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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고통만 키우는 ‘검수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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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건개 변호사, 전 서울검사장, 전 서울경찰청장

이건개 변호사, 전 서울검사장, 전 서울경찰청장

국회는 대한민국을 멸망시키려는 세력을 척결하는 공안합동수사본부에 이어 과학수사 기능을 갖춘 대검 중앙수사부를 해체하더니 지금은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기능을 완전히 죽이려 하고 있다.

검찰은 건국 이래 필자가 가장 많이 개혁하였다고 자부한다. 진술 중심 수사 관행에 거짓말탐지기 등 과학수사 기능을 도입했고, 코끼리 뒷다리 수사에 검찰 정보 기능을 창설했다. 서울경찰청장과 서울검사장을 모두 역임한 건 필자가 유일하고 청와대에 사정 기능을 창설한 것도 필자다.

국가는 국민생활 보호가 핵심
수사기관 정예화·중립화 절실

국가란 무엇이고, 민주란 무엇인가. 국가 안보, 국민 생명, 국민 생활의 정확하고도 신속한 보호에 그 본질이 있다. 경찰은 정보·보안·경비·경무 등 다양한 기능이 있고 그중 일부가 수사 기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찰 공무원은 수사 업무를 기피한다. 필자는 경찰 조직을 사랑한다. 필자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임할 때 330수사대, 기동순찰대, 특명반 신설 등 경찰 개혁에 앞장섰다고 자부한다.

역대 대통령 중엔 검찰 지휘관을 불러 특정인에 대한 구속 특별지시를 남용한 경우가 있었다. 정권과 대통령이 그 취향에 맞추어 수사 공권력을 남용한 것이다. 경찰은 그동안 잦은 인사 속에 수사 업무를 기피해 왔다. 수사과 업무에 종사하게 되면 업무의 특성상 투서·진정 등으로 상처를 받기 때문에 인사에 불리하여 수사 업무를 기피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검수완박이 되면 고통받는 국민의 생활에 신속·정확한 구제를 누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철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건국 이래 검찰을 들여다보면 정권 하명 수사 당시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항명 또는 사표를 낸 검사들이 있었다. 경찰에서는 사건 수사에 이러한 예를 찾아볼 수 없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현재까지 정보수사기관은 정예화하지 못했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정보수사기관이 정예화하지 않고 정권 담당자들이 정권 취향에 맞추어 정보수사기관을 운영하다 보니 국민 생활을 위한 정보수사기관의 정예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역사적 시점에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정보수사기관의 정예화가 필요하다. 1993년 당시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전략’에 동조해 취임사에서 동맹보다 민족이 우선이라며 수사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국가멸망세력 척결 기능을 폐지·약화해 아직도 그 기능이 매우 약화돼 있다.

그리고 수사공무원의 본질상 공무원끼리 서열과 능력 중심의 승진과 예측 가능성 있는 인사를 해야 그 조직이 안정된다. 검찰도 1960~1970년대가 서열과 능력 중심의 운영으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그렇지 아니하고 정치인 장관이 정치적으로 흔들려 특정 사건 한두 개를 하였다고 발탁인사를 하면 정권에 눈치를 보는 검사들이 생겨 사건 처리의 공정성이나 국민을 위한 공정성은 상실되게 된다.

필자는 15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의정 연구모임인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협력 제도 연구 모임’을 여야 국회의원 30명의 참여로 설립하고, 그 대표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입법 활동과 구제 활동에 나섰다. 그 당시에도 수사의 불공정성이 수없이 문제가 되었었다. 수사의 불공정성은 검수완박으로는 절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정예화, 정치적 중립, 그리고 인사의 예측 가능성을 주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검수완박은 헌법 조문에 반하는 위헌적 조치이고 사법부도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검수완박 이후 수사를 맡게 될 경찰 대부분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건개 변호사, 전 서울검사장, 전 서울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