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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병사에 "바리깡으로 음모밀자"…해병대 집단 성고문 발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병대 연평부대 내 인권침해 및 구타, 가혹행위 관련 사건 내용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병대 연평부대 내 인권침해 및 구타, 가혹행위 관련 사건 내용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선임 병사 여럿이 후임병 한 명을 구타하고 성 고문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병대는 가해자를 엄정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해병대 연평부대에 속한 병사 A 일병은 지난달 중순부터 구타, 가혹 행위, 성추행을 당했다. A 일병은 지난해 12월 입대해 생활관에서 기수가 가장 낮은 막내 병사다.

가해자로 지목된 병사는 B 병장, C 상병, D 상병 등 세 명이다. 이들은 생활관 복도에 앉은 A 일병의 뒤통수를 때리거나, 이유 없이 뺨을 때리고 멱살을 잡기도 했다.

이들은 A 일병에 “내일은 가슴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맞아야겠네”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도 보냈다.

성고문도 있었다. 토요일이던 지난달 26일 오후 3시쯤 이들은 A 일병의 상체를 만지고, 상체 신체 일부에 빨래집게를 꽂은 뒤 손가락으로 튕겼다고 한다. C 상병은 A 일병의 허벅지에 성희롱성 단어도 적었다.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샤워를 마친 A 일병에게 C상병과D상병이 접근해 이발 도구인 바리깡으로 음모를 밀기도 했다. C 상병은 A 일병에게 “선임이 했는데 ‘감사합니다’라고 해야지”라는 말도 했다.

이어 밤 10시쯤엔 흡연실에 있던 A 일병에게 C상병이 찾아와 옷을 벗고 신체 부위를 보여주라고 강요했다. A 일병이 옷을 벗자 주변에 있던 선임 병사들도 모여들어 A 일병은 자신의 신체 부위를 3~4차례 보여줘야 했다.

A 일병은 같은 달 30일 부대 간부와 면담을 통해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사안은 김태성 해병대 사령관에게도 보고됐다.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보낸 메시지 일부. 연합뉴스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보낸 메시지 일부. 연합뉴스

군은 사건을 인지한 지난 3월 말부터 후속 조치에 나섰다.

먼저 A 일병 병가를 통해 피‧가해자 분리 조치를 했다. A 일병은 정신과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과 우울증, 불면증 등 진단을 받았다.

아울러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 후 기소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자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군사경찰 조사 시 가해자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군사경찰의 불구속 수사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가해 병사 중 B 병장은 이달 말 전역을 앞둔 상황”이라며 “SNS에 이 사실을 공공연히 자랑하는데 이를 보는 피해자는 고통과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군 검찰단이 가해 병사 3명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병대는 “가해자를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며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병영문화혁신 활동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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