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성우는 목소리 연기자‧‧‧예쁜 목소리보다 중요한 것 많아요” 소연·김은아·남도형 성우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2.04.25 07:00

애니메이션이나 외국 영화의 한국말 더빙을 보다 보면 그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들곤 합니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요. TV‧영화‧애니메이션‧라디오‧광고‧게임‧홍보영상‧오디오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만날 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성우라고 합니다. 성우(聲優)는 ‘목소리가 뛰어나다’,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죠. 저마다 지닌 고유의 목소리와 연기력으로 듣는 이의 오감을 자극하는 목소리 연기자라고 생각하면 돼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의 목소리 주인공 성우 남도형·김은아·소연(왼쪽부터)을 만나 영화와 성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의 목소리 주인공 성우 남도형·김은아·소연(왼쪽부터)을 만나 영화와 성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평소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목소리의 주인공 소연·김은아·남도형 성우를 만났습니다. 소연 성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를 비롯해 ‘원피스’ 시리즈의 ‘니코 로빈’, ‘엉덩이 탐정’ 시리즈의 ‘브라운’을 연기해 대중에게 익숙한 목소리로 인식되고 있죠. 김은아 성우는 ‘극장판 공룡메카드: 타이니소어의 섬’의 장세모‧코리리, ‘레이디버그’ 시리즈 알리야‧멘델레예프, ‘엉덩이 탐정’ 시리즈의 엉덩이 탐정으로 활약했죠.

남도형 성우는 ‘레이디버그’ 시리즈에서 아드리앙 아그레스트(블랙캣), ‘엉덩이 탐정’ 시리즈의 괴도 유 등을 섭렵했고, ‘남도형의 블루클럽’을 운영하며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나다움‧박지우 학생기자가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 개봉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 더블유사운드에 모인 세 사람을 만나 성우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나다움(왼쪽)·박지우 학생기자가 녹음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며 성우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나다움(왼쪽)·박지우 학생기자가 녹음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며 성우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다움‘엉덩이 탐정’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소연 TV시리즈나 극장판을 할 때 오디션 과정을 거쳐요. 감독님이 캐릭터에 맞을 것 같은 성우들에게 오디션을 볼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고 오디션을 한 후 결정하죠. 처음에 오디션 볼 때는 남자아이라고 해서 목소리를 조금 더 굵게 했었는데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인지 구별이 안 되는 그런 캐릭터로 발전해 나갔죠.

도형 처음에는 엉덩이 탐정으로 오디션을 제의받았는데, 일본도 그렇고 엉덩이 탐정 음성을 여자분들이 많이 해요. 결국 악당 역을 하게 됐죠.

은아 제가 괴도 유를 할 수도 있었겠네요. 저도 오디션 제의를 받았어요. 사실 제가 멋진 중저음 목소리가 아니라서 보통은 남녀 아역을 많이 해요. 목소리가 두껍고 신사 느낌의 남자 어른 목소리를 내라고 해서 왜 제게 제안했는지 좀 의아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있죠.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에서 괴도 유를 맡은 남도형 성우는 유튜버로도 활동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에서 괴도 유를 맡은 남도형 성우는 유튜버로도 활동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우‘엉덩이 탐정’ 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이번 극장판에 어떤 변화가 있다면요.

도형 괴도 유 같은 경우는 매번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사건만 벌였다가 도망가고 그랬는데 이번엔 약간 로맨틱한 부분을 볼 수 있어요.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나왔죠.

은아 엉덩이 탐정은 계속해서 열심히 추리하고 사건 해결하고 전반적인 내용은 비슷한데 대사의 양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아요. 전에는 사건 해결 과정 같은 부분을 말로 많이 설명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상황들로 보여주는 편이죠.

소연 이번 극장판에서는 브라운의 활약이 두드러질 예정입니다. 그동안 브라운은 엉덩이 탐정의 조수로서 탐정으로서의 어떤 자세나 방법 이런 것들을 배워왔었는데 드디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소연 성우는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에서 브라운을 중성적인 목소리로 표현해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구별이 안 되는 캐릭터로 발전시켰다.

소연 성우는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에서 브라운을 중성적인 목소리로 표현해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구별이 안 되는 캐릭터로 발전시켰다.

다움‘엉덩이 탐정’ 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연 저는 말티즈 서장님! 너무 귀여워요. 경찰 서장이면 높은 직급인데 부하들이 다 있어도 항상 뭔가 동그란 것만 나오면 ‘동그란 거다~~’ 하면서 쫓아가요.

은아 저도 말티즈 서장님하고 브라운! 둘이 너무 귀엽잖아요. 말티즈 서장님은 목소리도 되게 특이하고, 여자 성우들이 그렇게 얇은 목소리 냈으면 재미가 좀 덜했을 텐데 원래 홍진욱 성우님이 굉장히 두꺼운 목소리거든요. 근데 그렇게 얇게 내니까 훨씬 더 캐릭터를 재밌게 만들어줘요.

도형 그래도 괴도 유가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작품마다 하나씩 있는 캐릭터거든요. ‘세일러 문’에도 괴도 캐릭터가 있고, ‘명탐정 코난’에도 괴도 키드가 있고, 괴도들이 대부분 매력적이면서 신스틸러죠.

김은아 성우는 엉덩이 탐정으로 활약하며 두껍고 신사 느낌의 남자 어른 목소리를 내면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김은아 성우는 엉덩이 탐정으로 활약하며 두껍고 신사 느낌의 남자 어른 목소리를 내면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지우데뷔작이 무엇이며 그때 심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도형 지망생 때 데뷔했는데 ‘로보트 태권V’ 주인공 훈이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3일 밤낮을 더빙했어요. 우리나라 대표 애니메이션 작품을 하게 돼서 기쁘면서도 긴장됐죠. 유튜브에 검색하면 지금도 나오는데 발음도 다 엉망이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녹음하고 싶어요.

은아 저는 라디오 드라마를 처음으로 했어요. 성우가 되고 선배님들 녹음하는 거 참관하러 가서 뒤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어떤 선배님이 군중신에서 ‘너 대사 한번 해봐’ 하신 거예요. 굉장히 짧은 대사를 로봇처럼 딱딱하게 아주 긴장해서 녹음했던 기억이 있네요.

소연 KBS 성우 같은 경우에는 처음엔 주로 라디오만 녹음해요. 그러다 프리랜서가 되고 나면 그때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더빙을 시작하거든요. 처음 주인공을 맡은 게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인데 선배님들이 ‘어, 너 뜰 것 같은데' '너 되게 잘한다’ 이렇게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 더빙 녹음 스튜디오 더블유사운드를 찾아 컨트롤 룸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 더빙 녹음 스튜디오 더블유사운드를 찾아 컨트롤 룸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지우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나 작품, 대사를 꼽으신다면요.

도형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에서 블랙캣. 이 작품을 통해 해외 팬들도 처음 생기고 일본 팬미팅도 갔다 왔거든요. “안녕, 마이 레이디” 대사를 만 번쯤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죠.

은아큰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엉덩이 탐정을 책으로 봤어요. 너무 재밌어하길래 저도 보니까 어른이 봐도 재밌다 생각했는데 제가 이 작품을 하게 된 거죠. 기억나는 대사는 다들 아시겠지만 “미안하지만 실례 좀 하겠습니다.”

소연 ‘겨울왕국’의 엘사로 많이 알려졌죠. 엘사는 특별한 대사보다는 노래가 워낙 유명한데 노래는 뮤지컬 배우가 불러서 딱히 없어요. 게임 쪽에서는 스타크래프트라고 거기서도 사라 케리건(aka. 칼날여왕)을 맡았죠. 여왕 전문 성우라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했는데, 여자들이 게임 통틀어서 그렇게 원톱으로 카리스마를 내는 캐릭터를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 대사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나는 군단이다.’

다움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도형 자기 말을 항상 의식하고 말하면 되는데 그게 어렵죠. 우리는 항상 음성을 녹음한 걸 듣고 지적도 받고 하니까 그게 자연스럽게 반복되면서 내가 이렇게 할 때 어떤 발음으로 어떤 속도일지 다 알고 있거든요. 휴대전화 기본 녹음 앱을 하루 정도 켜놓고 다닌 후 들어보면 자기 음성에 대한 추적 관찰이 충분히 돼요. 내가 화를 많이 내는군, 무슨 말을 많이 쓰네, 발음이 이상하네, 다 알 수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의 목소리 주인공 성우 남도형·김은아·소연(왼쪽부터)을 만나 영화와 성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의 목소리 주인공 성우 남도형·김은아·소연(왼쪽부터)을 만나 영화와 성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했다.

지우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고,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도형 작품을 했을 때 그걸로 욕먹으면 힘들고 칭찬받고 팬들이 좋아해 주면 보람을 느끼죠.

은아 보통 회사원들은 낮에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집에서 쉬고 그러잖아요. 근데 성우들은 녹음하고 집에 가면 또 내일 공부를 해야 돼요. 시사라고 하는데 ‘엉덩이 탐정’을 더빙한다면 대본과 영상을 미리 받아서 감정과 대사, 길이 이런 것들을 다 맞추며 어디서 띄고 발성을 다 체크하는 거죠. 집에 가서도 일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힘들 수 있어요. 보람을 느낀 순간은요. 예전에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거기 아픈 아이들이 제가 불렀던 ‘상어가족’을 계속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며 힘든 시간을 버티더라고요. 그때가 기억나네요.

소연 게임 녹음 같은 걸 할 때 목을 무리해서 오래 많이 써야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럴 때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죠. 제 딸도 ‘겨울왕국’ 할 때 여섯, 일곱 살이었는데 엄마를 되게 자랑스러워하는 걸 보며 보람을 느꼈어요. ‘겨울왕국’ 하면서 주목받았을 때 후배들한테 내 직업을 열심히 하다 보면 이런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했죠.

다움 성우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도형 앞에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성격은 좀 힘들 것 같아요. 마이크 앞에서 한다고 혼자 하는 게 아니거든요. 결국은 그걸 듣는 누군가가 밖에서 평가해주고 그 평가를 받아들이고 바꿀 줄 알아야 하죠. 또 뭐든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성격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은아 성우를 꿈꾸고 있다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때 느꼈던 느낌이나 감정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소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성우가 되려면 목소리가 좋아야 하나요?’인데, 성우한테 목소리는 배우의 얼굴과 같아요. 배우들 보면 잘생기고 예쁜 배우도 있지만 개성 있는 배우들도 많죠. 예쁜 목소리로만 작품 하나를 다 표현할 수는 없거든요. 목소리 자체보다는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는지, 나를 표현하는데 거리낌 없는지, 주변의 평가를 오픈마인드로 잘 받아들이는지, 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하는지 그런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학생기자 첫 취재에 제가 좋아하는 성우님들을 만나 행복합니다. 저는 멋진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인데, 목소리만으로 몸동작과 표정까지도 모두 연기하는 성우님들의 세계를 이번 취재로 볼 수 있었어요. ‘나에게 맞는 발성’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녹음기를 켜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훈련법을 말해주셨을 때에는 바로 따라 해 보고 싶었습니다. 취재를 가기 전에 세 분 성우님들이 이번에 한 작품인 ‘엉덩이 탐정’의 원작만화를 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성우님들이 운영하는 유튜브도 보면서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준비한 시간도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기사가 저나 여러분이 성우라는 새로운 꿈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나다움(Dulwich College Seoul 6) 학생기자

김은아 성우님, 소연 성우님, 남도형 성우님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이 정말 기쁘고 설렜어요. 평소에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세 분 성우께 궁금한 것들을 직접 물어보며 궁금증이 모두 해결됐죠. 학생기자로 처음 활동하는 거라 조금 긴장되고 떨렸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특히 하루 종일 음성녹음을 하여 자신이 어떤 말을 자주 하는지 들어보는 게 좋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취재를 통해 성우는 정확히 어떤 직업이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성우분들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박지우(서울 목운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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