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림이 원래 가수였어? 배우인 줄" 드라마로 뜨는 아이돌

중앙일보

입력 2022.04.25 00:03

업데이트 2022.04.2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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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고유림을 연기한 우주소녀 보나.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고유림을 연기한 우주소녀 보나.

“유림아, 펜싱 그만두고 아이돌 된 거야?”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펜싱선수 고유림을 연기한 걸그룹 우주소녀 보나(본명 김지연)의 무대 공연 영상에는 이런 댓글이 줄을 이었다. “유림씨 가수였어?” “유림이가 아이돌을 연기하는 것 같다” 등 고유림을 연기한 배우가 아이돌 그룹 멤버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내용이다.

보나는 2016년 데뷔해 올해 7년 차인 우주소녀의 멤버지만, 그를 ‘우주소녀 보나’보다 ‘배우 김지연’으로 처음 접한 대중이 더 많은 모양새다. 과거에는 가수 활동으로 인지도를 쌓은 아이돌 멤버가 연기에 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보나처럼 배우로 대중에게 먼저 눈도장을 찍고 아이돌로 ‘재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 나희도(김태리)가 선망하는 펜싱 라이벌이자, 훗날 단짝으로 발전하는 고유림을 연기했다. 김태리·남주혁 등 화려한 연기 경력의 배우 사이에서 보나는 시청자들로부터 “신인배우인 줄 알았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매끄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가 1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연기도 호평을 받으면서 보나의 활동도 전보다 한층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7일 발표된 4월 걸그룹 개인 브랜드 평판 분석 결과(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블랙핑크 제니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게스트로도 출연했다.

보나는 드라마 출연 후 높아진 인기에 대해 “원래 모자와 마스크를 쓰면 (사람들이) 못 알아봤는데, 요즘은 바로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며 차기작에 관해서도 “(제안이) 꽤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드라마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던 우주소녀의 Mnet ‘퀸덤2’ 촬영에도 조만간 합류해 팀 활동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왓챠 ‘시맨틱 에러’에서 추상우 역을 맡았던 DKZ 재찬. [사진 왓챠]

왓챠 ‘시맨틱 에러’에서 추상우 역을 맡았던 DKZ 재찬. [사진 왓챠]

최근 컴백한 보이그룹 DKZ의 멤버 재찬(본명 박재찬)도 드라마 출연 한 번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경우다. 재찬은 왓챠가 지난 2월 공개한 BL(Boy’s Love) 드라마 ‘시맨틱 에러’에서 자신만의 원칙에 따라 생활하는 대학생 추상우 역을 맡았다. 남성 간의 사랑을 그리는 BL물 특성상 대중적 인기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장 재찬의 소속사도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출연을 망설였다고 한다.

“들어오는 섭외를 가릴 위치가 아니다.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23일 MBC ‘전지적 참견 시점’)며 출연을 결정한 재찬의 선택은 말 그대로 DKZ를 ‘살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개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왓챠 TOP10 순위 1위일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시맨틱 에러’는 기존 BL팬 뿐 아니라 2030 여성층 전반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인기는 아이돌 출신 주연 배우 두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군 복무 중이라서 활동할 수 없는 그룹 크나큰 전 멤버인 박서함과 달리, 2019년 데뷔한 DKZ 재찬은 곧바로 본업인 ‘아이돌 그룹’으로 돌아가 팀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때마침 멤버 3명을 영입하고, 기존 ‘동키즈’였던 그룹명도 바꾸는 등 재정비를 마친 DKZ는 드라마를 통해 ‘뜬’ 재찬 덕분에 지난 12일 발매한 신곡 ‘사랑도둑’으로 데뷔 후 처음 음악 방송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탔다. 아이돌 그룹의 인기척도인 앨범 초동(발매 후 일주일) 판매량도 처음으로 10만 장을 넘겨 10만7965장을 기록했다. 직전 발매 앨범의 1244장보다 100배 가까이 상승했다.

보나와 재찬처럼 배우 활동으로 얼굴을 먼저 알리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흐름은 이미 인지도를 쌓은 아이돌이 연기에 도전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과거에는 가수 활동으로 인기를 다진 아이돌에게 드라마나 영화 등에 출연할 기회도 생기곤 했다. 아이돌로서 높은 인지도를 믿고 덜컥 주연을 맡았다가 ‘발연기’라는 비판을 받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데뷔 전부터 춤·노래 외에도 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실력을 연마한다. 이에 더해 웹드라마 등 작은 기회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기 때문에 배우로 먼저 뜨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나와 재찬도 각각 2017년 KBS ‘최고의 한방’과 2019년 웹드라마 ‘조아서 구독중’에서 조연으로 연기에 발을 들인 이후 조금씩 필모그래피를 넓혀간 이력이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요즘 아이돌들은 처음부터 배우로서의 진로도 염두에 두고 연습생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웹드라마와 같이 아이돌이 천천히 연기에 접근할 수 있는 콘텐트와 플랫폼도 늘어났다”며 “예전보다 연기력을 갖춘 상태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배역을 선택하는 아이돌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연기력에 대한) 대중의 편견 또한 줄어든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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