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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치사' 특종 기자 "그때 검수완박했으면 사건 묻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종철군(21·서울대 언어학과 3년)이 이날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숨졌다. 경찰은 박군의 사인을 쇼크사라고 검찰에 보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군이 수사기관의 가혹 행위로 인해 숨졌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후략)’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첫 보도한 전 중앙일보 신성호 기자(현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 2018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중앙포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첫 보도한 전 중앙일보 신성호 기자(현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 2018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중앙포토

1987년 1월 15일 자 중앙일보 기사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35년 전 사건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해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다. 묻힐 뻔한 죽음을 발굴해 특종 보도한 신성호 전 중앙일보 기자(현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그 당시 상황에서 ‘검수완박’이 됐다면 사건이 묻힐 것이라는 건 명백하다”고 말했다.

신 전 기자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에 관해 묻자 “1987년 1월의 경찰과 지금의 경찰을 수평으로 똑같이 놓고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경찰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게 왜 중요한지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밥그릇 싸움이나 정쟁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무엇이 가장 좋은가, 그 관점으로 보면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경찰에서 수사가 끝나버린다면, 그게 검찰이든 어떤 수사기관이 됐든 ‘거름망’이 없다면 진실을 밝히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라면서 “아무리 경찰 수준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모든 걸 완벽하게 수사할 순 없다. 그렇다면 그다음 단계에서 걸러주는 장치가 존재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되고 국민한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혁 작가가 촬영한 영화 '1987' 스틸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재혁 작가가 촬영한 영화 '1987' 스틸 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신 전 기자는 “당시 보인 경찰의 반응이 단적”이라고 짚었다. 그때의 급박한 상황을 촘촘하게 써내려간 신 전 기자의 저서『특종 1987』에 따르면 보도가 나간 직후인 1월 15일 오후, 당시 경찰 총수는 중앙일보 사회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고문치사’가 아니라 ‘변사’라고 강변하면서 ‘오보’에 책임지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음날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이 사망 원인에 대해 “책상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라고 거짓 발표를 했지만, 당시 최환 서울지검 공안부장과 형사부 당직이던 안상수 검사가 경찰의 화장 시도를 막고 경찰병원에 있던 시신을 압수해 한양대 병원에서 부검을 지휘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보도. 중앙포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보도. 중앙포토

이후 부검의의 증언과 중앙일보의 보도로 촉발한 여론에 힘입은 검찰의 보완 수사로 고문치사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1987년 ‘6월 항쟁’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21일 “검수완박이 되면 이런 사건은 묻힐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후 여야 중재안이 나왔지만,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하는 조항 등으로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시한부 검수완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87년 그사건, 검수완박 땐 묻힌다” 檢의 경고

신 전 기자는 “민주화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검사와 언론, 의사, 대학생, 종교인 등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일궈낸 결과”라며 “검찰개혁 역시 검찰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현 정부 초기 적폐청산 수사 때만 하더라도 검찰이 잘한다고 박수받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으며 “어떠한 특정 목적을 달성할 때는 잘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수사권을 빼앗는 것은 검찰개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수완박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지난 22일에 2번째 사표를 낸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수완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토론회가 잇따라 열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중재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긴급 성명을 내고, 오는 28일부터 변호사와 시민이 참여하는 필리버스터를 연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오는 26일 검수완박 중재안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하는 온라인 긴급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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