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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58년 남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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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연습실에서 만난 가수 남진. 오는 28일 조영남과의 첫 듀오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연습실에서 만난 가수 남진. 오는 28일 조영남과의 첫 듀오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데뷔 58년 차 가수 남진(77)은 “공연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2년여 동안의 코로나19 팬데믹은 그에게 공연 기회를 앗아갔다. 해마다 60~70차례씩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났던 그는 “숱한 공연이 무산됐다. 인생이란 게 이럴 수도 있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8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동갑내기 가수 조영남과 듀오 콘서트 ‘마이 웨이’ 무대에 선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영원한 젊은 오빠’란 수식어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나이 먹으면 깔끔해야 한다. 젊었을 땐 세수도 안 하고, 분장도 안 하고 그랬지만…”이라며 연신 머리 매무새를 다듬었다.

그와 조영남은 가요계 소문난 ‘절친’이다. 1968년 조영남 데뷔 무렵 TV 쇼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 이후 반세기 우정을 이어왔다. 그는 “성격·성품이 잘 맞았다. 둘이 한양대 동창(남진은 연극영화과 졸업, 조영남은 성악과 중퇴)이어서 더 친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습실에 함께 나와 있던 조영남은 “당시 얘(남진)는 이미 스타였고 나는 무명가수였다. 맨날 술 얻어먹고 장위동 얘네 집에 가서 자곤 했다. 착한 친구다. 부잣집 아들인데도 티를 안 냈다. 빨간색 스포츠차 얻어탔던 기억도 생생하다. 내가 ‘쌍시옷’ 쓸 수 있는 친구는 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수가 신곡 안 내면 잠자는 것과 같아”

가수 조영남(왼쪽)과 남진. 5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오는 사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수 조영남(왼쪽)과 남진. 5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오는 사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남진 역시 조영남에 대해 “내 유일한 가요계 친구”라고 강조했다. “가수로서 최고의 실력이 있다. 굉장히 순수하고 예술성이 강하다. 직선적이고 눈치 안 보는 성격이라 세간의 오해도 많이 받지만, 나는 그런 성격이 좋다.”

긴 시간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면서도 두 사람의 듀오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방송은 한두 번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공연은 인연이 없었다. 친구와 같이 공연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은 팝송 메들리와 ‘친구야 친구’ 등을 함께 부르고, ‘가슴 아프게’ ‘빈잔’ ‘화개장터’ ‘내 고향은 충청도’ 등 각자의 히트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1965년 데뷔한 남진은 그 해 발표한 2집 앨범의 ‘울려고 내가 왔나’가 히트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굵은 저음의 남성미 넘치는 목소리로 ‘원조 오빠부대’를 양산했다. 나훈아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가요계 양대 산맥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로도 유명하다. 천만 영화 ‘국제시장’에도 그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데뷔 연차는 60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그는 아직 가요계에서 ‘원로’가 아닌 활발한 현역이다. 2020년 ‘오빠는 아직 살아있다’, 2021년 ‘영원한 내 사랑’, 2022년 ‘당신은 내 사랑’ 등 매년 신곡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그는 “가수가 신곡을 안 내면 잠자는 것과 똑같다”면서 “한 해에 새 앨범 한 개씩은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래도 패션 같아서 유행이 있다. 트로트만 해도 요즘 트로트는 오리지널과 완전히 다르다. 트로트 리듬에 스윙·록·랩 등의 요소가 더해졌다. 댄스곡도 많아서 춤을 못 추면 안 된다.”

실제 그의 음악 세계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첫 히트곡 ‘울려고 내가 왔나’는 전형적인 트로트 곡이지만, ‘마음이 고와야지’는 트위스트, ‘님과 함께’는 고고, ‘미워도 다시 한번’은 슬로 록의 범주에 든다. “가수 최희준 모창은 내가 전국 1등일 것”이라고 자신하는 그는 “라틴 음악과 이탈리아 칸초네 등 세계 어느 음악의 리듬이든 내 마음에 들면 부른다”고 했다.

“세계 어떤 장르든 내 마음에 들면 불러”

다만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인 판소리는 “하다 보면 목소리가 달라져서 가요를 못 부르게 된다”는 이유로 도전하지 못했다. “미국 흑인 음악에 ‘소울’이 있다고 하는데 판소리엔 몇 배 더 강한 감성이 있다. 우리 음악의 뿌리는 판소리다. 방탄소년단 등 한국 가수들이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배경에도 판소리가 있다. 그 감성을 이제 세계에서도 알아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부른 1000곡 가까운 노래 중엔 ‘님과 함께’ 같은 메가 히트곡도 많지만, 잊힌 곡도 적지 않다. 그는 “가수라면 누구라도 다 자기가 부르는 노래가 히트곡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대중이 좋아해 줄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그냥 나한테 어울리겠다, 맞겠다 싶은 곡을 낸다”고 했다. 그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인기가 영원한 사람이 어디 있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인생”이라며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인생은 다 힘들다. 운은 하늘에 맡기고 그냥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롱런할 수 있었던 첫째 비결로 건강을 꼽았다. “최근 음식 조절로 체중을 10㎏ 뺐다”면서 “아프면 끝 아니냐”고 말했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못한다. 나는 체질상 술을 못 마신다. 한 잔만 마셔도 바로 쓰러진다. 그게 축복이었던 것 같다. 내 성격에 술을 마셨으면 20년 전에 끝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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