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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작은 꽃부터 영화 캐릭터까지 설탕으로 예술해볼까

중앙일보

입력

사탕·달고나 같이 설탕을 주 재료로 한 음식은 “단 게 땡긴다”라는 말을 흔히 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먹는 것은 물론, 그 달달함을 눈으로 느껴본다면 어떨까요. ‘슈가크래프트(Sugarcraft)’라고도 불리는 유럽식 설탕 공예는 설탕 반죽을 이용해 여러 가지 장식물을 만들어 눈 호강을 시켜주죠. 200여 년 전, 영국에서 설탕 반죽으로 만든 장식물로 케이크를 꾸미면서 시작된 슈가크래프트는 푸드 데커레이션, 결혼식 보관용 부케, 슈가 플라워, 선물 데커레이션 등에 응용되고 있어요.

이유은(왼쪽)·김예나 학생기자가 프랑스식 쉬크르 티레 기법을 사용해 직접 노란 장미꽃 설탕 공예품을 만들었다.

이유은(왼쪽)·김예나 학생기자가 프랑스식 쉬크르 티레 기법을 사용해 직접 노란 장미꽃 설탕 공예품을 만들었다.

영국식 설탕 공예는 가루설탕을 주재료로 하며 주로 젤라틴·달걀 등을 섞어 반죽을 만들죠. 케이크 장식에 흔한 꽃을 만들 때는 주로 플라워 페이스트(Flower Paste) 반죽을 사용하는데요. 와이어드 플라워(Wired Flower) 기법으로 꽃을 만들어 부케를 제작할 수도 있죠. 또 케이크를 커버링할 때 사용하는 반죽인 슈가 페이스트(Sugar Paste)로는 각종 장식품을 만들어 올리는 모델링(Modeling) 기법을 많이 쓰고요. 가루설탕과 달걀흰자를 섞어 공기층이 형성된 것으로 익히지 않은 ‘머랭’ 상태와 비슷한 로열 아이싱(Royal Icing)은 보통 가는 튜브로 짜는 파이핑(Piping) 기법으로 케이크를 장식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영국식과는 조금 다른 작업 기법이 발달했죠. 프랑스식은 설탕과 물을 끓여 반죽을 만들어 사용합니다. 크게 3가지 기법을 쓰는데요. 쉬크르 티레(Sucre Tire)는 설탕 반죽을 손으로 잡아 늘여서 꽃을 비롯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 때 사용해요. 프랑스어로 ‘티레’는 ‘잡아 늘인다’는 뜻이죠. 쉬크르 수플레(Sucre Souffle)는 공기를 주입하는 기법으로 원형이나 과일·새·물고기 등과 같이 볼륨이 있는 것을 만들 때 써요. 쉬크르 쿨레(Sucre Coule)는 끓인 설탕 용액을 틀에 부어 여러 모양을 만들어내는 기법이죠.

조은별 파티시에가 만든 ‘인사이드 아웃’ 슬픔이·까칠이와 할리퀸, 백설공주 설탕 공예 작품(위에서부터). 그는 3일에 걸쳐 만든 할리퀸으로 2018 베이커리페어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고 백설공주로 홍콩 HKICC2019 세계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조은별 파티시에가 만든 ‘인사이드 아웃’ 슬픔이·까칠이와 할리퀸, 백설공주 설탕 공예 작품(위에서부터). 그는 3일에 걸쳐 만든 할리퀸으로 2018 베이커리페어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고 백설공주로 홍콩 HKICC2019 세계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김예나·이유은 학생기자가 설탕 공예를 배우기 위해 조은별 파티시에가 운영하는 카페 7월27일(서울 송파구)을 찾아갔어요. 지난해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설탕 공예가(슈가크래프터)로 소개된 그는 특성화고등학교 조리과학과를 다니던 17세에 설탕 공예를 처음 접했죠. 18세에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탈락한 조 파티시에는 설탕 공예에 매진하기 위해 자퇴를 결심했고, 노력 끝에 2018년 베이커리페어 경연대회 대형 설탕 공예 금상에 이어 2019년 홍콩에서 열린 세계대회 HKICC에서 대형 설탕 공예 은상을 받았어요.

설탕 공예가는 설탕 공예를 이용해 각종 기념일 케이크, 테이블 세팅, 장식품, 생활 소품 등을 만드는 일을 해요. 주로 케이크 디자이너, 지도자 등으로 활동하죠. 설탕 공예가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전문학교·기관에서 6개월~1년 정도의 기본 교육을 마쳐야 하는데요. 수강생을 지도하거나 작가로서 수준 높은 활동을 원하면 더 긴 시간의 교육이 필요하죠. 자격시험은 국가 공인이 없고 대한슈가크래프트협회 등에서 민간 시험으로 진행합니다. “설탕 공예나 요리 대회에 나가 경험을 쌓기도 해요. 개인전·단체전이 있고 심사는 미적 기준과 위생 상태를 주로 보죠.”

유은 학생기자가 작품을 만들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해했어요. “주로 영화·애니메이션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요. 일상에서 진행되는 캠페인도 작품 주제가 되죠.” 예나 학생기자가 “설탕 공예를 하시면서 보람찬 순간은 언제였나요?”라고 물었어요.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어려운 작품을 완성하면 뿌듯해요. 하지만 막상 작품이 녹아 부서질 때는 속이 아주 시원해요.”

조은별(왼쪽) 파티시에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설탕 용액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조은별(왼쪽) 파티시에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설탕 용액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조은별 파티시에와 함께 프랑스식 쉬크르 티레로 장미꽃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먼저 조 파티시에가 냄비에 불을 올리고 당알코올 형태의 대체 설탕인 이소말트 결정을 녹이기 시작했어요. 이소말트는 다른 설탕보다 광택이 오래 가고 습기에도 강하죠. 끓이면서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졸임용 스패출러로 저어 주는데, 열에 변형되지 않는 주걱을 대신 사용해도 됩니다.

“이소말트가 없다면 집에서 설탕‧물‧물엿을 각각 1:0.3:0.15 비율로 섞어 사용해도 돼요. 단, 이소말트는 결정화된 상태여서 저으면 결정이 해체되는데요. 설탕은 반대로 저을수록 결정화가 되니 젓지 말아야 해요. 투명하게 녹아내리면 불을 줄여주고요.” 예나 학생기자가 “녹이는 온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라고 물었어요. “섭씨 150~170도가 적당해요. 이소말트 결정이 완전히 녹아 투명해질 때까지 끓여줘야 하는데 자칫하면 온도가 높아 탈 수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온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프랑스식 설탕 공예에는 실리콘 패드에 올려 식힌 설탕 용액을 치대고 뭉쳐 반죽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프랑스식 설탕 공예에는 실리콘 패드에 올려 식힌 설탕 용액을 치대고 뭉쳐 반죽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이소말트가 녹는 동안 예나·유은 학생기자는 장미꽃 색상을 고민했습니다. 조 파티시에는 빨간색을, 소중 학생기자단은 노란색을 선택했죠. 이소말트를 끓이면서 생긴 거품이 없어지고 다 녹아 투명해지면 노란색 식용색소를 넣고 조금 더 끓여요. 여기에 조 파티시에가 갈색 식용색소를 첨가했죠. “노란 장미꽃을 만들기로 했는데 갈색 식용색소를 넣는 이유가 있을까요?” 유은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진한 갈색을 섞으면 연한 노란색이 더 뚜렷하게 보일 수 있어요.” 반죽이 잘 늘어나게 해주는 주석산을 넣은 뒤 색이 설탕 용액에 완전히 녹아들 때까지 기다립니다. 같은 방법으로 빨간색과 잎이 될 초록색 반죽도 준비했죠.

광택이 나도록 설탕 반죽을 치대고 늘여 공기를 넣어주는 이유은 학생기자.

광택이 나도록 설탕 반죽을 치대고 늘여 공기를 넣어주는 이유은 학생기자.

조 파티시에가 설탕 용액을 실리콘 패드(또는 베이킹용 테프론시트)에 부었어요. 실리콘 패드에서 작업하면 설탕 용액이 잘 달라붙지 않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면장갑과 공예장갑을 이중으로 낀 다음, 어느 정도 식은 설탕 반죽을 만져봤습니다. 유은 학생기자가 “말랑말랑한 게 말랑이 같아요”라며 신기해했어요. 예나 학생기자도 재미있는지 반죽을 엿가락처럼 길게 뽑아봤어요. “투명해 보이는 반죽을 불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공기를 넣어야 해요. 계속 치대고 누르고 늘이다 보면 공기가 들어가서 불투명해져 광택이 나고 색이 잘 보이죠.”

설탕 반죽이 굳지 않도록 램프를 사용할 땐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 집에 램프가 없다면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된다.

설탕 반죽이 굳지 않도록 램프를 사용할 땐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 집에 램프가 없다면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된다.

적당량 덜어낸 뒤 나머지 반죽은 실리콘 패드에 놓은 그대로 설탕 공예 전용 램프 아래 둡니다. 램프는 지속해서 열을 가해 반죽이 빠르게 굳는 걸 막아주죠. 램프 온도는 조절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램프 가까이에 손을 대선 안 돼요. 램프가 없다면 반죽이 완전히 굳기 전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려주는 걸 반복하면 돼요.

반죽을 늘여 가위로 잘라 사용한다. 가운데 꽃잎은 가로 너비를 짧게 잘라 둥글게 말아준다.

반죽을 늘여 가위로 잘라 사용한다. 가운데 꽃잎은 가로 너비를 짧게 잘라 둥글게 말아준다.

반죽의 한 부분을 얇게 늘인 다음 공예 가위로 자릅니다. 밖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꽃잎 모양을 생각해 자를 반죽의 크기를 가늠해요. 가장 가운데 꽃잎은 가로 너비를 짧게 자르고, 이를 중심으로 가로 너비를 점점 넓혀가는 식이죠. 가운데 잎을 둥글게 말아준 뒤 점점 넓고 얇게 펼친 잎을 겹겹이 감싸 붙여요. 손끝이나 조각칼로 디테일한 꽃잎 모양을 내고요. 만들다가 반죽이 굳을 경우 램프를 이용해 열을 가해주면 다시 말랑말랑해져요. 떼어낸 반죽이 너무 말랑하면 쿨링 팬이나 미니선풍기로 살짝 열을 식혀줍니다. 너무 말랑해지면 모양이 나오지 않고 딱딱해지면 부서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말랑한 반죽을 치대서 너무 굳지 않은 상태일 때 만드는 게 좋습니다.

가운데 꽃잎은 가로 너비를 짧게 잘라 둥글게 말아주며(위 사진) 나머지 잎은 넓고 얇게 펼쳐 붙인다.

가운데 꽃잎은 가로 너비를 짧게 잘라 둥글게 말아주며(위 사진) 나머지 잎은 넓고 얇게 펼쳐 붙인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작은 장미꽃을 만들기 위해 조용히 집중했어요. 설탕 공예를 처음 배우는 사람마다 만드는 시간이 다르지만 예나·유은 학생기자는 장미꽃을 만드는 데 1시간 정도 걸렸어요. 그만큼 정성이 가득 들어있었죠. “작품을 만들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예나 학생기자가 질문했죠. “작품의 크기와 디테일에 따라 제작 기간이 달라져요. 1시간이 걸릴 때도 있고 길게는 2~3일을 보낼 때도 있죠.” 장미꽃잎 만들기가 끝나고 초록색 반죽을 떼어내 기다란 잎을 만들었어요. 꽃잎보다 가로 너비는 좁고 길게 반죽을 늘이는 게 포인트죠.

김예나 학생기자가 초록색 잎을 붙여 노란 장미꽃 만들기를 완성했다.

김예나 학생기자가 초록색 잎을 붙여 노란 장미꽃 만들기를 완성했다.

꽃에 잎사귀를 붙여 작품을 완성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진짜 꽃 같아요” “녹으면 아까울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설탕 공예품은 습도에 매우 예민해요. 환경과 장소, 작품의 크기에 따라 보관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밀폐 공간에 습기 제거제와 같이 놔두면 꽤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많은 노력 끝에 설탕으로 만들어낸 장미꽃을 소중히 들고 감상했죠. 소중 친구들도 달콤한 설탕 공예의 세계에 한 번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습도에 예민한 설탕 공예품은 환경과 장소, 작품의 크기에 따라 보관 기간에 차이가 있다. 밀폐 공간에 습기 제거제와 같이 놔두면 꽤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습도에 예민한 설탕 공예품은 환경과 장소, 작품의 크기에 따라 보관 기간에 차이가 있다. 밀폐 공간에 습기 제거제와 같이 놔두면 꽤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첫 취재라 기대 반 긴장 반이었어요. 조은별 파티시에님이 설탕 공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집중이 잘됐고 만들기도 재미있었답니다. 처음이라 그런지 노란 장미꽃을 만드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제 손으로 예쁜 장미꽃을 만들고 나니 뿌듯했죠. 언젠가는 녹는다는 게 안타까워요. 그리고 작은 공예품을 만드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줄 몰랐어요. 설탕 공예가분들의 장인 정신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죠. 앞으로 베이커리를 가거나 설탕 공예품을 보게 되면 장미꽃을 만들었던 순간이 떠오를 것 같아요. 이 기사를 통해 소중 친구들도 설탕 공예에 대해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요.   김예나(서울 갈현초 5) 학생기자

저는 손재주가 있어서 요리·클레이·뜨개질 등을 하며 만들기의 즐거움을 느끼곤 했어요. 학교에서 만들기를 할 때도, 엄마와 요리를 할 때도 손이 빨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죠. 그래도 설탕 공예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반짝반짝 광이 나게 예쁜 모양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고요. 하지만 조은별 파티시에님 덕분에 아름다운 장미꽃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설탕 공예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멋진 작품을 만드시는 파티시에님이 부럽고 대단해 보였어요. 앞으로 설탕 공예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서 직접 경험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유은(경기도 위례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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