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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형사법 흔드는데 1주일새 뚝딱? 여야의 '검수완박' 착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의 중재에 따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의 중재에 따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하며 이달 안으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것을 두고, “1주일가량인 짧은 시간 안에 사법제도의 근간을 고치는 법안을 제대로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70년 형사 사법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법안인 만큼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2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에 따라 “검찰의 보완 수사권은 남기되 추후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인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이 설립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한다”는 요지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법조계 “1주일 내 정상적인 법안 못 만들어”

문제는 이 같은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달안에 처리하겠다는 점에 있다. 합의문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는 1주일가량 이내로 기한을 못 박은 것인데, 법조계에서는“법안을 정상적으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일반적인 법을 건드는 것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데, 형사소송법 같은 절차법의 개정은 더욱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라며 “1주일가량 안에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드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달 15일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했을 때는 “기존 법 조항 내 ‘검사’ 자리에 ‘사법경찰권’을 ‘복붙(복사 붙여넣기)’한 식의 졸속 법안”이라는 법조계 비판이 거셌다. 또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214조 2의 2항을 보면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또는 사법경찰관은”이라는 비문(非文)이 포함되기도 했다. 검수완박 강행 처리를 위해 충분한 검토없이 법 조항을 ‘급조’한 탓이다.

여·야가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4월 안’이라는 기일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중재안을 둘러싸고 벌써 이견의 조짐이 보여 법안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발표된 여·야 합의문. 중앙포토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발표된 여·야 합의문. 중앙포토

법안화 과정서 이견 가능성…황운하 “합의문 휴짓조각 될라”

한 고위직 판사는 “여·야 합의문 2조를 보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공직자범죄 등 네 가지를 삭제하고 다른 수사기관의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부패 범죄 등 나머지 두 가지도 폐지한다고 돼 있는데, 후자인 두 가지 범죄와 관련한 경과규정을 둘지 말지를 두고 여·야의 의견 차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경과규정이란 법령을 개정할 때 종전의 규정과 새 규정의 적용관계 등 구법에서 신법으로 이행하는 데 따르는 여러 조치의 규정을 뜻한다.

그는 또 “검찰 직접 수사권 폐지 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패키지로 입법할지를 두고 의견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선 눈엣가시인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있는 상황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패키지 입법을 강하게 반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한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 법무부 산하로 들어가면,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력이 민주당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우려다.

민주당 쪽에서도 합의 파기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검수완박을 주도해온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장 중재안의 핵심은 검찰 직접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남기지만 점진적으로 완전 폐지한다는 것”이라며 “법안 성안 과정에서 이 부분이 명시되지 않는다면 합의는 파기된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황 의원은 앞서 지난 22일에도 “벌써부터 국민의힘 쪽에서 합의문 취지와 다른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라며 “합의문 내용이 구체적으로 법률안에 명시되지 않는다면 합의문은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중재안 추진이 무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소위 검수완박 논의가 우리 당의 의원총회에서 통과하였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추진은 무리입니다”라며 “1주일로 시한을 정해 움직일 사안이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법안 추진 이전에 법률가들과 현장 수사인력을 모시고 공청회부터 진행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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