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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수위는 정시비율 현행 유지키로…“지방대 위기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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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12월17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정시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배치표를 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17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정시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배치표를 보고 있다. 뉴스1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수도권 주요 16개 대학(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이상 가나다순)의 정시 비율을현행 4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도권 대학의 정시 비중이 늘면,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미충원 사태를 겪었던 지방대의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25일 중앙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시 비율의 적정선과 관련해 교육부가 지난 3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을 통해 제시한 기준을 준용키로 했다는 보고를 올렸다. 현행 기준이 적용되면 윤 당선인 취임 후에도 각 대학의 수시·정시 비율은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 3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정시 비율 조정을 신청 요건으로 내걸었다. ▶수도권 대학은 30% 이상 ▶이 중 수시 비중이 높았던 주요 16개 대학은 40% 이상으로 정시 비중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조국 사태’ 이후 교육부가 정시 확대 기조로 돌아서면서 이미 해당 16개 대학은 정시 비율을 40.5%(2023학년도 기준)까지 늘린 상태다. 더 이상 교육부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전형을 큰 폭으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 나머지 대학들도 이미 교육부의 요구를 맞춘 상태라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윤 당선인은 대선때 공정사회 분야 공약을 통해 정시 확대를 약속했다. 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기자회견에서 “정시는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게 온당하다”고 말하면서 현 수준보다 정시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인수위는 교육계 전반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현행 수준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주요 대학의 정시 확대로 인해 지방대의 신입생 충원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지방대는 극심한 미충원 사태로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수험생의 선호도가 낮은 지방대부터 빈자리가 드러난 것이다. 지방대는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수능 반영 비중이 적어 비교적 문턱이 낮은 수시모집을 늘려 신입생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이 늘면, 수시 합격생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한 수험생들의 지방대 지원이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원단체 또한 인수위 측에 정시 확대 기조에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내신 비중이 큰 수시모집 전형이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정시가 늘어나면 수능 중심으로 학교가 돌아가면서 수능과 관계없는 학교 활동이 침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윤 당선인이 내건 지역균형발전과 공정의 가치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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