리트저널(WSJ) 취재에 응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아직 한국 언론과 단독 인터뷰는 하지 않은 상태다.

WSJ은 24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게재한 서울발 기사에서 윤 당선인이 한·미 동맹 강화 및 대북 억지력 증강, 일본과의 관계 회복 의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또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곧 초대받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1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권투인 홍수환 씨로부터 선물 받은 챔피언 글러브를 끼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1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권투인 홍수환 씨로부터 선물 받은 챔피언 글러브를 끼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尹 책상 뒤에 권투 글러브 장식 

WSJ은 지난 주말 인수위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윤 당선인을 만나 인터뷰한 상황을 자세히 묘사했다. 기사 내용 중 윤 당선인의 취향과 성격을 WSJ 독자들에게 소개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WSJ은 윤 당선인 책상 뒤편에 있는 선반에 빨간색 권투 글러브 한 쌍이 눈에 띄게 진열돼 있다고 전했다.

"1977년 세계 타이틀 경기에서 4번이나 쓰러지고도 세계 챔피언이 된, 이 나라 가장 유명한 프로 파이터 중 한 명의 것"인데 "수십 년 후 그 권투 선수가 유세장에서 윤 후보에게 장갑을 줬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4전 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 선수로부터 선물 받은 권투 글러브를 눈에 띄는 자리에 전시한 데서 그의 성향을 그려냈다.

윤 당선인은 인터뷰에서 권투 글러브에 대해 "그는 다시 일어섰고, 이길 수 있었다"면서 "그것은 상징성을 가진다. 포기하지 마라. 끝까지 싸워라"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이곳으로 옮길 계획이다.[뉴스1]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이곳으로 옮길 계획이다.[뉴스1]

'저승사자' 윤 당선인은 아이폰 사용자? 

윤 당선인은 기업 활동이나 외국인 투자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더 많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WSJ에 말했다.

또 "시장이 마땅히 그래야 하는 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바로잡고 정상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WSJ 주요 독자층인 미국과 서유럽 투자자와 기업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WSJ은 검사 출신인 윤 당선인은 한국 엘리트들의 부패와 비행을 추적하는 데 집중해 "저승사자(the angel of death)"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전했다.

또 보수 진영 리더로서 자신의 직전 전임자였던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구속했으며, 삼성의 "사실상 총수(de facto head)"가 연루된 부패 사건을 포함해 대기업의 배임을 추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의 인수위 사무실 책상 위에는 아이폰이 하나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이 삼성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미국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명칭 아직 공모 중인데…尹 "피플스 하우스'" 

WSJ은 윤 당선인이 산기슭에 위치한 청와대 전체를 현재 국방부가 위치한 서울 중심부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민 소통 강화를 위해 새 대통령 집무실 명칭 공모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WSJ은 "(윤 당선인은) 국민에게 이름 짓는 것을 도와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그는 그사이에 '국민의 집(People's House)'이라는 자기식 이름을 생각해냈다"고 꼬집었다. 'People's House'는 백악관 애칭이기도 하다.

"北, 비핵화 첫 조치 나서면 文 정부보다 더 지원" 

윤 당선인은 미·중 갈등이 한국에 '제로섬(zero-sum)'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WSJ은 전했다.

미·중 간 평화와 공동 번영, 공존을 보장하는 방법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미·중 간 계속되는 긴장은 한국에는 기회이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당선인은 한국이 외교정책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거나 급변(flip-flop)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2018년 이후 축소된 한·미 연합훈련을 올가을이나 내년 봄까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구상한다고 WSJ은 전했다.

윤 당선인은 훈련 규모나 정확한 시기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떤 결정도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면서 "한·미 연합의 야전 훈련 재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강경한 대북 정책을 구상하고 있지만, 북한이 군비축소의 첫 조치에 나선다면 현 정부가 약속했던 인도적 지원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북한의 군비축소 첫 조치의 한 예로 핵시설에 대한 외부 사찰단 방문 허용을 들었다.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대북 투자 활성화를 지원하고 기술에 관한 중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북한의 공격이 임박해 보일 경우 선제타격 능력 등 대북 억지력 강화에 대한 바람을 표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국과 핵무기를 공유하거나 배치하는 것은 고려 중인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신 보다 강력한 정보 공유 또는 더 많은 야전 훈련 수행을 포함하는 확장 억지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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