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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정의당의 총리 후보자 청문회 불참, 부적절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뉴스1

국민 알 권리 중요, 인준 거부 수순은 곤란

한 후보자 등도 의혹 관련 자료 제출해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오늘부터 이틀간 예정됐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의혹 규명을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한 후보자 측이 상당수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한 후보자가 재산 형성 과정이나 퇴임 후 대형 로펌 ‘김앤장’에서 맡은 업무, 배우자의 미술품 판매 내역 등에 대한 자료를 내지 않아 국회가 제대로 검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양당은 국민의힘 측에 자료 제출을 전제로 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자는 입장이다.

자료 제출 미비를 이유로 들긴 했지만 민주당 등이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진행 불가를 선언한 것은 부적절하다. 다른 국무위원과 달리 국무총리는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하면 임명이 불가능하다. 윤석열 당선인이 책임총리제 구현을 공약한 만큼 국무총리의 역할과 위상은 새 정부에서 더 커질 전망이다. 국민이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며 총리 후보자의 자질과 국정 방향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된 수많은 비리 의혹만으로도 내각을 이끌 총리로서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인준 거부 방침을 정해 놓고 청문회를 파행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어선 곤란하다.

한 후보자와 국민의힘도 국회에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민주당과 정의당 측 청문위원들에 따르면 한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사생활 침해 우려, 서류 보존기간 만료, 영업상 비밀이라 제출 불가 등의 사유로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한 후보자는 공직 퇴임 후 한국무역협회장과 김앤장 고문 등으로 재직하며 고액 자문료를 받은 점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후보자 배우자의 그림이 기업 등에 판매된 과정과 무역협회장 재직 때 받은 시세 약 1억원 상당의 특급호텔 피트니스센터 부부이용권을 10년째 쓰는 등 다른 의혹도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최대한 자료 제공에 협조하고, 정치권은 일정을 바꿔서라도 청문회를 열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국회는 10여 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아직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새 정부 초기 내각 후보자 중에는 자녀의 의과대학 입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딸의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 관련 ‘아빠 찬스’ 의혹이 나온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검증이 필요한 이가 적지 않다. 이들 역시 적격 여부를 따지는 청문회를 서둘러 여론의 검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해 여야 정치권이 인사청문회를 기 싸움의 장으로 변질시킬까 우려스럽다. 새 정부가 약 2주 후 내각 진용조차 갖추지 못한 채 출범한다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