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비서실 인선 작업과 관련해 낙하산 및 청탁 인사를 금지하라는 등의 지침을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능력 위주의 인선을 하라는 인사 철학을 윤 당선인이 재차 강조한 것으로, 대통령비서실 인선을 앞둔 상황에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정치권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라”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최근 인선 작업 실무진들에게 ▶공무원 중 젊고 유능한 인재 최우선 선발 ▶낙하산 및 청탁 인사 금지 ▶대통령 비서실 슬림화 등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나는 정치권에 빚이 없는 사람”이란 말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정치인 등 외부 인사들의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능력 위주의 인선을 하라는 윤 당선인의 당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이 새 정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복 전 사무국장은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검찰 일반직의 ‘별’이라고 불리는 대검 사무국장(1급)을 지냈다. 복 전 국장은 윤 당선인의 오래된 계보 인사가 아니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재직 당시 대검 사무국장으로 복 전 국장이 아닌 다른 인사를 추천했지만,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복 전 국장을 최종 낙점했다. 대검 인사사무관과 인사서기관을 지낸 복 전 국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인사 전문가로 꼽힌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복 전 국장의 경우 정치권 인사들과의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며 “능력 위주 선발이란 당선인의 인사 철학을 잘 받들어 순수하게 인재발굴에 몰두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복 전 국장은 인수위에서도 내각 및 대통령실 인사 추천 업무를 담당해왔다고 한다. 앞서 윤 당선인이 인사 검증팀장에 검사 출신인 주진우 변호사를 임명한 것도 “인선 작업 시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게 윤 당선인 측의 설명이다.
“유능한 대통령실 목표”
한편 이날 발표가 예상됐던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인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차관급, 청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등 (인사 대상이) 몇 명이냐. 검증업무가 굉장히 밀려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효율적인 정부,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들고 싶다는 당선인의 깊은 의중이 담겨 있어서 신중하게 직제개편과 인사를 고려하고 있다”며 “유능한 정부 대통령실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기일을 언제로 못 박을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에선 기존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일부 수석비서관급 인선이 검증 등의 이유로 뒤집힐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대통령실 직제개편도 확정상태가 아니라고 윤 당선인 측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 “다음 정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이고 특히 4차 산업혁명 인재들을 키우는 일”이라며 “그것을 하기 위한 가장 큰 상징 중 하나가 과학교육수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위원장은 “이것(과학교육수석 신설) 자체가 이 정부가 미래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와 비해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라며 “그것을 (윤 당선인께) 간곡히 말씀드렸고, (윤 당선인으로부터) ‘생각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의 요청대로 과학교육수석이 신설되면 새 정부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장ㆍ안보실장)ㆍ6수석(경제ㆍ사회ㆍ정무ㆍ홍보ㆍ시민사회ㆍ과학교육)ㆍ1기획관(인사)’ 체제로 출발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현재 청와대는 ‘3실 8수석’ 체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